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벚꽃, 떨어지고
김숙희
혈맥을 타고 생살 돋아나는 살금 좀 보세요.
오슬오슬 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피 쏟으며
화라락
화라락 피어난 살점들
바닥으로 떨어져 내릴 때 마다
아찔한 현기증 가슴에 묻었어요.
거꾸로 서서 바닥 좀 보세요.
한,길 깊이로 누운
어머니의 살점들
푸른 강
그 어디쯤 가 닿으면
금불초 꽃 ,사랑초 꽃
불붙는 심장 소리 들어 보세요.
2, 알 것 같아요.
김숙희
허허로운 들녘 나무로 서있습니다.
지나가는 것은 바람소리 뿐
그저 생각나는 것은 장례 예식장으로 실려 가는 주검처럼
제1실을 지나
10실에 가 닿을때
편안한, 그것은
알것 같은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어머니의 자궁이었습니다.
3 , 사월 오후
김숙희
쌀가루 후루루 허기 체우고 그리 높지 않은 산을 올랐다
몇 달 전 부터 아픈 무릎은
걸을 때 마다 삐걱거리는 목선처럼 소리를 낸다.
고사리, 혹시 고사리가 쏘옥 나왔을까?
더 깊이 산을 올랐다, 아직도 냉기 많은 북쪽 바람은
머리끝을 위로 잡아 당기는 소름으로 돋았다.
나뭇가지를 꺾어 땅을 치기도 하고
“옴 아모가 바이로 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홈”
무서운 영혼들이여 극락왕생 하소서
진언을 외우는데
쏘옥 내민 고사리
널 갖기 위해 허리 구부린
남풍은 아직도 먼 -사월 오후
4, 한 낮, 타프롬 사원
김숙희
빛 스며들기 전
쿨렌산 체석 장 돌들은 숨 죽인 채
운하를 타고 내려 왔다는
어머니를 위해 세운 거대한 사원
새의 배설물을 통해
뿌리내린 스펑나무
사원을 잠식해 버린 스펑나무 사이로
구석구석 빠져버린 보석들을 줍는다
보석의 방 지나
통곡의 방,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왕의 애잔함이 눈물로 흐르고
이곳만은 살짝 비껴 앉은 스펑나무
불가사이한 일이라, 등짝 밀어붙이는
사람, 사람들
눈 부셔라
차마 마주 할 수 없는
부처님 한분 계셨네.
*타프롬 사원 : 캄보디아 앙코르왓의 사원 이름
5 , 내리사랑,치사랑
김 숙희
1)
할머니 !
오늘 목욕하러 갈라고 했지”
-그래
_저녁 밥 잘 먹으면 데리고 갈게
응,
할머니 내 뒤에서 걸어와
_왜
할머니가 앞에 가면 내가 할머니 그림자 밟잖아
2)
- 나는 중현이가 있어서 행복하다
하하 나도 할머니가 있어서 행복하다
- 그런데 중현이가 밥도 잘 안 먹고 칭얼대면,
- 할머니 마음이 슬프다
할머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
3)
- 밥 먹어라
- 멍청히 와이래 있노.
알았어!
- 텔레비전만 보지 말고 밥 먹어
할머니가 애 먹이면 나 떠날 거야
- 어디로
저 멀리
-이놈이, 엉덩짝을 때려 부렸다
이러기야 할머니
나 사랑한다면서 이러기야
4)
사람들 앞에 나설 때는
신발도 험한 것은 못 신겠더라.
봐라 신발 이뿌제
-내 신발은 안사주고
그래 울지 마라
너는 좋은 신발 많다 아이가
할머니 사랑 한다면서
할머니 신발 샀다고 울면 상놈이제
양반 할라카마 우째야 되노
중현이 양반? 상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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