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편 동시 3편
<시>
불일암
김숙희
대숲 길 따라 오른 고즈넉한 송강사 불일암
빼 곰이 열린 사립문 사이로
시골집 한 채 앉아있다 요사체.
“무소유 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 하셨던
말씀이
단청 없는 불일암에서 들려온다.
빠삐용 의자에 앉아
빠삐용 의자에 앉아계셨을 법정 큰 스님 닮아 보고 싶어
후박나무 아래 계신 스님께 여쭙는다.
지금은 어떠하신 지요.
나 같은 사람들
김숙희
산 복숭아 꽃 사이로 달빛 쏟아지면
쑥개떡 데워 들고 머리 맞대는
드문드문 밤 밝힌다.
새벽 별 바라보는 순해진 사람들은
응어리 깊은 강으로 흐르고
서설 퍼런 발자국 이슬로 내리는
해(解)가된다.
나 같은 사람들
훠이훠이 건너갈 곳 저무는
산 복숭아꽃이 핀다.
< 동시>
김숙희
1) 고구마 꽃
고구마 꽃이래요.
할머니가 꺾어 오신 꽃 한 송이
유리병에 꽃아 두었더니
시들해졌다.
“할머니 왜 꽃을 꺾었어요.
“불쌍하게”
왈콱 눈물이 솥아졌다.
나는
시들해진 꽃들이 활짝 펴져라
유리병에 물을 갈아주며
주문을 외웠다
뿌시뿌시 뿌뿌시
울지 마라
이 꽃은 고구마 꽃 이란다
백년 만에 한번 피는 꽃인데
행운을 가져다주지.
고구마는
잎과 줄기 꽃을 따주어야
뿌리가 튼튼해져서
땅속 열매가 많이 달린 단다!
아, 그래서
고구마 꽃을 따주었구나.
2 ) 벌
김숙희
벌은 호박꽃을 좋아한데요!
우리 집 담부랑에 한들한들
호박꽃이 피었어요.
앵~앵 벌들이 놀러 왔나 봐요.
호박잎에 앉았다가
호박꽃에 쏘옥
뽈록뽈록 배가 뽈록
발가락 마디마디
노오란 꽃가루
호박꽃은
따뜻한 엄마의 마음.
3 ) 까마귀
김숙희
저것봐
까마귀가 날아올라요…….
까마귀는
“기억력이 아주 뛰어난 새래”
“온 몸이 깜장색이라서 친구도 없데”
어떡하지
친구가 없다면 누구랑 놀지
까막아 같이 놀자_아
훨 훨 이리와
무리를 지어서 날아갈 때는 까악
가족끼리 날아갈 때는 짹짹
안녕
지혜롭고 영리한 까마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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