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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추밭의 청개구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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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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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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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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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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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8 23:18:55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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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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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밭의 청개구리
허숙자
올봄 텃밭 하나가 생겼다. 내 소유의 땅은 아니고 앞 공장에서 매입한 땅인데 공장조성을 할 때까지 당분간은 농사를 지어도 된다기에 바랭이며 잡풀들을 다 뽑아내고 이랑을 만들어 흙 고르기를 하니 제법 근사한 밭이 완성 되었다.
뭐부터 어떻게 심어야 하나 걱정하고 있는데 옆 밭 어르신께서 심고 남은 모종과 씨앗을 주시고 조언도 해 주셔서 걱정은 해결이 되었다.
고추며, 고구마, 옥수수, 상추, 무, 쑥갓, 배추, 토마토, 오이, 호박 등 등 여러 가지 종류도 다양하다. 초보농사꾼이다 보니 배열을 잘못하여 지금 애를 먹는 중이다. 호박을 밭 가운데 심어 넝쿨이 고구마 밭에 침입을 하여 떼어놓느라 정신이 없고, 받침대가 약한 토마토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흙속에 파묻혀 있기도 하다. 토마토는 뿌리채소가 아니어서인지 흙에만 닿으면 탐스럽고 싱싱하던 것이 생채기가 나는 걸 보고 있으면 아깝기도하고 너무 속상하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가지씩 배워가는 보람도 있다.
하루하루 몰라보게 자라는 농작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넉넉하고 풍요로워진다. 흙과 친해지려고 맨발로 들어가 잡초도 뽑고 포기 하나마다 눈을 맞추며 교감하다보면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다. 고구마 모종을 해놓고 아침, 저녁 물을 주었는데도 시들시들 하더니 비를 한번 맞고는 잎이 팔팔하게 생기가 도는걸 보면서 자연의 숭고함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텃밭에서 맨 먼저 수확한건 꽃상추다. 아침에 이슬을 가득 담고 있는 꽃상추는 그야말로 꽃송이처럼 참 예쁘다. 매일 솎아주고 잎을 따 주어도 쑥 쑥 자라서 땅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 상추를 솎으려고 무심코 손이 땅에 닿는 순간 개구리가 폴짝 뛰어 나오는 게 아닌가, 너무 놀라 주저앉으면서 "야 임마 깜짝 놀랐잖아" 하면서 소리를 질렀더니 그 쪼그만게 도망도 못가고 동그란 눈을 껌뻑이며 숨을 할딱이는데 나 보다 더 놀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침입자는 나였다. 상추밭에 내린 이슬을 먹고 살아가는 그곳이 보금자리고 안식처였는데 내가 침범을 한 것이지 개구리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화를 내며 큰소리로 나무랄 자격이 있단말인가, 상추밭에는 달팽이도 살고, 개구리도 살고, 지렁이도 산다는 걸 알고 있었더라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는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농사꾼이다 보니 놀랄 일도 있고 실수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텃밭을 가꾸면서 부터는 호미질을 하다 지렁이가 나오면 손으로 집어 땅 깊숙이 넣어주기도 하고 잡초를 뽑을 때 도 "미안하지만 너희가 있을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뽑는거야"라고 일방적인 통보도 한다. 법정스님께서는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고 기도 하신다는데 나는 어쨌는가, 작년에 변기통에 있던 개구리를 물을 내려 정화조로 떠내려 보내지 않았던가 그 일이 있은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화장실에만 가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그날의 후회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그 일이 있은 후 부터 생명이 있는 것에는 관심을 갖고 애정을가지려고많은 노력중이다.
상추씨를 심은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뿌려진 씨앗은 어김없이 발아되어 땅을 뚫고 나오는 걸 보면서 땅은 정직하다는 말이 실감도 난다. 지식이란 체험을 통해 얻는 것 만이 진정한 앎이 아닌가 싶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서 애써 순수해 지고 겸손해 지고 싶어진다.
안정사의 아침
이른 아침 안정사로 향하는 길엔 계절도 동행을 한다. 조선소의 철판 자르는 기계는 잠시 졸고 있는지 주위가 조용한데 공장안의 귀 밝은 개 두 마리가 새벽의 정적을 깨우고, 홀로 피어 있는 보도블록 틈 사이의 달맞이꽃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큰길을 건너면 아담한 동산을 만난다. 봄이면 진달래, 영산홍, 철쭉이 예쁘고, 관상용 나무들은 빨간 열매를 맺는 가을에 참 예쁘다. 이런 나무들을 칭칭 감으며 칡넝쿨은 땅따먹기라도 하듯 슬금슬금 사람들이 오가는 길을 기웃거린다. 산 쪽으로 올라가면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도 않을테고 옮기는 내발걸음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텐데 혼자 군담도 하면서 동산을 지난다.
벽방 초등학교 담장을 끼고, 통영~대전 간 고속도로 교량 밑을 지나면 호젓한 저수지를 쭉쭉 뻗은 점잖은 소나무들이 그윽한 눈빛으로 굽어보고 서 있다. 살랑이는 바람에도 작은 몸짓으로 흔들리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오르막길을 따라 안정사 초입에 들어서면 "벽발산 안정사"란 표지석이 웅장한 자연석이어서인지 시야에 확 들어온다. 지도에는 벽방산이라 표기 되어 있지만 불가에서는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한분인 가섭존자가 발우를 받쳐 들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벽발산이라 이름 붙여졌단다.
안정사는 신라의 원효스님께서 창건한 고찰이다. 몇 번의 중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고, 산내 암자도 몇 있으면서 범종루도 있다. 법화종의 대찰로서 몇 십 년 전만해도 초파일에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저수지 있는 곳까지 줄을 설정도로 번성하였다는데 지금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더없이 고요한 도량이다.
경내 마당에는 정갈하게 잔디가 자라고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참 많다. 대충 세어봐도 20여종은 족히 넘을 것 같다. 요즘은 넉넉한 부처님 모습을 닮은 수국이 탐스런 꽃을 피우고 절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우리나라 꽃 인 무궁화, 평생을 잎과 꽃이 만나지 못 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애잔하게 하는 상사화, 김영랑시인을 떠 올리게 하는 모란도 이곳을 찾는 이 들을 행복 하게한다.
대웅전에 들어서면 법당 안은 단청이 많이 퇴색이 되었고 발 뒷굼치를 들고 조심하여 발걸음을 옮겨도 한 발짝 움직일 때 마다 마룻바닥은 삐걱 이며 소리를 낸다. 낡은 법당을 보면 불자로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이런 환경의 요소들이 오히려 편안함 과 친근감을 더 갖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하고 적적한 아침, 이 시간이 내게는 하루 중 가장 순수하고 솔직해지면서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솔바람 소리, 산새 지저귀는 소리, 맑고 청정한 자연의 소리에 시간과 공간이 정지된 느낌이다. 언제 들어 왔는지 내 옆에 앉아서 졸고 있는 고양이가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내가 통영와서 맨 처음 찾은 곳이 안정사다. 위안도 얻고 희망도 갖게 해준 곳이어서인지 머리가 복잡하면 이곳을 찾게된다. 걸어서 왕복 2시간이 소요 되지만 하루하루 변화하는 풍경들을 만나고 일상의 잡다한 생각들을 정리도 하고, 마음을 맑힐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안정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들은 그 자태가 출충하다. 조선 영조대왕이 금송패를 내려 보호했다는 소나무의 기운을 받아서 그런지 내려오는 발걸음은 더욱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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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입니다. 글에 실린 마음도 그렇습니다. 산다는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사는게 아니라고 하시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솔바람 소리 산새소리 동무하고 행복하십시오. 청개구리 마지막행 앎이 ~ 삶의 오타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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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저도 몇년 전 청개구리 한마리가 가르쳐준 사랑이 생각납니다
상추밭의 청개구리 끝부분에서 "1년, 1달"을 "일년, 한달 "로 하심이 어떠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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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련화님, 지난 번 애송시 낭송회에 그 먼 곳에서 한달음에 달려 와 주셔서 너무 고맙고 반가왔습니다. 다시 멋진 수필을 상재해 주시니 더 멋지고요. 송시인이 지적한 오타 부분은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뜻으로 삶의 지혜로운 "앎"이란 문맥으로 허수련화님의 단어가 적절하고요, 1달은 한 달로 수정해서 올렸답니다. 계속 연락하며 살고, 바쁜 삶의 전투 현장 이지만 글 놓지 말고 정진하세요. 글의 무게가 허수련화의 생애에 비해 좀 가벼운 느낌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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