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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합천문학회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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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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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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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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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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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9 15:31:58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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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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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장사도 문학기행
합천-통영간 버스 안에서
근년 들어 6년 동안 계속 6월 6일 현충일을 택해 떠났던 합천문협의 문학기행은 그 관행을 깨고, 금년도에는 20여일 앞당겨 지난 5월 18일 떠났다. 신록이 한창 싱그럽게 짙어가는 초여름, 차창 밖으로 전개되는 초록빛 산야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화창한 초여름 날이었다. 목적지인 통영의 장사도를 향하여 달려가는 대진 고속도로 연변에도 이팦꽃들이 줄지어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이날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이다. 김상완 선생님 내외분과 손국복 전 지부장님의 부인 김미숙 선생님, 김숙희 지부장님의 차남 진영군과 정유미 사무국장님의 예쁜 딸 율 양과 박황규 합천신문사장님의 귀여운 아들 딸, 문현이, 서원이 그리고 홍래군의 자당께서도 동참하시어 회원과 가족들이 탑승한 차안이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가족분위기가 되었다. 예년처럼 의례적인 정유미 사무국장의 서두 인사와 김숙희 지부장의 인사, 그리고 손국복 전 지부장의 문학기행지 소개에 이어 회원들 각자의 인사말이 있었는데, 심성희 시인의 차례에서는 인사말 대신 낭낭한 합천군가가 독창되어 차안의 분위기가 한순간 더 고조되기도 했다.
우리 일행을 태운 해인관광버스가 통영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5월의 짙은 녹음보다 더 진한 푸른 바다가 차창 오른쪽에 한 폭의 그림처럼 나타난다. 차 안의 누군가가 바다다! 하는 순간, 푸른 바다 저 멀리 수평선과 옹기종기 모인 섬들이 시야에 친근히 다가온다. 해안가 여기저기 갯마을의 한적한 풍경과 연안의 가두리 양식장이 백홍색 빛깔로 비단보다 더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풍경을 끼고 해안선 7km 풍화일주도로를 달려갔다. 글자 그대로 한가하면서도 수려한 한려수도의 진풍경이다. 여기는 사천 남해 등을 거쳐 전라남도 여수에 이르는 남해안 연안수로의 한려수도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우리나라 8경 중 하나로 거울같이 잔잔한 물결, 곳곳에 떠 있는 섬들, 고요한 포구, 한가로이 떠 있는 범선 등 경관이 아름답고 곳곳에 이순신 장군의 유적들이 있어 이곳들을 연결해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전국에서 그 규모가 제일 큰 이곳 해안의 가두리 양식장은 뭍에 사는 농민들의 전답과 똑 같다. 주로 멍게와 굴 등을 생산하는데, 이 양식해산물들은 국내외로 잘 팔려나가는 효자 상품이라고 한다.
여객선 터미널을 1km 정도 앞두고 차들이 거리를 메워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여객선 출발예정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말인데다 근처에 케이블카의 승강장이 있는 곳이라 차량의 움직임이 거북이걸음보다 더 느려 기사뿐만 아니라, 일행들 모두가 늦을세라 마음 졸이다가 유람선 출발시간 직전에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통영항에서 장사도에 이르는 선상에서
일행이 선착장에 도착하여 승선한 유람선은 새로 건조한 해피킹(happy king) 대형 크루즈호, 여객선이 매캐한 방카씨유 매연을 뿜으며, 오전 10시 5분 뱃머리를 돌려 통영항구를 떠났다. 일행들 모두가 갑판 위에 올랐다. 나는 김미숙 선생님의 배려로 의자에 편안히 앉아 멀어져가는 통영항구와 주위를 감상했다. 선미에서 일어 길게 늘어지며 사라지는 하얀 포말들의 점멸(漸滅)도 진풍경이거니와 그 위를 하얀 갈매기 떼들이 선회하며 선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곡예비행으로 날쌔게 낚아채는 역동적인 모습도 장관(壯觀)이다. 술 반입을 금하고 있는 선착장에서 언제 그랬는지 유미씨가 펫트병에 물처럼 담아와 종이컵에 따라주는 소주의 맛은 뭍에서 마시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감미로웠다. 유미씨의 기지(機智)와 자상한 친절에 선상에서의 나의 여흥(旅興)은 최고조에 달했다. 통영항구에서 출항한지 50분쯤 지났을까, 21.5km의 뱃길을 달려 장사도에 도착했다. 가까이에서 보는 장사도(長巳島)는 이름이 뜻하는 긴 뱀의 형상이라기보다는 머리 부분과 긴 몸체가 한 마리 누에의 형태다. 잠도(蠶島)라는 이름이 그 형태와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신이 빚어놓은 아름다운 장사도
우리를 태운 해피킹 크루즈호 여객선이 장사도 선착장에서 하선한 시각은 오전 11시경, 장사도 숲길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그래도 싱그러운 5월의 자연림 속을 홍래 모친이 굽은 허리에도 잘 오르시고, 문현이 서원이도 한봉수 선생의 등에 업혀 가며, 그런대로 잘 따라 다녔다. 장사도는 한 때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무인도와 같은 섬이었다. 1900년 처음으로 사람이 이 섬에 들어온 후 1986년 마지막 주민이 섬을 떠나면서 마치 폐가처럼 퇴락했다. 사람들이 그 섬을 외면하고 떠났지만, 자연은 스스로 회생했다. 매년 아무도 모르게 자생 동백나무가 화사하게 피었다가 낙화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장사도는 해상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다시는 볼 일 없다고 팽개치고 떠났던 죽도 초등학교 장사도 분교도 그대로 살리고, 사람들이 살다가 버리고 떠난 거미치고 낡은 집까지도 어느 것 하나 허물지 않고 섬 안에 그대로 두었다. 탐방로도 그 옛날 이곳 섬사람들이 옆 마을 섬사람들과 정분을 나누며 오고 갔던 오솔길을 조금 다듬어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이 섬을 사업성에 뛰어난 예지(叡智)를 가진 K라는 사업가가 앞을 내다보고 이 섬을 사들여 8년간의 대공사 끝에 사람들이 밀려오는 아름다운 섬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면적이 39만 평방미터, 해발고도가 101미터, 폭이 400미터, 길이가 1,900미터에 이르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속하는 섬이다. 이른 봄 동백꽃이 필 때면 섬 전체가 온통 붉은 빛으로 불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는 이 섬에는 곳곳에 10만여 그루의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향기로운 냄새가 주변에 물씬 풍기는 구실잣밤나무, 그리고 천년기념물 팔색조와 풍란, 석란 등이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다. 이 섬 주변에는 한산도와 미륵도 거제도 등의 큰 섬을 비롯해 화도, 서좌도 송도 추봉도 매물도 소매물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형제처럼 정답게 인접해 있다.
풍우설상무(風雨雪霜霧), 즉 바람과 비와 눈, 서리 그리고 소금물을 품은 안개가 만고의 세월을 거치며 바다 위에 천태만상의 섬들을 저렇게 아름답게 빚어놓았다. 정지용 시인이 통영과 주변의 아름다운 섬들을 보고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사람이 가진 예술적 감성이 어찌 신이 빚어놓은 저 위대한 예술의 경지에 접근할 수가 있으랴,
장사도 일주도로는 동백터널 길, 미로정원, 허브가든 등 29개의 코스별 주제정원과 야외공연장, 야외갤러리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이 찾기 쉽도록 식별번호가 부여됐고 주행코스도 방향이 화살표로 표시되고 있어서 어린이나 노인들도 길을 잃지 않게 배려한 자상함이 엿보인다. 이 일주도로 주변에는 자생꽃 20여 종과 1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사계절 피고 지고, 바다를 향한 곳곳의 전망대는 한려수도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탐방로를 따라 오름길을 조금 걷다보면 동백터널을 만나게 되는데,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처럼 기다림에 지친 모습으로 빨갛게 시들어가고 있었다. 2개월 전에만 여기 왔어도 빨갛게 단장한 동백꽃의 흐드러진 모습을 연인처럼 만나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산책길 여기저기 조형물도 걸음을 멈추게 한다. 무지개 다리와 야외공연장 뒤에 조형된 얼굴 모양의 브론즈동상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품명 ‘책’이라는 동상은 세계를 움직인 동서고금의 명작들과 베스트셀러로 이루어진 「머리」이다. 팔만대장경, 성경, 어린왕자, 삼국지, 동의보감, 러브스토리, 해저2만리, 탈무드 등 필독 도서들이 나열된 형태로 조각되어 있었다.
선인장을 비롯한 열대성 식물과 풍란들이 전시된 반달 모양의 온실도 둘러볼 만하다.
버리고 모두 떠난 섬 장사도는 이제 하루에 수 천 명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대우 기업을 일으킨 김우중 회장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말했고, 현대그룹을 일으킨 정주영 회장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산 천수만 바다를 폐유조선공법으로 막아 서산간척지를 만들어 수 천 명의 농부들에게 싼값으로 농지를 제공하고, 세계굴지의 현대제철을 조성하는 대역사(大力事)를 일으켰듯이 K회장은 폐허로 버림받은 장사도를 한려수도의 섬 중에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가꾸어 놓았다.
통구미 횟집에서 늦은 점심
일행이 장사도를 출발하여 통영 여객선터미널에 하선한 시각은 이날 오후 2시, 다음 답사 코스인 동피량 마을과 중앙시장을 염두에 두고, 그 근처에 정한 통구미 횟집 식당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쯤이다. 오전부터 통영시가지를 메운 차량행렬이 오후까지 밀리고 있어서 일행이 차에서 내려 20분 걸어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가 늦은 시각에 거북이 걸음의 버스 안에서 성정을 부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통구미 횟집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한산호텔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길게 한 줄로 이어 차려놓은 식탁 양쪽에 마주 앉은 일행들의 즐거운 표정과 나누는 정담 속에 이 식당의 스페셜인 전어와 꽁치, 장어 등의 구이와 멍게 해삼, 도다리회 등 신선한 안주들이 뭍에서 온 식객들의 입맛을 돋구었다. 이집 사장님이 바다에 나가서 직접 건져 올린 여러 가지 신선한 어종을 직접 요리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안주에 주변이 선창이라 마시는 소주 맛도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다.
언덕위의 집 동피랑 마을
일행이 통구미횟집 식당에서 나온 시각은 오후 4시 10분, 중앙시장 뒤편, 달동네 같은 언덕위에 자리한 동피랑 마을은 우리가 이날 장사도행 해피킹호에 오르고 내렸던 선착장이 빤히 내려다 보였다. 고기잡이 배들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나 유람선이 언제 나가고 언제 들어오는 것을 시계처럼 알 수 있는 곳이다. ‘동피랑’이라는 마을 이름은 동쪽 피랑(벼랑)에 자리한 마을이라는 뜻, 일제 강점기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외지 사람들이 기거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동피랑 골목은 중앙시장 뒤편으로 시작된 콘크리트 바닥으로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달동네 골목을 연상케 하는 골목마을이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전깃줄, 바닷바람에 하늘거리는 빨래, 녹슨 창문의 창살, 그런 모습들이 60~70년대 도시 빈민가의 삶의 풍속도를 그대로 펼쳐 놓은 것 같다.
비탈진 벼랑에 들어선 동피랑, 그곳에는 비탈의 경사만큼이나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고기잡이 나갔다가 불귀(不歸)의 객이 된 남편을 매양 기다리며, 늙어진 아낙, 해안에서 물질을 하며 키운 자식들 짝맞춰 모두 떠나고, 그렇게 늘그막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의 외로운 삶이 있는 곳이다.
“말도 하지 마이소, 하루 종일 여기 앉아서 배가 들어오는 걸 지켜보고 있다가 배가 흰 깃발을 달고 들어오면 그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라, 맨발로 저 아래 포구까지 한 달음에 뛰어 내려갔지, 흰 깃발은 사고났다는 거 아이가” 이 할머니의 말씀은 이 마을이 그렇게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구비 구비 살아온 길, 그들의 애환을 달래주듯 한 구비 돌아설 때마다 여러 색체의 벽화가 나타난다. 커다란 고래가 그려진 벽화도 있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그림도, 그리움과 서러움이 물결치는 저 푸른 풍랑의 바다가 그려진 벽화도 있다. 벽화로 마을은 밝아지고 사람들이 주말마다 밀려와서 이제는 외로움을 덜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이 입은 심연(深淵)의 상처를 얼마나 덮어줄 수 있을까, 동피랑 골목을 내려오면서 바라보이는 포구 저 멀리에 고기잡이 어선들이 여기 저기 한가로이 떠 있었다.
통영의 청마문학관
청마문학관은 동피랑 마을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통영시 망일봉 기슭에 청마 유치환(靑馬 柳致環, 1908~1967) 시인의 문학정신과 작품세계, 생애와 발자취 등을 살펴 볼 수 있는 청마문학관이 있고 그 밑에 청마의 초가집 생가가 한약방을 하던 집안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재현해 놓았다.
합천문협에서 2년 전 거제시 둔덕면에도 있는 청마의 생가를 답사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작가가 태어난 곳은 두 군데일 수 없다. 납득되지 않은 일이라 그날 통영의 청마문학관에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물었다. 그녀의 해명에 의하면 “거제에서 생가라고 복원해 놓은 거제시 둔덕면은 부조(父祖)의 고향일 뿐, 거제에서 태어난 아버지 유준수 씨가 통영의 박약국 집에 데릴사위로 와서 청마를 낳았다. 행여 있을지 모를 난산을 생각한다면 약국이 있는 통영의 친정을 두고 구태여 그 산촌의 둔덕 시가(媤家)에 가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한다.
청마문학관에 적혀있는 청마 자신이 쓴 출생기에는 “내가 태어난 때는 1908년 한일합방이 이루어진 전전(前前) 해로서 갈팡질팡 시달리던 국가 민족의 운명이 마침내 결정적으로 거꾸러지기 시작한 때요, 난 곳은 노도(怒濤)처럼 밀려 닿던 왜(倭)의 세력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던 한반도의 남쪽 끝머리에 있는 바닷가 통영이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어서 훗날 출생지 문제로 다툼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청마는 자작시 해설집 <구름에 그린다>에서 본인의 출생기를 너무도 정확히 기술하였다. 이 외에도 자작시 <귀고(歸故)>에도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였다.
검정포대기 같은 가마귀 울음소리 고을에 떠나지 않고
밤이면 부엉이 괴괴히 울어
남쪽 먼 포구 백성의 순탄한 마음에도
상서롭지 못한 세대의 어둔 바람이 불어오던
융희(隆熙) 2년
그래도 계절만은 천년을 다채(多彩)하여
지붕에 박 넝쿨 남풍에 자라고
푸른 하늘엔 석류꽃 피 뱉은 듯 피어
나를 잉태한 어머니는
짐짓 어진 생각만을 다듬어 지니셨고
젊은 의원인 아버지는
밤마다 사랑에서 저릉저릉 글 읽으셨다.
~ 후략
이 시에서 “ ~남쪽 먼 포구 ”라든지 “젊은 의원인 아버지”라는 시어(詩語)에서 포구의 마을에서 태어나고, 의원인 아버지가 사랑채에서 저렁 저렁 글 읽으셨다는 것으로 보아 그의 생가가 통영이었음을 가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포항여고 교장으로 재직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깃발처럼 살다가 영원한 노스탈지아의 손수건처럼 그는 우리에게 향수(鄕愁)같은 그리움을 남기고 떠났다.
천여편이 넘는 주옥같은 시가 담긴 12권의 시집, 그리고 2권의 산문집과 1권의 수상집에서 그의 문학정신과 따뜻한 인간애는 우리가 진정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인간과 생명, 그리고 희망을 노래한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시인 청마,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의 불휴(不休)의 시 속에 남아 있는 따뜻한 인간애와 시혼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귀로에서
우리 일행이 청마문학기념관 답사를 끝으로 이날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후 6시 30분 합천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를 태운 해인관광광버스가 거제 - 진주간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차안은 홍래와 진영이가 번갈아 가며 마이크를 잡고 못 다한 여흥을 노래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신명나고 즐거운 모습들이다. 그런 진영이를 보고 "등굽은 나무가 고향을 지킨다"고 오전에는 어미를 돕고 있는 둘째가 그렇게 든든하다고 말했던 김숙희 지부장이 오후에 돌아올 때는 술값 갚어준 이야기로 그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렇지만 그 말 속에는 지극히 아들을 사랑하는 자상한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날 최고령이신 홍래 자당께서 굽은 허리에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일정을 함께 하실 수 있을까 걱정되었으나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고, 거뜬히 편력(遍歷)하셨다. 오전에 통영 풍화일주도로 도중 전망대 휴식처에서 "자가 좀 아프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겠나"하시며 아들 홍래가 들리지 않게 한숨쉬는 모정의 수심(愁心)을 곁에서 들을 수 있었다. 자식의 아픔을 대신 할 수 없어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이 세상 더 숭고하고 더 아름다운 마음이 어디 있을까,
도중에 일행은 진주의 ‘종로쌈밥집’에 들려 만찬을 즐겼다. 돼지고기 쌈밥에 생선과 게장, 후식으로 누룽지숭늉으로 입가심을 하고 오던 길을 재촉해서 귀로의 버스에 올랐다.
이날도 우리는 장사도 문학기행을 통해 우리나라 팔경 중에 가장 아름다운 한려수도 해상공원과 천연의 숲을 자랑하는 장사도의 빼어난 경관을 감상하면서 향후 창의적 문학활동과 상상력에 심원한 에너지를 충전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원 상호간 돈독한 우의와 신뢰를 다지는 귀중한 시간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날의 유익하고 보람된 장사도문학기행을 위해 기획부터 마치는 순간까지 애를 쓰신 김숙희 지부장님과 손국복 전지부장님, 정유미 사무국장, 강배훈 간사와 찬조해주신 회원여러분들에게 충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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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긴 문학기행문 잘 읽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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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댓글은 관리자 잡글 정리하면서 다 날라가 버리고 휴 -아쉽네요^^
합천문협의 또 다른 소상한 문학사 기행 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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