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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가장 처절하게 고통스러웠던 생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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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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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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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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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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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7 14:47:05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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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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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애에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날이 있었던가
서산에 지는 해와 같은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내가 젊은이들 사이에 끼여 문학공부를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패기가 아닌, 오기라 할까, 망녕든 영감이라 할까, 그런 조소(嘲笑)가 있을법한데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나는 젊은이들과 함께 지난 4월 25일 합천읍 카폐 <다움> 실내 한쪽에 마련한 작은 문학강의실에 앉았다. 강의를 맡은 선생님은 손국복 선생님, 내가 15년 전 교직애서 퇴임하고 가야산을 오르내리며 여가를 즐기고 있을 때, 우연히 합천문화예술회관에서 선생님의 시집 출판회에 초대되어 참석한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문협 회원 중 여류시인 누군가가 음악의 선율에 맞춰 낭낭한 목소리로 선생님의 <그리운 우상>이라는 시를 낭독하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도취되면서 나도 저런 시인이 되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한 일이 있었다. 그 순간은 마치 내가 저 높은 하늘을 날며, 그리운 우상을 찾아 날아가는 한 마리의 새가 되는 상상을 하면서 ```. 그날 밤 츨판회 행사가 끝나고, 나의 상상의 나래, 그것은 한낱 헛된 꿈이라고 생각했고, 인생과 자연을 노래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문인들은 나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딴 세상 사람들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우연히 선생님과 우리 문학회 회원들과의 소중한 만남의 인연을 갖게 되었다.
그 인연의 고리를 맺게 해준 사람은 고인이 된 전 합천문인협회 김해석 회장이시다.
강의 둘째 날은 앞 주에 내가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첫 번 째 수업이었다. 그날 길에서 하마터면 지렁이를 밟을 뻔 했는데, 다행히 그것을 밟지 않았다며, 수업 서두에 왠 지령이 이야기가 나왔다. 무심한 사람이라면 일부러 밟아서 죽일 수도 있는 하찮은 한 마리의 지렁이에도 선생님은 소중한 생명체라는 생명에의 외경심(畏敬心)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평생을 아프리카 빈민들의 치료와 선교에 헌신한 알베르트 슈바이쳐는 ‘다른 모든 생명도 나의 생명과 같으며 신비한 가치를 지녔고, 따라서 존중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고 말하며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을 문명의 존속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믿고 실천했다. 이처럼 이 세상에 태어났다가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Reverence of Life)을 갖지 않은 사람의 마음에는 연민의 정이 없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물을 물아일체감(物我一切感)으로 보고 대화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진정한 시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찮은 미물(微物) 지렁이에 대한 생명에의 외경심을 공감하게 한 후 선생님이 수강생들에게 부여한 과제는 자기 생애에 가장 처절하게 고통스러웠던 체험담을 적어 다음 주에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 생애에 많은 날들이 불행과 고통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오오사카(대판)에서 태어난 나는 다섯 살 때 히로시마로 이사를 했고, 이곳에서 원폭이 투하되던 1945년 8월 9일 그 한 달 전에 나고야로 또 이사를 했다. 우리 가족이 일본에서 자주 주거를 옮긴 이유는 큰 아버지의 사업 따라 우리 가족이 움직였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일본으로 간 것은 한국에서는 일본사람에게 쌀을 수탈당하여 쌀밥을 먹을 수 없었는데, 그곳에 가면 쌀밥을 먹을 수 있으니 일본으로 오라는 큰 아버지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에 가서도 그곳에서 자주 주거지를 옮겨 다닌 것은 큰 아버지의 사업하는 곳을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에 우리 가족이 남아 있었다면, 죽었거나 살아있어도 원폭피해를 받아 평생을 고통속에 신음하며 불행한 일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일본에서 태평양 전쟁을 경험했고, 고국에 돌아와서도 6,25전쟁을 겪었다. 두 전쟁의 와중에서도 나는 태풍 한 가운데의 눈처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비교적 평온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근년에 내 생애 중 가장 큰 슬픔을 안겨주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있다. 김해석 선생과 김상완 선생이시다. 두 분 모두 오늘날의 합천문협이 있도록 초석을 다지신 분들이다. 항상 다정한 마음으로 우리회원들을 감싸주던 두 분께서 왜 그렇게 서둘러 세상을 떠났는지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김상완 선생님에게는 와병 중에 내가 병문안 한 번 가보지 못한 죄를 지었다. 평소 상냥하고 넉넉하신 성품으로 보아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시리라 생각한다. 또 한 분 김해석 선생과 나는 특별한 인연을 가진 사이다. 그와 내가 처음 만난 자리는 고령문인협회 출판회 행사 때였다. 내가 2000년 교직에서 퇴임 후 여가생활로 가야산을 오르내리면서 고령의 대가야를 건국한 가야산 여신 정견모주(正見母主)의 신화와 칠불암 스토리를 엮어 <가야산과 일곱왕자>라는 제목의 글을 고령문협지에 올리면서 나는 고령문협회원이 되었다. 그날 그 출판회 행사 때 내 좌석 바로 옆에 앉은 사람이 고 김해석 시인이었다. 행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그가 나를 보며 “이성동 선생님 아니십니까”라고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요? “예 저는 합천문인협회 김해석입니다” 나는 그와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나 수인사를 나눈 후 김회장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합천 사람입니까? 고령사람입니까? 어떻게 고령문협회원이 되었습니까?”라고 내가 야로 사람인줄 알고 물었다. 고향을 놔두고 왜 타지의 문학회에 와 있느냐면서 나를 합천문협으로 당장 옮기라는 명(?)을 내렸다. 그날 밤 행사를 마치고 우리가 향한 곳은 야로면 월광리의 한가하게 흐르는 가야천 강가의 외딴 우리 집이었다. 술잔이 오가며 정담을 나누면서 우리는 금방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날 밤 이후 그와 나는 형님과 아우 사이가 되었고, 나의 활동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합천문인협회에 입회하여 합천문인협회 회원들과도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군내 연중 문화예술행사에도 참여했다. 교직에서 퇴임하고 여생을 어떻게 하면 보람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뇌하고 있었던 나는 합천문인협회에 소속되면서 문학에의 길로 접어들었다. 문학회에 입회하고 회원들의 작품을 읽고 문학에 대한 소양을 기르며 기량이 조금씩 늘어갔다. 그로부터 3년쯤 세월이 흘렀을까 야속하게 김해석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그 8년 후에 김상완 선생이 또 떠났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고 세월이 한동안 흘러가 잊을 만 한데도 그들이 아직까지 물망초(勿忘草)의 그리움으로 문득문득 그리울 때가 있다. 1993년 문학의 불모지 합천에 최병태 윤한무 김원욱 허숙자 김경미 등 문학동호인들이 모여 합천문인협회를 결성하고. 손국복 선생님은 윤한무 시인과 거의 같은 시기 2진으로 들어와 문학의 불모지 합천에 문학협회의 새 기틀을 마련하면서 2009년에는 나의 등단 특집 수필세계를 수록한 합천문학 17호를 발간하는 주역이 되었다. 김상완 선생께서는 초판발행 때부터 작고하는 날까지 합천문학 24호까지 간행하는 큰 역할을 하셨다. 김상완 선생의 손으로 2010년에 발간한 특집 18호에는 김해석 시인의 유고가 실리고 그를 추모하는 특집이 실렸다. 회원 두 분의 추모시를 여기에 싣는다.
합천문학 18호 중에서(특집)
추모시
그해 겨울 산소에서
(김해석 전 합천예총지회장님을 그리며)
손 국 복 김옥란 (2010년 등단 시인)
시는 땅속에 묻히고 주무십니까
세상은 온통 주무시고 계십니까
잿빛 구름에 휩싸였네
음숭한 대숲 새 한 마리 그 청정한 기개 내려놓으시고
날개 파작이는 하늘가 산자락 메고 누워
송골매 잽싼 발톱으로 오늘은 쉬십니까
바람 낚아채는 대암산
박제된 영혼 외로운 사람의 친구가 되고
생명에의 모든 것 용기 잃었을 때 힘 보태 주시고
뿌리 채 굳어버린 시간 역사와 민족 앞에 등불로 사시더니
마지막 서정 시인을 보내고
남정강 결빙된 그해 겨울 오늘은 그 너른 가슴에
꽃과 나비. 시와 노래도 황토이불 덮으시고 편하십니까.
흐느끼며 설산 오르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면 통속적으로 부와 명예와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감해석 고인은 문학이라는 외길 인생을 살며 평범한 사람으로 남정강을 노래했고, 남정강 시인으로 사는 것을 자부심으로 소탈한 삶을 살다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그리움을 남기고 떠났다.
물같이 흘러버린 세월, 어느덧 내 나이 팔순이 코앞에 닥쳤다. 꿈같은 여정이었다. 되돌아보면 내 생애는 순탄한 여정도 아니었지만 결코 험난한 여정도 아니었다. 나는 젊은 시절, 국군의 간성으로서 국방임무를 수행했고, 30대 초반부터는 지방의 향토예비군 중대장으로 향토방위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30대 중반에는 교직에 들어와 각지에 훌륭한 제자들을 기르며, 나름대로는 보람된 삶을 살아오면서 어느 한 때 트라우마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고, 어떤 누구도 부럽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이제는 젊은 시절 꿈꾸지 못했던 문학과 예술의 세계에서 자연과 인생을 노래하며 도연명처럼 여생을 이렇게 유유자적 (悠悠自適)하며 보내고 있으니 나에게 무슨 여한이 있겠는가. 서산에 지는 해가 아름답기만 한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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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신접 살림을 저의 집에서 시작한 십년 아래 시동생뻘 되는 지금은 이웃사촌이된 친구가 저 세상 떠낳다고 뭘써 달라기에 소필로 반절화선지에 써내려 가면서 요즘 상주에게 절하고 나오기 마련인데 목이 메여 읽어 내려갈수 있을까?교동 근동 사람이라 더욱 먹먹한 맘인중 선생님 글 내 생에...긴 그리움 안고 절뚝이며 열심히 살아 내겠습니다. 감명 깊게 잘읽었습니다. 심성희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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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금 제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 위에 계셨던 두 선생님들을 향한 추모시와 이성동선생님께서 꾹꾹 눌러쓰는 듯한 마음의 글을 읽으며 오월의 장맛비 같은 마음입니다. 믿고 싶지 않은 너무나 가슴아프게 내린 비, 두 분의 시와 정신이 우리에게 스며 대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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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합천문협에 초석을 놓고 샛별처럼 명멸해 간 두 분을 생각하면 통렬한 아픔을 모두 느끼지만 그분들을 위해서 오늘은 한 편의 시를 더 쓰고 한혹 한혹 연민의 정을 지워 나가야 되겠습니다. 그래야 그분들도 영면으로 들어갈 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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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노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향파 이주홍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펜을 놓지 않으셨지요. 그래서 저는 아내보고 '나는 나중에 늙어 경로당이나 노인정에 가서 고스톱 치지 않아도 할 일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라고 말합니다. 특히 선생님처럼 수필을 쓰시는 분들은 익고 발효된 글을 쓸 수 있어서 얼마나 좋습니까.
선생님 작품을 읽으면서 저도 옛날을 떠올렸습니다. 그리운 사람과 함께 만든 추억을 말입니다. 그 추억들이 저를 더 성숙케하고 아직도 꿈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가 봅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참 좋은 수필 두편은 족히 탄생될 것 같네요. 잠깐이지만 추억 속으로 걷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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