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임장섭
그곳에 가면 가슴이 설렌다.
첫 발령지 교육애가 자리한 그곳
내 첫사랑 같은 곳
젊음과 패기 많았던 시절
머리위에 빤짝이는 별빛 따라
메기의 추억을 흥얼거리며
좁다란 논밭 길 따라
하숙집으로 가는 먼 길
신문지로 도배한 흙냄새 나는 작은 방에
제자들의 웃음소리 넘치고
말없이 나를 지켜주던 정다운 눈길
간밤 숙취에 하숙집 주인이 끓여주는
구기자 물 한 그릇에 힘이 났었다.
내 사랑이 움트고
내 젊음과 희망을 심었던 그곳
그곳에 가면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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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임장섭
너는
내 가슴앓이 할 때
약손이 되어
가슴 쓸어내려 주었다.
너는
내 방황하고 외로워 할 때
언제나 친구 되어
반짝였다.
너는
내 갈증이 심해
거리에 내동댕이쳐졌을 때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었다.
너는
내 긴 터널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한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너는
내 부족함을
탓하기는커녕
사랑으로 보듬어 주었다.
너는
푸른 하늘 흐르는 은하수
기울지 않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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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래
임장섭
야심한 이 밤에
그래도 외롭지 않고
푸근한 밤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분에 넘치게 축복받은 일
마음 어두울 때 별빛 같고
발이 저리도록 같이 걷고도 싶고
뜨거운 가슴을 안아도 보고
사랑노래 함께하고도 싶다.
재기 넘치는 이와 함께하면
무딘 이 영혼 맑아서 신선이 되겠다.
너는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는 생명수
너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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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임장섭
청송아
네 조그만 씨앗이 땅에 떨어져
흙에 묻힐 때
이미 넌 명명되었을 거야
‘청송’이라고
오랜 시간 묵묵히 견디며
언젠가는 널 불려줄 사람을
기다려 왔을 거야
너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운명처럼 사랑하는
어떤 사람에게 불리워지길
기다려왔을 거야
너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네가 있다는 사실이
황홀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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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임장섭
사과 향 바람이 분다.
바람결이 님의 손결 같다.
뭉게구름은 님의 가슴처럼 아늑하고
맑은 하늘은 총기 넘치는 님의 눈빛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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