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합천예술제에 대한 제언
사단법인 한국예총합천지회가 주관하는 합천의 여름 축제인 합천예술제가 지난 8월 1일부터 5일까지 "사람과 자연 그리고 소통을" 주제로 국악과 무용, 연극, 노래, 시낭송회 등이 일해공원 야외공연장과, 합천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렸다. 합천문화예술회관에서는 합천미협회원전 및 경남향토사랑순회 그림전이 그리고 용주면 합천예인촌에서는 수석전시회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공연 및 다채로운 전시행사가 합천군 일원에서 열려 더운 여름철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에의 심원한 감성을 고취하고,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가 되었다. 8월 1일 첫날 개막식에는 (사)한국국악협회 창원지부에서 2011년 우수예술단체 시군 순회공연으로 합천의 일해공원 야외 공연장에서 우리민족의 삶 속에 녹아있는 가무와 악을 곁들인 흥겨운 가락과 경기소리 등을 국악 한마당으로 펼쳐보였다. 이날 밤 공연 중에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지만, 공연은 멈추지 않았고, 시종일관 계획된 프로그램이 그대로 진행되었으며, 관객들도 이에 호응하여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 관객은 비닐 비옷을 입고 하의는 온통 비에 젖은 채, 무대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출연자들의 열정적인 공연에 화답함으로써 출연진과 관객이 하나 된 무드로 진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합천음악협회 음악여행의 정기공연으로 ‘통기타, 셋째 날에는 ‘합천윈드 오케스트라’ 초청공연이 있었다.
넷째 날에는‘연어의 시인’으로 통하는 안도현 시인을 초청, 문학특강과 함께 조진래 국회의원, 하창환 합천군수, 문준희 도의회의원, 박우근 합천의회의장 등 지역 명사를 초청해 애송시 낭송회를 가졌고, 마지막 날에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권미애 무용단 초청공연을 끝으로 ‘2011 합천예술제’가 그 막을 내렸다.
그러나 순수한 지역 예술제는 그 지역의 전통문화와 지역의 특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민선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방의 전통과 정체성(正體性)을 살린 다양한 축제들이 지방마다 그 특성을 보이면서 개최되고 있다.
2006년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는 약 600여개의 축제가 있고, 우리 경남은 56개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이중 진주 남강유등축제와 하동 야생화축제, 통영 한산대첩축제, 그리고 산청 한방약초축제가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축제로 정부의 지원도 받고 있다. 물론 우리 합천에도 고려대장경을 봉안한 해인사가 있기 때문에 고려대장경문화축제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장경을 강화도 선원사에서 출발해서 용산강 지천사를 거쳐 해인사로 이운(移運)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순수 우리 합천의 축제행사로만 볼 수 없는 국가적인 행사이다. 반면에 진주에서 해마다 열고 있는 남강유등축제와 병행한 진주의 '논개제'를 예를 들어보자, 진주의 논개제는 2002년도에 처음 개최되어 근년에는 진주의 남강유등행사와 쌍벽을 이루면서 전국적으로 수만 관광객이 몰려오는 지역문화예술제로 많은 관광소득을 올리면서 지역문화제로 발전하고 있다.
진주 논개제는 지역의 훌륭한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순국한 성주 김시민과 논개를 비롯한 7만 민관군의 충절과 진주정신을 포괄하면서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전통예술의 축제로 발전했다.
따라서 진주는 남강과 진주성을 중심으로 한 임진년 진주대첩과 의기 논개의 충절이 살아 숨쉬는 진주의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순수 진주문화예술의 지역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해마다 시행되는 진주축제 내용을 보면 개제식(開祭式)에서는 신위순행(神位巡行) -개제선언- 뮤지컬 논개 공연- 논개남강투신 재현- 마당극 공연- 논개음악회 순으로 식이 진행되며, 부대행사(附帶)로는 진주 전국 민속소싸움대회, 화포발사시연, 논개페스티벌, 줄타기, 진주비빔밥 축제, 조선시대 진주목 관아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이처럼 문화예술 활동이 근래에 와서 지역마다 특성을 가지고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축제는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순기능과 문제점도 있다. 지역축제의 순기능면을 보면 우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 복지 욕구를 충족시켜는 기능을 하고 있고, 사회 구성원들의 동질성과 정체성 확보에 기여하게 되어 구성원들이 소속감과 함께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이 축제를 통해 지역과 국가간에 문화교류의 교량역할도 하게 되고, 지자체의 인지도 향상에도 기여하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지역문화 예술의 창조와 발전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고, 그 부수적인 효과로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문제점도 많이 노출되고 있다. 지역의 축제는 먼저 그 지역의 인물이나 역사적 배경을 구현해야 하는데, 그러한 전통이나 정체성(正體性)을 외면하고 대중인기에 편중하는 유명국악인이나 가수, 탈렌트 등을 초청하는 주체성 없는 예술행사에 주력하는 경향이 많다.
우리지역 축제가 우리 고유의 문화`예술을 전승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하려면 우선 우리지역에 기반을 둔 축제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우리 문화에술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합천예술제는 합천의 전통과 정체성(正體性)을 살릴 수 있는 예술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합천문협이 발간한 합천문학 제17호 (2009)에는 손국복 지부장의 머리말인 "합천문학의 역할과 사명"에서 “우리 지역 문화예술의 근본과 정체성을 애써 살려 맥을 이어 가는데 우리 합천문협의 역할과 사명이 중차대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우리는 미력하나마 우리의 길을 열심히 걷고자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합천의 전통과 정체성과 관련된 소재는, 예를 들면, 삼국통일의 기초가 되었던 대야성 전투에서의 죽죽의 충절이 있고, 고려조에서는 거란과 몽골의 침략을 불력(佛力)으로 막으려했던 조상들의 호국정신(護國精神)이 응집된 팔만대장경이 있다. 또 조선조에서는 주세붕의 서원창건과 교학정신, 남명사상으로 대표되는 경의사상(敬義思想)과 실천궁행(實踐躬行), 내암 정인홍 선생의 항왜창의(抗倭倡義) 정신이, 그리고 지방에서 가장 선구적 역할을 했던 합천군민의 3,1 독립만세 항일운동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숭고한 정신을 어떻게 문화예술로 승화(昇華) 발전시킬 것인가는 문화의식, 즉 문화마인드와 그에 따른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같은 유형, 무형의 소재(素材)를 미술(조각)이나 음악, 문학, 건축, 연극, 영화 등으로 창조적으로 표출(表出)함으로써 합천문화의 근본과 정체성을 살려나가는 합천예술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우리문화의 근본과 정체성(正體性)인 우리 지역의 특성과 전통문화를 가장 잘 살리는 '합천예술제'가 되도록 연구하고, 그것을 프로그램화 내지는 문화관광콘텐츠로 개발하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합천예술제가 합천의 정체성을 표방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축제가 되고 세계적인 축제가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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