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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원고( 리영성)



추천 :	182	이름 :	정유미	작성일 :	2017-09-14 17:48:19	조회수 :	1,219

얼굴

농파, 리영성


다시 한 번 고운 아미(蛾眉) 입술을 대고 싶다

눈감고 파르르르 떨면서 눈을 감던

호수에 바람이 부니

구름 밀치고 나온 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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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慾心)



내 한줌 흙이 되어 외진 곳에 누웠는데

바람이 꽃씨 하나 태워 가다 떨궈주면

가슴 속 헤집고 핀 얼굴 당신 닮은 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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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2.

     -유기견

개를 안고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있다

뉘 집에서 자랐는지 버려진 개 한 마리

쫓아도 저만치 갔다 돌아서서 쳐다 본다

한때는 침대에서 사람과 함께 잤다

사람보다 내가 좋다 뽀뽀도 해 주더만

오늘은 어디서 잘까  찌적찌적 비오는데


개집에서 자야한다. 개 끼리 꼬리 치며

널 키운 인간일랑 결코 개가 될 수 없다

집으로 되돌아가서 도둑 보고 짖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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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1.

- 길고양이

쥐보다 고양이가 더 많은 마을이다

줄 이은 자가용차 골목을 메워 섰다

내놓은 쓰레기봉투 뒤져 뒤룩뒤룩 살이 쪘다


더우면 자동차 밑 그늘에 한 숨 자고

해가 지면 사람대신 거리를 접수 한다

새끼 밴 길고양이들 위풍당당 산보(散步)한다


더 이상 사람들의 애무(愛撫)를 거절하고

아이들은 두려워서 저만치 피해간다.

웃는다 동물애호란 말 자랑 삼는 인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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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내가 먼저 그의 이름 부른 줄 알았는데

님이 먼저 찾아 오셔 내 마음 문 두드린 걸

고해(苦海)도 축복인 것을 깨달으니, 늙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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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歲寒圖)

내가 왜 술에 취해 이 강가에 서 있는가?

독수리 등허리에 까마귀가 잠을 잔 밤

솔가지 짓누른 눈가루 바람 속에 흩 날리네



얼어붙은 모래톱에 겨울 햇살 비치는데

강 건너 산기슭에 이마 닳은 무덤 하나

올해는 뉘가 오려나 상석(床石) 쪼는 꿩 한 마리

* 농파, 리영성, 1967년 <시조문학> 천료`

파일 : 25호_리영성(시조6).hwp (13.5 KB), Download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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