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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선 23호 원고



추천 :	217	이름 :	정유미	작성일 :	2015-09-03 16:58:21	조회수 :	1,423

1  용서

          윤경선

소한 대한 지나간 자리
겹겹이 쌓여진 응어리
입춘 발걸음 소리에
사르륵 녹아버리면 좋겠습니다

튕겨져 나오는 호미질
풀리지 않는 흙덩어리
봄 햇살이 손 내밀면
사르륵 녹아 버리면 좋겠습니다

쓰린 이야기는 덮어놓고
행복 씨앗 심어
조금씩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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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태풍

우르르 쾅 우르르 쾅
하루 전 부터 잔뜩 찌푸린
구름의 이마
짐작은 하였지만 무섭다
누굴 잡으려 눈알 부라리고
설치는지

한 발 물러서 가슴 조이는 밤
어린 콩꽃은 떨고
벼 이삭은 안절 부절
웅크리고 앉아 새벽을 맞는다

화난 태풍은 제풀에 지쳐
곯아 떨어지고
먹구름이 눈치 살피며
하늘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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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빵긋 웃는 수박이랑
매일 데이트 할 것이다
활짝 피어나기 전 조금씩
목마른 기침에 덩달아
봄앓이 하고
온 몸으로 꽃잎 밀어 올리는
작은 몸짓 손 잡아주고
봄볕 욕심껏 불러 모아
안겨 주고 싶다

봄이오면
매일 아침 하얀 집으로
출근을 할 것이다
늦잠 자는 수박꽃 깨워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넝쿨
올곧게 나아가게
부드러운 말로 다독이고
수줍은 노란 꽃잎
입맞춤으로 고된 하루를
녹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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