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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이야기



추천 :	493	이름 :	정유미	작성일 :	2012-08-24 11:46:30	조회수 :	1,874

거미 이야기

정유미

이사를 하고 들여놓은 화분에서
거미 한 마리
새 집 냄새를 맡고 내려오다
딱 걸렸다
눈이 마주치자 녀석은
공처럼 몸을 말아
갈라진 타일 틈 사이 납작
숨어들었다

깊은 밤
생각 없이 화장실 문을 열다
변기 위에 걸터앉은 녀석에게
목이라도 졸린다면

하필 그 때
놈이 줄을 타고 내려온 걸까
살짝 이르거나 늦었더라면
고개 돌리지 않았더라면

거기 있거라
일거수 일투족
바짝 안테나를 세우고
손발톱 치켜들고

농밀하고 끈끈한 비단을 짜야지
내 두려움 알아버린 그대가 지어가는
그대 슬픔 알아버린 달빛이 지어가는

비단을 훑어가듯 시간을 만지리.



손국복	2012-08-27 15:44:15

* 작은 소재를, 튼튼한 이미지의 설계를 바탕으로 세련된 시어를 적용, 형상화 시켜 완결된 작품으로 만들어 나가는 시작 솜씨가 놀랍다. 삶의 갈등과 공포, 인내와 용서, 마지막 기다림과 조화로움에 가 닫는 주제 접근이 선명하다. 일취월장^^



문학회	2013-06-19 10:15:01

댓글을 정리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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