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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문학19호 작품-시7편(손국복)



추천 :	482	이름 :	손국복	작성일 :	2011-07-20 16:39:17	조회수 :	2,134

봄날은 간다

                       손국복

봄날 다가도록
시 한 편 못 건지고
꽃은 다투어 피고 지는데
잠 못 이뤄 서성이며
달무리 애잔한 밤
무정한 계절만
피었다 진다.

꽃이 무서워

             손국복

꽃이 무서워
죽지 않고 다시 피는
꽃이 무서워
봄날
일시에 들이닥친 도발
광란의 질주

잎이 무서워
피고 피고 다시 돋는
새순 무서워
산과 들 거리에서
혁명처럼 터져오는 푸른 함성
불멸의 신화

얼룩진 시간
함부로 가는 역사
끄덕 않고 새겨내는
바위 돌 무서워
돋고 지고 다시 사는
해와 달 꽃 더 무서워.

텃밭에서

손국복

씨 몇 톨 심어 둔
텃밭 가득합니다
키 자란 옥수숫대 발돋움하는 사이
어린 호박순
팔 휘저으며
담장 쑥쑥 오릅니다
오이덩굴 지기 싫어
안다리를 거는 사이
용심 난 바람은
갈라 엎어 칩니다

생명은 경이
저 작은 씨앗 하나 지상에 던지고
저 작은 씨앗 하나 세상을 구하는
의로운 땅에서
사람으로 태어난
또 작은 씨앗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나?

박제나비

               손국복

심장 깊숙이 못 박힌
너를 본다
한 때
화려한 변신 꿈꾸며
몸 감추고 껍데기에 웅크려
우화의 날 기다리던
날개 눈부신
황제호랑나비 본다.

누군들 꿈꾸지 않았겠느냐
매미와 나비
사슴벌레 장수하늘소
하루살이 초파리도
제 딴에는 꿈 없었겠느냐

바람에 휘감기고 거미줄에 발 묶여
비상 꿈꾸던
한 가닥 희망줄 엉켜버린
개 같은 날 오후
찢어진 날개 속에 꿈은 꺾기고
마지막 남은 한 톨 심장마저
찔려버린 것을.

여름, 강가에서

                   손국복

바람 한 줄기
여름 퍼 담아
수초에 뿌리고 간다
삶이란
구겨진 지폐
이리 뒹굴고 저리 부대끼다
마침내 한 조각
떨어진 휴지되어
강물에 풀리는 것
저무는 햇살
한 움큼 위로받고
서역으로
적멸하는 것.

청학동 밤

              손국복

물소리 살을 파고
바람이 혼을 캐고
학은
어둠 속 짙게
웅크리고 있었다.

산/손국복

모든 것 놓아 버리고 싶은 절망의 새벽에,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리운 우상.

파일 : 합천문학19호_원고_시6편(손국복).hwp (24.0 KB), Download : 54



윤경선	2011-08-01 21:27:50

주옥 같은 시향에 머물게 하여 감사합니다.



문학회	2013-06-19 10:32:19

댓글을 정리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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