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걸개시와 부채시화 작품
걸개 시화 작품
1. 세월호의 참사를 지켜보며
민족 전체를 가사상태(假死狀態)로 빠트린 대참사의 현장, 진도 팽목항,
길게 늘어선 방파제 난간에 ‘살아서 돌아오라’, ‘천국으로 가세요’라는 비원(悲願)을 적은 노란 리본들이 바닷바람에 한없이 하늘거린다. 그것은 흐느낌이다. 아니 비명(非命)으로 숨져가는 어린 넋들이 외치는 단말마(斷末魔)의 통곡이다. 이보다 더 억울하고 비통한 일이 또 어디에 있으랴, 하늘도 울고 바다도 울고, 국민들 모두가 내 자식, 내 형제를 잃은 슬픔으로 함께 울었다. 오호(嗚呼)통재(痛哉)라! 오호(嗚呼) 애재(哀哉)라!
우리는 잔인한 계절, 2014년 4월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2. 함양문화유적 기행
함양 상림 숲에서
함양 상림숲은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인공 숲인데도 천연림처럼 울창하고 포근하다. 울림(鬱林)이 햇살을 가리고 턴널 같은 시원한 산책길을 뚫어놓았다. 가족들과 연인들, 단체 관광객, 남녀(男女) 노유(老幼) 이 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가 한가롭고 즐거워 보인다. 상림은 계절마다 색다른 빛깔을 낸다. 위천(渭川)이 옆에서 흘러 아침이면 물안개가 은은히 피어오르고, 봄에는 연두빛 신록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진다. 가을에는 천자만홍(千紫萬紅) 단풍이 아름답고, 만추(晩秋)에는 두툼한 활엽수 낙엽을 온통 길에 깐다.···
부채 시화 작품
1. 아! 내고장 금수강산이로다
보라! 저 해인성지 품은 가야산!
영암사지 쌍사자 품은 황매산
4월 화사한 백리 벚꽃 길
5월 철쭉꽃 화신(花神)
아침안개 자욱한 맑은 합천호
가을엔 천자만홍, 비단옷 갈아입는 홍류동 계곡
정견모주 사철연연(四季戀戀) 이비가 기다리는 상아덤,
아! 내 고장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로다
2. 가야산과 일곱 왕자 중에서
나는 함박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날, ‘고마코’ 같은 눈 속의 청결한 여인이 그리워 가야산을 오른다. 여인은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칠불봉 위에 요염하게 앉아있다. 그리고는 정상으로 오르는 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려다보며 기다리고 있다. 가야산의 하얀 눈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청결하고 아름다운 여인은 아마도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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