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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의 회춘
추천 : 476 이름 : 허숙자 작성일 : 2003-12-04 21:50:43 조회수 : 5,138
진아의 회춘

진아가 우리 가족의 구성원이 된 것은 십 삽 년 전의 일이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5년 동안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털이 새하얗고 귀엽게 생긴 ‘뿌치’라는 이름의 개가 있었는데 큰 개한테 물렸는지 피투성이가 되어 집에 들어왔다. 그런 ‘뿌치’의 모습을 보고 집안은 온통 난리가 났다. 며칠을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도 하고 식구들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운명이 다 했는지 끝내는 죽고 말았다.
오랫동안 정이 든 ‘뿌치’를 잃자 집안은 온통 울음바다다. 어른, 아이 없이 울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잘 아는 분이 자기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안고 와서 예쁘게 잘 키우라면서 우리에게 안겨 주었다. ‘진아’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이 된 것이다.
노르스름한 빛깔을 가진 진돗개 반종인데 유난히 눈이 초롱초롱하고 아주 잘 생긴 놈이었다. 앙증맞은 꼬랑지를 쫄랑대며 낯선 환경이 신기한 듯 동글동글 눈을 굴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우리 집에 온지 1년이 지나면서 골격을 제대로 갖춘 ‘진아’는 견공 중에서 귀족이었지 싶다. 점잖은 행동하며 잘생긴 외모 거기다 영리하기까지 하니 어느 한 군데 모자람이 없다.
어김없이 한 해에 두 번씩 새끼를 순산하는가 하면, 코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먹으라고 주지 않으면 절대 입을 대지 않는다. 대소변도 어디서 해결하는지 집안에서 실례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렇듯 예쁜 짓만 하니 가족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수밖에. 호칭도 ‘진아’야 알아듣건 말건 엄마, 아빠, 언니, 오빠 이렇게 부른다. 사람들과 많이 접촉하다 보니 어떤 때는 견공이 아닌 사람으로 착각할 때도 가끔씩 있다.
‘진아’의 인물이 워낙 출중하다보니 새끼도 주문생산 하듯이 인기도 좋다.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인지 다른 개에 비해 ‘진아’는 수명도 긴 게 아닌가 싶다. 개의 평균 수명이 10년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 ‘진아’는 올해로 13년을 살았고 사람의 나이로 치면 일흔 여덟 살이나 된다고 한다.  노령이어서인지 2년 전에는 새끼를 달랑 한 마리 낳더니 그 다음에는 사산을 해서 가족들을 많이 아프게 했다. 죽은 새끼를 품에 안고서 두 눈만 껌뻑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슬픈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자식을 잃은 그 슬픔의 깊이가 얼마기에 저렇듯 애잔한 표정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이제 ‘진아’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지 윤기 흐르던 노오란 털도 군데군데 퇴색이 되고 듬성듬성 옷도 헤졌다. 젊은 날에는 낯선 사람의 작은 발소리에도 두 귀 쫑긋 세우고 공격 태세를 취하더니 요즘은 낯선 사람이 찾아와도 세상 귀찮은 듯 억지로 모가지만 쭉 내밀고 멀뚱멀뚱 쳐다만 본다. 눈곱도 많이 끼는 것이 이젠 ‘진아’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서서히 이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예쁜 새끼를 두 마리나 낳았다.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닌가!
‘진아’ 할머니가 회춘을 한 것일까.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한 일이다. 모르긴 해도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젊은 청춘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사람도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받으면 예쁘고 젊어지는 것처럼.
진실한 사랑은 불가사의한 기적을 낳기도 하고 또 너무 아름답고 위대하며 눈물짓게도 한다.
늦게 얻은 새끼라 그런지 더 예쁘다. 안아주기만 하면 온 얼굴에 뽀뽀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수돗가에 앉아 있으면 업어달라고 등에 기어오른다. 발바닥은 찰흙 만지는 것처럼 말랑말랑하다. 발톱도 쪼그만 게 너무 귀엽다. 이다음에 손주를 얻으면 이렇게 예쁠까?
이홍래   2003-12-04 23:31:19  
선생님!축하 축하 합니다 동물을 사랑하시는 마음 가슴 뭉클 합니다!예쁘게 씩씩하게 키워 주세요!어찌 마음씨 고운 주인 마음 모르겠습니까!?
손국복   2003-12-04 23:49:00  
진아의 회춘이 아니라 사랑의묘약이요, 생명의 경이가 아닌지!! 온통 사랑과 정성이 충만된 좋은 글 읽었습니다.
최병태   2003-12-04 23:52:27  
된장을 바르긴 아직 이른 것 같고, 또한 진아의 후환이 두렵기도 하니 어찌하면 좋을까??????
정순한   2003-12-06 11:57:43  
덕분에 뽀뽀가 우리집까지 오게되었군요.뽀뽀는 잘 있습니다.
시나브로   2003-12-22 15:35:28  
예쁜 강아지 구경하러 가야겠습니다. 평소에 덕을 많이 베푸셔서 복 받으셨나 봅니다.
문학회   2013-06-20 11:20:18  
댓글을 정리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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