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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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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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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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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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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11:20:44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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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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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 길
인생은 나그넷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허스키한 보이스칼라에 그 노랫말이 참으로 허무하고 쓸쓸한 여운을 주기 때문에 나는 성년이 되면서 가수 최희준이 이 노래를 부를 때 곧잘 따라 불렀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은 인생은 숙명적으로 나그네라고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일본의 오오사카(大板) 였다. 부모님이 재일교포로 계시던 1940년 일본열도의 항구도시 대판(大板 :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나는 전쟁의 공포 속에 살았다. 열강들의 식민지 확보를 위한 태평양 전쟁의 와중에 나는 부모님을 따라 오사카에서 히로시마, 나고야 등지를 전전하며 살았는데, 가는 곳마다 미공군의 L-9 정찰기와 그 뒤를 따라 기관총을 난사하는 제트기 편대들, 그리고 B-29 폭격기들의 폭음 소리를 들으며 공포속에 하루에도 몇 번씩 방공호를 들락거리면서, 어린 가슴을 조이며, 일본에서 자랐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내가 여섯 살 되던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원폭의 투하로 일본이 미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나는 부모님과 함께 해방된 고국에 돌아왔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던 때 다행히 그 한 달 전에 부모님을 따라 히로시마에서 나고야로 이사를 해서 나는 원폭피해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다. 만일 그때 우리 가족이 히로시마를 떠나지 않고 그대로 그곳에 눌러 살았더라면 나는 이미 한줌의 재로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만일 살아남았더라도 지금쯤 고통스런 생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1945년 8월 14일, 태평양 전쟁에 패한 일본 천황 히로히토의 느리고 떨리는 항복방송이 전파를 타고 일본열도와 한반도 전역에 울려 퍼질 때, 엎드려 오열하며 울부짖던 일본 국민의 비통해하는 모습을 지금도 가끔씩 다큐멘타리 영상물에서 본다. 무모하게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군국주의 일본이 받아야 할 당연한 최후 심판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전쟁의 혼란과 공포를 일본국민과 함께 공유하며 그곳에서 살았던 내가 한때 그곳을 유람했던 이방인처럼, 전쟁 패망과 함께 공황상태에 빠진 그들의 처참한 모습을 강건너 불난 집을 구경하는 것처럼, 그들의 불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꼈다. 물론 일본제국주의로부터 35년 동안 식민통치를 받았던 배타적 민족주의의 반발 의식도 있겠지만, 해마다 몇 차례의 태풍과 잦은 지진이 일본열도를 강타할 때는 나는 현해탄 넘어 이쪽에서의 상대적 안정감 같은 것을 느낀다.
지난해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해일)로 희생된 사람의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여진이 연일 폭발할 때, 그곳 주민들의 불안한 표정을 보면서 오히려 나는 이곳의 평화로움과 행복을 실감했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6년 살았다가 고국 대한민국에 귀환했기 때문에 나는 어쩌면 '그곳을 잠시 지나간 나그네' 라고 할 수 있을까? 불타 세계의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지구촌은 광대무변한 시방세계(十方世界 : 광활한 우주세계) 중 잠시 왔다가 떠나는 여행지인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100년도 못 살고 떠나는 이곳의 짧은 삶은 잠시 지구촌으로 놀러왔다 다른 곳으로 떠나는 나그네 같은 것이 우리 인생인지 모른다.
불교에서는 인생을 집나간 아들로 비유한다. 법화경에는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한 사람인 마하가섭이 어리석은 중생들을 방편으로 이끄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사하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어렸을 때 우연히 집을 나가 그의 아버지가 애태우며 아들을 찾았다. 그 아버지는 부자여서 재물이 한량없었으며, 많은 시종들이 호위하였다. 아주 가난하고 헐벗은 아들은 여러 지방을 나그네로 떠돌아다니며 고생하다 50년만에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때 아버지는 그가 자기 아들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내 창고에 가득한 재산을 이제 전해 줄 아들이 제발로 돌아왔으니 내 소원을 이루게 됐구나'하고 하인을 시켜 곧 그를 데려오도록 하였다. 큰 재산을 가졌던 그 장자는 여래(부처)이고, 가난했던 떠돌이 나그네는 바로 여래의 아들인 중생이다. <법화경 제3편 제9장 영원한 생명/집을 나갔던 아들>
부처님의 아들이 중생이라면 중생(인생)도 부처라는 이야기다. 다만 깨치지 못해 중생이며, 깨치면 부처인 것이다. 사람이 깨치지 못하는 것은 탐욕 때문이라고 한다.
중생의 탐욕은 부와 권력과 명예를 한없이 가지려는 소유욕이다.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 있을 때 쓰던 발우와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 않은 평판, 이런 것들뿐이오,
'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간디어록>을 옛날에 읽은 기억이 떠올라 그의 무소유 신념이 얼마전에 타계한 법정스님을 생각나게 했다.
법정스님이 남긴 여운은 나의 귓가에서 지금도 맴돈다. 그는 니르바나(열반)의 세계로 떠나기 직전까지도 그의 저서를 통해 어리석은 중생인 나에게 심금을 많이 울려주었다. 그 중에 그가 1970년대에 쓴 <무소유>의 글 중에 한 토막이다.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主客)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도 되지만, 그만큼 많이 얽어맨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리들의 소유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 내 육신마처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이 있다할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 삼성기업 대재벌의 이 병철 회장도, 그리고 현대그룹 총수인 정주영 회장도 그 많은 재산을 남겨두고 훌훌 떠났다. 거역할 수 없는, 누구도 불평할 수 없는, 절대적인 대자연의 공정한 섭리다.
한 관광객이 널리 존경받는 랍비(유대교의 율법교사)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초라한 방 한 칸에 책상과 의자만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랍비님, 가구는 어디 있습니까?" "당신 가구는 어디 있소?" "제 거요? 저야 이곳에선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인 걸요, "랍비가 대답했다. "나도 그렇소,"
이 세상에 올 때 입고 왔던 육신이라는 옷도 갈 때는 미련 없이 벗고 훌훌 떠나는 것을, 탐욕으로 가졌던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모였다 흘러가듯, 어디로 사라져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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