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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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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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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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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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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7 15:03:28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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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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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생명에의 경외심(敬畏心>
작년 신묘년 겨울은 여느 해보다 추웠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한파가 연일 몰아쳤고, 눈도 많이 내렸다. 이전에는 겨울이라 해도 3일 춥고 4일 따뜻했던 삼한 사온대(帶)여서 겨울나기가 대수롭지 않았는데, 근래에 와서는 5한 3온대로 더 길고 더 추운 날씨로 바뀌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백두대간 끝 가야산 자락에 자리 잡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가야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가야천과 매화산 골짜기의 이천천이 만나는 모듬내 강 언덕에 인적이 드물고 주위가 조용한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면 산짐승들이 먹을 것을 찾아 인가로 내려와 곧잘 두리번거리는 곳이다. 맷돼지도 새끼와 함께 열을 지어 다니며 우리집 남새밭을 그 두터운 입술로 헤집고 지나갈 때도 많다. 이처럼 산짐승들이 우리집 근처에 자주 나타나는 것은 집 뒤 강 건너 저편 산에 사람들이 잘 오르지 않는 깊은 계곡이 있고, 그곳에 사는 산짐승들이 겨울을 나면서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발정기(發情期) 고라니 암컷이 수컷을 부르는 구애(求愛)의 괴성(怪聲)도 이따끔 들린다. 1989년 입춘(立春)이 지나고 가야산 끝자락 이곳 골짜기 안에 <봄이 오는 소리>가 여기 저기 들려오는 이맘때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산 계곡 눈 덮인 강가에 버들강아지가 은빛 새 하얀 순을 내밀고, 꽁꽁 얼어붙었던 계천이 녹으면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계곡에 동면(冬眠)을 깨우며 봄을 재촉하고 있는 어느 날, 어둠이 깔리는 늦은 시각에 낯선 불청객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고라니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마당 안까지 겁도 없이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저녁 식사 후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낯선 침입자를 본 나는 엉겁결에 이놈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깥 출입구 쪽을 막으며 안쪽으로 무작정 쫓았다. 갈 데가 막혀 당황한 이놈은 나를 피해 집안 출입문 옆 유리창의 불빛을 보고 그 방향으로 쫓아 들어가면서 유리창을 박살내고, 안방까지 뛰어들었다. 뒤따라 들어간 나와 방안에서 쫓고 쫓기는 치열한 공방전이 한참동안 벌어진 후 한순간 그 놈을 잽싸게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이놈의 네 발을 밧줄로 꽁꽁 묶었다. 끝까지 발악하다가 힘이 다 소진된 이놈은 저항을 포기하고 나의 처분을 바라보며 비명하고 있었다. 그 눈에 고인 눈물을 보는 순간, 나는 그 때까지 나의 행위가 완전히 이성(理性)을 잃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말 못하는 이 가련한 짐승에게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되면서 후회가 됐다. 옆에서 지켜보던 집사람도 가엽게 생각되었던지 살려 보내자고 했다. 묶었던 줄을 얼른 풀어 이놈을 살려 보냈다. 그녀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기고 간 것은 현관과 방안에 깨진 유리 조각들의 난장판과 그것에 찔린 내손의 상처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사건을 통해서 나는 짐승에게도 목숨이 다 하는 순간, 절망에 절규(絶叫)하는 비애(悲哀)가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해서 어찌 함부로 포획하고 살생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다시는 짐승을 헤치지 않으려고 결심했다.
고라니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와 그렇게 곤혹을 치룬 그해 여름, 어머니가 향년 72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 장례식 날, 내가 이집에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고향마을에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이웃집 어른 한 분이 상여 뒤에서 장지까지 멀리 따라 오시면서 내게 하신 말씀이 "이 선생 산 짐승이 집안에 들어오면 그 집안에 액(厄)이 생겨 사람이 죽는다고 하는데, 모친께서 그 액을 안고 가신 것이라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평생 가족을 위해 고생만 하셨던 어머니가 이제는 편안하게 노후를 잘 지내시도록 못 다한 효도를 해야겠다고 늦게 철이 드는 때쯤, 그분의 말씀대로, 어머니는 그 고라니에게 저지른 내 죄업을 대신 짊어지고 세상을 떠나신지 모른다.
불가(佛家)에서는 생명을 가진 모든 중생들이 죽으면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많은 선업(善業)을 쌓으면 죽은 뒤에 천상에 태어나거나,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고, 죄업을 많이 지으면 축생, 아귀 또는 아수라로 태어나거나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생명의 실상(實相)이 무엇이기에 중생들이 그렇게 육도윤회를 한단 말인가? 내 부모님은 가난해도 평생 선(善)하게 사셨는데, 돌아가신 후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 두 분과 먼저 세상 떠난 아우의 영가(靈駕)를 절에 모시고 49제는 물론, 우란분절에 올리는 천도제도 여러 번 올렸다. 그리고 나 자신도 죄업을 짓지 않도록 불자의 계행(戒行)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절을 자주 찾아가 깨달음의 이치를 알기 위해 참선 수행을 하면서 불자의 길을 걷고 있다.
히말리아의 설산(雪山)에서 카필라의 왕자 싯다르타(석가모니)가 그랬던 것처럼, 납자(스님)들뿐만 아니라 모든 선남, 선녀들이 진정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면 우주와 생명의 실상을 깨닫게 되고, 깨닫는 그 순간 온갖 집착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우주가 내 자신이고 내가 곧 우주임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룸비니동산에서 태어난 싯다르타가 태어나는 순간 한 손은 하늘을,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리키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괴로움뿐인데 무엇이 즐겁겠는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何何樂者?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하하낙자)라고 말하였다.
삼계(三界)란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에 태어나 고통 속에 살다가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6도 윤회를 하는 중생들이 사는 세계를 말한다. 싯다르 태자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어갔다는 것은 사생(四生:태생 난생 습생 화생)의 중생들이 이러한 육도(六道)의 윤회에서 벗어나 구제될 수 있음을 뜻한 것이다. 예수가 인간의 원죄를 속죄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싯다르타 즉 석가는 고통 속에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고 인간 본래의 성품인 '참된 나(眞我)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아독존(唯我獨尊)'의 <나>는 싯다르타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천상천하' 즉 삼계(三界)에 있는 모든 존재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상징한다. 원래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는 영원불멸의 진아(眞我)인 이것을 불가에서는 진여(眞如) 또는 불성(佛性)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함께 있었던 육신이 죽으면 그 육신에서 떠나 육도윤회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도 모든 동물은 몸(body)과 혼(soul)이 있고, 사람은 몸과 혼과 영(靈 : spirit)이 있다고 한다. 영(靈)은 영원히 죽지 않고 영생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불교와 유사한 점도 있다.
그런데 불교의 윤회설에는 죽은 사람이 짐승으로 태어났다가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0여년 뒤 내가 거제에 있는 K여상에 전출되어 그곳에서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어느 날 고승 한분이 그 학교 인근에 있는 S 사찰에서 법문을 하는 것을 경청하게 되었다. 그 스님은 오래 전 내가 Y고등학교 불교학생회 지도교사로 활동할 때 잘 알고 있었던 당시 H라는 큰 사찰의 살림을 맡고 있었던 총무승 M스님이셨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고 전제하고 들려주는 그 스님의 법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김천과 거창 사이에 있는 어느 마을에 한 50대 부부가 집안에 개 한 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꿈에,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 나타나서 "애야 지금 너의 마당에 키우고 있는 개가 나다. 내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H사(寺) 장경각에 있는 <반야심경> 경판을 나에게 보여주면 되는데, 그렇게 해주면 더 소원이 없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꿈에서 깨고 난 뒤, 이 아들이 다음날 개를 대리고 H사로 떠났다. H사를 찾은 이 아들이 찾아온 사실을 자초지종 스님에게 전하고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줄 것을 간청했다. 원래 절에는 개를 들이지 않는 법, 처음에는 이 아들의 청을 듣는 척도 하지 않던 스님이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절에서 할 일인데, 끝까지 거절할 수 없었던지 이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경판을 개에게 보여준 그날 밤 그 아들이 개를 대리고 자기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다시 꿈에 나타나 "아들아 네가 나를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 나는 이제 네 곁을 떠난다."고 말하며 사라졌다.
꿈에서 깨어난 아들이 이튿날 마당에 있던 개를 찾아보니 그 개는 이미 마루 밑에 죽어 있었다. 그 스님의 법문대로라면 그 어머니는 그날 밤 이후 49일을 지나 어느 날 어떤 집 아기로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났을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불가에서 법문으로 들을 수 있는 종교적인 설화(說話)이고, 꿈은 사람이 잠잘 때 무의식에 잠재했던 것들이 뇌속 연수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한 프로이드 (Sigmund Freud)나 융(Carl Gustav Jung) 같은 세계적인 심리학자들의 꿈 분석과 그 이론으로 비추어 보아, 현실과는 상관성이 없는 이야기지만, 생명경외(生命敬畏) 사상으로, 터부(taboo)시 할 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미물(微物)일지라도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 대해서는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명에의 경외심(敬畏心)을 갖게 되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언젠가는 죽음의 순간을 맞는 태생적으로 슬픈 존재들이다.
사람도 행여 그 육신 속에 영원불멸의 어떤 존재가 있더라도 생을 마감하는 순간은 태어나면서 인연을 맺었던 사랑하는 가족과 정을 나누었던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도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이별이 싫고 영원한 삶을 지속하기를 원하여, 모든 생명체들이 태어나기만 하고 죽지 않는다면, 먹을 것과 부귀 영화 등 누릴 것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 때문에 아비규환으로 세상은 질서와 평화가 깨지고, 살벌해져 생명에의 경외심도 말살될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죽어가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봄이 오는 문턱에 진달래와 개나리 목련꽃들이 그렇게 순결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게 되는 것은 지리멸렬하게 그 생명을 오래 지탱하는 것보다 새 봄에 잠시 화사하게 피었다가 어느 순간 지고 마는 그 단명(短命)을 사람들이 아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집 뒤 강건너 저편 깊은 산속에도 인간 세상처럼 산속 중생(衆生)들의 생노병사의 생태(生態)가 있다.
그곳에서 봄이 오고 만물이 소생하면, 짝 잃은 고라니의 애절한 구애(求愛)의 괴성(怪聲)이 또 들려올 것이다. 새 생명을 잉태하려는 종족유지 본능의 생태지만, 한 순간 그 즘생과 생사결판을 벌였던 내 마음에 새삼 연민의 정과 생명에의 경외심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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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아버지!마음은봄으로달려가지만대우조선소바닷바람은살벌하기그지없네요!봄이오면움쳐렸던날개를활짝열고비상하렵니다아버지우리아버지여!차분한예전의본모습을찾아요즘은감사의눈물을종종흘리는울보가되었어요!많이격려해주시고위로해주세요!이젠힘들고괴로와도슬기롭게세상과싸워이길용기가생겼어요잘할게요더이상좌절은없을거예요----막바지추위잘이겨내시고날마다좋은일과건강지켜달라기도하겠습니다!포근한하루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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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깨우치는 글 잘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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