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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입니다 21호 원고 입니다



추천 :	411	이름 :	김숙희	작성일 :	2013-08-01 11:58:32	조회수 :	1,568

1)      존  재

너는 내가 좋아하는
한 송이 소담한 국화였어라
내 어린 시절 표백하지 않아도 될
순수를 일러 주었으니

너는 내가 사랑하는
한 폭의 아름다움이였어라
내 연민의 정 싹 트는 순간
미리 정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 머무는 곳이었으니

너는 내가 평생 아껴두어야만 하는
소중한 첫사랑이였어라
온 몸 데이고도 남을 뜨거움
내게도 있음을 깨우쳐 주었으니

너는 내가 사무치게 몸부림하는
한 편의 정갈한 그리움이었어라
내 질곡 같은 삶에도
언제나 품어 안은 포근함 있게 했으니

너는 내가 아파하는
덧나 아물지 않는 얄미운 상처었어라
그리 먼 길 지나오면서도
스스로 떠나지 않고
나 또한 떠나보내지 않아
동고동락하는
어쩔 수 없는 반려자이기에

이제
내가 아는 아름답고 좋은 모든 말들
다 나열한들
그 의미는 퇴색될 것이 뻔한
갈 곳 없는 미아로 허공에 걸려 있을 뿐이니

그저
기억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지워지지 않는
나만의 시(詩)어 같은 고독인 것이

  2)  추  억

일상이 무의미해 질 때
작은 흐름
마치 봄바람 볼 스치듯 응석으로 흘러
시도 때도 없이 나를 휘젓는
어김없이 같은 사람의
행인지 불행인지 종잡을 수 없는 부름

그 옛날
동네 사랑방에 둘러앉았던 광목 이불속
나란히 다리 뻗은 기억은 없어도
두렁콩 여무는 찰진 논둑에
나란히 새겨놓은 발자국
주인임을 자처하는 이름 석 자에
아무 대책 없이 투망 당하는
끝없는 고통의 유희

유독 내게만
인색하게 다가오는 봄이라 하더라도
그 이유 알 법도 해
따지지 않고
오는 대로 안는
허공에 새겨지는 밉지 않는 생각들이
짜릿한 추억과 아쉬움으로 피는
너를 전제한
시간의 애절함은
막차마저 떠난 정류소에 머물고 있다.

  3)  인    생

한 때 나마 멋들어졌던 시간
허물어지고 저문 뒤의 배고픔과 같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아쉬운
한물간 유행은
그래도 한 때를 풍미했음으로 위안한다.

흘러간다는 데는
어김없이 흘러오는 이치라
아무도 탓하거나 시비하지 않는다.

항상 새롭게만 전개되는 유행
피할 수 없는 이유는
지난날은 추억으로 남고
추억은 과거의 상징으로 우뚝 서
나를 대신해 살고 있는 이의 등대로 있음이다.

돌이켜 디자인되지 않는 아쉬움이야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다시 물려 되돌릴 수 없으니
그냥 훌훌 털고 갈 수 밖에는

무겁고도 가벼운
답 없는 답을 구하려
어리석고 어설픈 배 한 척에 몸 실어
살고 지는 강의 한 가운데
너를 동행한 내가 떠내려가고 있다.

4)  그 리 움

주고받는 알림일진데
무슨 이유로 금지 되어 있어
덩그러니 그리움을 쌓고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으로 퇴적된다.

바람은 흘러 되돌아오고
계절은 나선 길 어김없이 제자리로 오건만
허용되지 않는 모순이라 여기며
스스로 만들어 그 벽에 갇혀 있다.

생각은 생각으로
전이 되어야한다는 믿음 무색하게
궁금히 살라함은
숙명이라 치더라도 참 가혹한 일
누군가가 규정하였다면 바꾸고 싶은 의미
만들지 않았다면
그로인한 아쉬움도 아픔도 없을 테니.

캄캄한 밤은
태양이 밝혀줌을 전제한 전주곡에 불과하나
드러내 밝히지 않는 사연은
아무리 합당하다 해도
내게만은 설명되지 않는 사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초라한 위안 앞에
촛불은 위태롭게 꺼지지 않고 탈 뿐이다.

5)  이  유

넘쳐흐른 세월은
담을 수 없는 분량이라
무엇을 장치한들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저 바라만 보는 게 상책일 뿐인데
예전에 그랬듯이
봄은 어김없이 너에게 구속시켜 버리니

많은 생각
목마른 갈증이 되고
함몰되는 아픔으로 응고되는
세월만큼 진한 것임은 틀림없어라.

결코 양도되지 않는 특권 내세운
시달림이 겨워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 보고 싶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고 마니

이제는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주소를 펴들고
거기에 다다르기 위한
무의식적인 노력은
허공을 휘젓는 상처뿐인 유희에 불과한
뻔-한 사실이 반복되어도
게의ㅎ지 않는 것은

바람으로 왔다가
바람으로 사라지는
신기루에 기대 거는 어리석음
반복하지 않기 위한
회항의 먼 길
그마저도 얼만지 알 수 없어
가든 길 그대로 가는

허락 받지 못한
금지된 사랑의 전주곡에 길들여진
취객이기 때문이다.

5) 지하철 풍경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같으면서도
같지 않은
솟고 내려앉는 행렬

제 멋에 젖은 견줌은
끝없는 무승부로 떠돌고
결국은
혼자로만 살아가는
외로운 휴면화산

이유 없이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은
오고가지 않으면
탁류에 숨 쉬지 못할 운명

높고 낮은 어깨 기댄 채
서로에 희석 당하고도
당연히 아프지 않는 것은
끼-익
땅속 깊은 큰 울림의 덕분인가

휴식 없는 시간
그 속에
섬뜩한 우리가 있다.
해인사 소리길 걸으매

가야산 은구슬 바위에 안겨 쉼 없이 운다.
그치지 않는 상큼한 화음
자연으로 잉태되고
먼저 태어난 것들
지천으로 돌며 춤추게 한다.

해인성지 중생들 바람으로 스친다.
끝없이 줄지은 행렬
무념으로 승화하고
살아온 얼룩들
무딘 걸음 속에 묻히게 한다.

수려한 산야 포근히 안는다.
신비한 산사의 향
번뇌 망상을 씻어 내니
중생들 본디 모습
그렇게 맑음 알게 한다.

붉은 새떼 창공을 날아 착지한다.
하나 둘 떨어지는 모습
삶의 무게 가볍게 달아 주니
홍류동 계곡에 비친 모습
붉게 물들어 생명의 소리 듣게 한다.

하늘 내림 길 깊은 계곡 되어 흐른다.
장엄한 바위 침묵 일러주고
형형색색 나무 눈 씻어 주고
청아한 물소리 귀 씻어주니
내려놓은 다음
풍경소리에 취한 내가 신선인가 싶네.

) 잃어버린 소망

허상일지라도
그녀와 함께
무작정 열차를 타고
고향을 가는 그런 날을 살고 싶다.

나란히 내리고 타고
팔짱을 끼고
표를 사 후론트를
유유히 걸어도 좋은
세상 사람들 사이에
당연시 되는 그런 날을 살고 싶다.

두 손 꼭 잡고
따스한 체온을 나눠
지긋이 바라보며
황야를 달리는 차장에
나란히 앉는 그런 날을 살고 싶다.

긴 여행에서 돌아와
커피를 마신 이유만으로도
방 같이 쓰는 사람이라고
이웃에 소개 시키는
그런 날을 살고 싶다.

우리 아이가 떠들고
어지럽히는 공간에서
나 닮아 애먹인다고 꾸중 들어도 좋은
그런 날을 살고 싶다.

담배 피워 냄새난다고
잔소리해도
내 건강 우선임을 아는 말에 쫓겨나
베란다에 앉은 그런 날을 살고 싶다.

누가 뭐래도
하루 중에 마지막을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그런 날을 살고 싶다.
배웅하지 않아도 되는

8)     짬   뽕

바다의 사절단 사열 받는
캘리포니아산  타래 흰 실
그 속
열의 저격에 쓰러진 채소의 주검

울분에 찬 농부들의 허한 속은
영문도 모른 채 데워지고
춤추듯 휘젓는 중원의 노 저음과
짜릿한 감전도 잠시

빨려드는 5,000원을
커-억 아픈 트림으로
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한 사발

초목산천을 갈군 입성이
부메랑 되어
11월의 가지런한 차가움으로
들판에 두 눈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으니
독감예방주사 맞고서야
따끔한 아픔의 전희인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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