안개 허리띠 두른 산만당엔
산신령이 살고
그 아래 배롱나무 언덕엔
조상님이 살아
석류 붉어가는 산골 마을
소국은 익어
영옥이 가시나
매구 이야기
놀란 달이 이불 속 파고드는
내곡리 가을.
풀잎의 노래
시가 길다고 삶 보다야 할까
여름 날 초록을 머금고
젖어가는 들판
맨몸으로 폭풍을 맞는 풀잎은
더 이상 가엾지 않다
생긴 대로
꼿꼿함도 휘어짐도
가볍게 눕고
사뿐히 솟아오른다
강렬한 태양에 쪼여도
달콤한 입술을 부비는 밤이 오면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소리쳐도
목소리는 들판을 넘지 못하고
사막을 가로질러
그에게 가지 못하지만
한 줄기 바람에 출렁여
당신께 이르는
풀잎은 더 이상 슬프지 않다
이제 더 아플 게 뭐야
바람이 묻는다
쓸쓸한 눈동자
다 지난 목소리
이제는 나무가 되고 별이 된
착한 이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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