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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문학21호 이동배 작품 올리미데이



추천 :	442	이름 :	이동배	작성일 :	2013-08-14 13:03:20	조회수 :	2,154

*동피랑에 가면

언덕배기 길 따라
옹기종기 모여 살며
골목마다 뭉게뭉게
꿈들이 웅성거리는
비탈길
오르다보면
꿈틀대는 삶의 흔적

느리게 흘려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차곡차곡 쌓여가는
담벼랑 그림이야기
골목길
가득 쏟아져
구불구불 꿈 자락

온종일 오순도순
속닥거리는 길화랑과
청잣빛 물길 쏟으며
기다리는 빨간 우체통
그리움
빛깔 채우며
아롱대며 서 있다.

*동피랑 : 통영시 강구항에 있는 “동쪽 벼랑” 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설치했던 “동쪽 포루”라는 뜻으로 구불구불한 산비탈 동네를 온통 벽화로 장식하여 관광 명소가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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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우듬지에

보름달 덩그라니 나뭇가지 걸터앉아
활처럼 동그랗게 가슴 내 깊이 새겨
길마저
잃어버린 걸
모른 채로 서 있는

대롱대롱 새눈 달린 깊은 숲속 하늘 끝
가슴팍 저미는 솟대에 앉은 맘도
멀리 온
달빛 별빛 땜에
숨어버린 숨소리

창가에서 숲속에서 오랜 세월 우두커니
겨우내 벗은 몸에 달빛 새겨 토닥이다
시간이
스치기만 해도
휘어지는 우듬지

새벽녘 돋을볕에 봄창가 수런수런
굽어진 배롱나무 배시시 웃음 짓고
바람이
우쭐해져서
가지마다 남긴 정

*우듬지 : 나무줄기의 끝부분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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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이 지나간다

지치고 어리숙한 희미한 모습으로
언제나 지나쳐 온 지나간 그 자리에

한 움큼
버려진 상처
슬금슬금 되새김

낮게 깔린 솜털구름 바지랑이 사이로
말쑥한 낮달 하나 침통스레 지나간다
오롯이
줏대도 없이
보는 사람 없어도

어디로 가는지도 무엇을 하는지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흐릿한 존재가치
버릇이
되어버린 건
창조신의 사생아私生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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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꽃은 밥이 아니다

하이얀 이팝나무꽃 향기를 흠씬 들이킨 채
굶주린 뱃가죽을 움켜지고 죽은 나비
천년을
되풀이 하던
벗지 못한 허울들

허깨비로 살아가는 저무는 골목길에
헐값에 옷 벗는 길가의 가로수 밑에
깡통이
넘쳐 뒹구는
여유로운 휴지통

배고픈 풍요로움 스치듯 지나치는
차창에 가득한 곳 스멀스멀 자라나
외마디
비명 지르며
여기 저기 토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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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지도

삼덕항의 번화가는 욕지 가는 뱃머리다
떼 지은 갈매기들 기웃기웃 너울너울

저마다
흐르는 세월
주워 담기 바쁘다.

욕지도항 1번가에는
*숨비소리 모여 산다.
뭍을 향한 그리움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부웅 붕
뱃고동소리
하얀 물살 가른다.

*숨비소리 :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테왁을 잡고 숨을 고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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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 생각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숨 쉬는 일이다.
게으른 사람들은
그 쉬운 일 안하고 죽는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숨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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