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일암
김숙희
대숲길 따라 오른 고즈넉한 송강사 불일암
빼꼼이 열린 사립문 사이로
시골집 한 채 앉아 있다 요사체.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이라 하셨던
말씀이
단청 없는 불일암에서 들려온다.
빠삐용 의자에 앉아
빠삐용 의자에 앉아 계셨을 법정 큰스님 닮아보고 싶어
후박나무 아래 계신 스님께 여쭙는다.
지금은 어떠하신지요.
2) 내리사랑
김숙희
-나는 중현이가 있어서 행복하다
“하하
나도 할머니가 있어서 행복하다”
-그런데 중현이 밥도 잘 안 먹고 칭얼대면,
-할머니 마음이 슬프다
“할머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 밥 먹어라
- 멍청히 와이래 있냐.
“알았어!
- 텔레비전만 보지 말고 밥 먹어
“할머니, 애 먹이면 나 떠날 거야”
-어디로
“저 멀리”
-이놈이, 엉덩짝을 때려 부렸다
“이러기야 할머니 ”
“나 사랑한다면서 이러기야”
-글자 놀이 할 사람
-요 요 붙어라.
-글자 놀이 할 사람
-요 요 붙어라.
“나요”
“나요”
-그래그래 중현이 영현이
-맞추면
-뽀뽀, 쪽, 쪽, 쪽.
-틀리면
-꿀밤, 톡, 톡,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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