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게시판

홈

합천문학 21호 원고 (정유미, 시 6편)



추천 :	525	이름 :	정유미	작성일 :	2013-08-14 10:20:59	조회수 :	1,955

흐린 저녁에는

정유미

흐린 저녁에는
슬픈 노래에 취해 울어야겠다
슬픔의 멍울 틔워
꽃잎 적셔 주어야겠다
어느새 차 올라 볼을 타고
가슴 언저리 떨어진 노을
활활 번지게
내버려 둬야겠다
이러긴가요 묻고픈 당신께
부채질 슬슬 해주면서
이게 아닌데 싶은 세월에
풀무질 푸푸 해주면서
쉬다 가다 꽃이나 툭 틔우게
손수건 꺼내지 말아야겠다.

------------------------------------------------

연호사에서

정유미

처마 끝 빗물이
도르르
강물 위로 스미고
그대 손 잡지 못한 여름이
도르르
모래 위에 쌓이고
도르르
저녁 해는 짧기만 해
도르르
도르르
도르르

--------------------------------------------

구월이 오면

정유미

골목길 걸어야겠다
전신주 아래 비릿한
여름의 자국들

창문 열어야겠다
코 벌렁거리며
소슬한 바람
들이켜야겠다

조금은 서늘히
조금은 사이를
끓어오른 것들 넘쳐
흘러간 자리
처음인 듯 그대를
만나야겠다.

--------------------------------------

겨울 터미널

정유미

별다방 돌아 걸어온다
필구
바지춤이 흘러내릴 듯
꺾어 신은 운동화가 달아날 듯
눈두덩엔 푸르죽죽
지난 밤을 매달고

벙거지 모자
마지막 담배 한 모금
버스 오른다

옷자락이 보일라
발뒤꿈치 보일라
진눈깨비 날리는데

벙거지 모자 내린다
구부정 털신 떠난다.

----------------------------------

별똥별, 태희

정유미

외숙모는 명의였다
푸닥거리 한 판이면 살쾡이도 엎드리고
대나무 가지는 영험이 좋아
누렇게 뜬 얼굴들
화색 돌아 나갔다.

태희, 별똥별 아이
구렁이가 푸른 담장을 열어 보내준
내 동생

빗장은 걸리고
댓잎 층층 쌓여갔다

녹슨 대문
살쾡이 한 마리 황급히 달아난다
외숙모는 왕진 가신지 오래.

회원작품 게시판

홈

Category	1184. 8699

번호	카테고리	제목	작성자	날짜	추천	조회
164	시	알라딘 문고 [9]	정유미	2014-03-12	406	1683
163	시	연호사에서 [1]	정유미	2013-06-28	543	1885
162	시	흐린 저녁에는 [1]	정유미	2013-06-30	539	2105
161	시	합천문학 21호 (심성희 . 시 5편)	정유미	2013-08-14	539	1885
	시	합천문학 21호 원고 (정유미, 시 6편)	정유미	2013-08-14	525	1955
159	시	귀걸이 [4]	정유미	2014-04-18	406	1925
158	시	도자기 시화전 (정유미)	정유미	2013-08-19	493	1761
157	시	공원시화전 (정유미)	정유미	2014-05-30	372	1788
156	시	풀잎의 노래 외1(공원시화전 )	정유미	2017-06-29	184	1427
155	시	부채시화전(정유미)	정유미	2014-05-29	400	1798
154	시	옛집에 들다 [4]	정유미	2013-11-07	499	1991
153	시	농파 리영성 부채시화전	정유미	2014-06-16	309	1681


[1].. 86 [87][88][89][9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