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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문학19호 원고-수필2편(박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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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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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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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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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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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8 13:41:42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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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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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 예찬
박황규
시가 진정으로 가슴으로 오게 되는 것은 언제일까?
학교 들어가 ‘국어’를 배울 때부터 시(詩)를 밑줄 그으면서 배우지만, ‘시’를 가슴으로 짚어나가기 시작하는 것은 사춘기시절 사랑의 열병을 혼자 앓게 되면서부터이다. 시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이해한 것 같지도 않지만 다만 어떤 시에서 맘에 드는 한 구절에서 시선이 머물고, 한참을 보게 되고, 하루 종일 한 구절의 ‘시구’를 기도문처럼 읊조리게 된다. 그것이 안식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격정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도통 내용이 들어오지 않으면서도, 시를 닥치는 대로 읽기도 한다. 계속해서 시집을 손에 들게 된다. 마치 시집에 열병을 가라앉히는 치료법이나 약물조제법이 적혀 있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내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의 시를 찾아 나서게 된다. - 내 심정을 표현해 줄 그 한 줄.
죄진 것도 아닌데, 조마조마한 왠지 모르는 가슴 떨림, 구름 속을 걷고 있는 듯한 가벼운 흥분, 이 세상에 혼자인 듯한 외로움, 좌절, 실망. 그리고 죽을 동 말 동한 용기가 어디선가 생기고, 또 망설임의 연속, 천국과 지옥이 1분 사이로 바뀌는 듯한 예측할 수 없는 그 기분. 그것을 위로해 줄, 잘 표현하고 나를 안아 줄 것 같은 하나의 시 구절을 찾아다닌다. 하루 중 못 견디게 가슴이 방망이질을 해대면, 당뇨환자처럼 한 구절의 ‘시구’를 기도문처럼 읊조리며내 혈관 속에 꼽아 인슐린삼아,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그리움의 당을 해갈시킨다. 그것이 마치 퇴마사의 주문처럼 나를 한 존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처럼...
시란 감정이 넘치는 격정적이고 정열적인 외마디의 외침 같은 것이다. 적어도 연애시는 그렇다. 연애할 때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말을 못해 웅얼웅얼거리다 마는 것은 삼류 소설 같은 것이다. 재미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제대로 된 소설을 쓸 줄 아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연애의 도사는 촌철애인*(촌철살인이 아니라)하게 만드는 짧은 단어와 정열로 함축된 시어로서 연인의 가슴 깊은 곳을 스스럼없이 파고드는 ‘시인’이다.
가슴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으나, 또한 어떻게 표출할 수 없는 상황 - ‘천근 무쇠로 된 솥뚜껑’에 갇혀있다 한번 양껏 용을 써 솥뚜껑을 열고 나온 3도 화상 입을 정도의 뜨거운 열기의 김처럼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 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시란, 예측불허하고 강렬하고 진실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나름의 美를 가지고 藥이 되는 것이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중략)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사랑은 그리움이 절반이다. 찾아오는 것은 빚쟁이처럼, 월드컵 축구 골 터지는 것처럼, 커닝하기 위해 두리번거릴 때 어느덧 앞에 와 선 선생님처럼 온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앞으로도 아름다운 시가 많이 나와서 사랑을 찾는 이들과 연모의 감정이 넘쳐나는 이들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것을 기대한다.
두 가지 교훈
박황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로버트 풀검>는 책이 있다. 나 역시 평생을 길러가야 할 덕목과 기술을 중학교 시절 배운 기억이 난다. 그 두 가지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국어시간에 배운 것이데, 당시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던 예가 너무 적절해 이해가 되고 머리에 쏙 박혔던 기억이 난다.
작문 시간 선생님께서 ‘좋은 글’에 대해 설명을 하시면서 든 예인데, 선생님의 학창시절 친구 이야기였다. 선생님의 친구 분은 편지를 아주 잘 쓰셨다고 하는데, 그 편지를 읽어보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사연 하나에, 문장 구절구절에 그 애틋한 마음이 묻어나왔다고 했다. 그런 예와 함께 좋은 글과 문장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의 비유는 참 적절했던 것 같다. 그 순간 그 가르침은 내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이후 글을 쓸 때마다 그 가르침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누구나 청소년기에 애틋한 연애편지 한번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면 그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을 하게 된다. 그것은 때로는 낙서이기도 하고, 보잘 것 없는 글이 되기 십상이다. 성급함이나 너무 직접적인 것은 서투른 대쉬 만큼이나 설득력이 없다. 때로는 글에서 너무 서두르는 것은 글 문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깨고 읽고 싶은 마음을 반감시킨다. 어린 시절 복잡한 문장이나 화려한 수식어가 깃든 문장을 보고, 어리둥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 이유로도 잘 쓴 글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오히려 내가 이해할 수 없을수록 그것은 왠지 모를 수준 높은 글이라 생각이 되었다. 하지만 차츰 세상을 보는 눈이 생기며 글에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때로는 모르면서도 아는 것처럼, 조금 알지만 박식한 것처럼, 그렇게 큰 아픔과 고통이 아니면서도 절박한 것처럼 ‘꾸며’ 글을 지을 때가 있다. 하지만 글의 역음인 문장(文章)에서 진심을 숨기기란 쉽지 않다. 결국은 작은 문장과 어귀 하나에서도 본심이 드러나고 만다. 결국은 글은 그 글을 쓴 사람과 함께 생각되어진다. 유명한 시인의 생애와 시 그 자체가 따로 인 채 감상되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윤동주님의 시를 시대상황과 분리해 시 자체로만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글은 삶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도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도 않지만 물결처럼 여러 풍파가 함께 있는 것이지만, 흐르는 모든 강물은 바다로 가는 것처럼 큰 뜻에 있어서 간단한 면도 있다.
살아가는 삶은 시냇물처럼, 깊은 산 속 샘물로 흐르다가, 굽이굽이 계곡물이 되어 흐르고 또 강이 되어 느긋한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안고 품고 아우르며 가는 삶과 같은 글이 바로 힘이 있고 감동을 주며 우리와 함께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그때 그 수업시간으로 돌아가 고개를 끄덕여 본다.
또 하나는 수학시간에 벌어진 이야기이다.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옆 반에서 갑자기 떠들썩해지고, 소란스런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얼마 있지 않아. 옆 반 여선생님께서 한 학생을 데리고 왔는데, 정말이지 그 친구를 보며 우리도 깜짝 놀랐다. 그것이 머리에 피가 묻어 앞머리 부분이 빨갛게 물들었고, 그 친구의 얼굴도 피가 범벅이 된 상태에서 엉엉 울면서 눈물이지 콧물인지 정신이 없고, 일단 그 친구를 보는 순간 벌떼한테 둘러싸인 듯 정신이 하나도 없어졌다. 그러나 우리 수학선생님은 무엇을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빠르게 움직이셨고, 아주 침착했다. 옆에 데리고 오신 선생님께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간단히 물으셨고, 상처부위를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잽싸게 손수건을 하나 구한 다음 상처부위를 지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 피가 계속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그 학생과 선생님은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장난을 치다 그랬는지, 앉은 상태에서 졸다 그랬는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넘어지며 책상의 뾰족한 모서리에 머리를 찧은 거였다. 당연히 뾰족한 부위로 인해 머리부위 피부가 짧게 찢어졌고, 그곳에서 피가 펑펑 쏟아졌던 것이다. 갑자기 피가 펑펑 나오고, 얼굴을 덮으며 뜨뜨근한 피가 흐르기 시작하니 깜짝 놀랐을 테고, 이런 소동이 있는 줄 모르고,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은 아이가 얼굴과 머리를 피로 물들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어떻게 할 줄 몰랐던 것이다.
결국은 그렇게 지혈을 하고, 안정을 찾은 후 병원으로 갔다. 생각보다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니었고, 그 친구는 머리에 반창고를 하나 크게 붙이고 얼마간 학교를 돌아 다녔다. 그렇게 그 친구를 병원에 보낸 후, 수학선생님은 우리에게 한 말씀이 있다. 뭐라 말했는지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선생님이 취했던 침착하고도 적절한 행동이 우리에게 보여준 참 가르침이었다. 무슨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어떠한 환란이 닥치더라도, 침착하게 잘 살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말씀이 아닐까 싶다. 두렵고, 정신없이 소란스런 그런 상황에서도 수학선생님은 수학문제를 풀듯이 이 소란의 맥을 짚고는 단숨에 답을 풀어버리듯 적절한 행동을 실행에 옮겨 그 당시의 난리에서 모든 것을 평정시킬 수 있었다.
이후 살아가면서, 급한 일이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일,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내 눈앞에서 펑펑 울며 우왕좌왕하는 그런 비슷한 일이 내 앞에서 벌어질 때, 거기에 동요되어 나도 허둥지둥하다가도, 그때 생각이 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고, 현실의 그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려고 하게 된다. 그러면 정말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던 그 일들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중학교 때 배운 이 두 가지는 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삶에서 잘 활용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 요긴하게 사용하는 가르침이다. 내가 중학교 때 배운 것이 이 2가지뿐인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자양분이고,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받침이 되었다. 늦게나마 그 두 분 선생님께, 그리고 모든 스승님께 감사를 드린다.
*박황규 : 합천문협회원/ 국선도 단전호흡 사범/ 합천신문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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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이 중요한 것, 열매를 맺을 때까지 Never forgive 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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