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 액자 속의 사진> 중에서
이 동 실
우리의 삶 속에는 추억이 녹아있다. 한 장의 사진 속에도 나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인연들이 기억의 조각들로 살아난다.
오래전 내가 운영하던 학원에 다녔던 순영이가 시집을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딸아이 결혼을 앞두고 앨범을 정리하다보니 내가 몇 해 동안 찍어 준 사진을 통해 딸애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니 나와 인연을 맺은 모두가 어찌 고맙지 않으랴.
나는 순영이 어머니를 만난 그날 이후, 지인들의 웃는 모습이 내 카메라에 담기면 인화를 하고 액자에 넣어서 꾸준히 선물하고 있다. 많은 이들과 정을 나누고 싶은 욕심에서라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첨단시대 좀은 미련한 일이라고 흉볼 수도 있겠지만 미니 액자 속에서 웃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에너지가 전해지는 것 같다.
누가 알랴 훗날 웃는 미니 액자 사진을 가장 오래 선물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를지!
<노부부와 자장면> 중에서
이 동 실
내 기억 저편에 어둠으로 채색되어진 얼굴이었다.
20대 초반, 유치원에 근무할 적의 일이다.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들과 자장면이 맛있다고 소문 난 집을 갔다. 삐걱거리는 나무 대문을 밀고 들어서는데, 자장면이 눈앞으로 날아와 바닥으로 뒹굴었다. 체구가 큰 남자가 자장면 그릇을 내 던진 것이다. 얼굴도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는 듣기에도 거북한 욕을 해 대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할머니는 긴 세월 자장 면발을 뽑으며 무엇을 생각했을까? 날씨처럼 냉혹하고 살벌한 시간들을 빗겨서며 마음 비워내는 연습을 한 것일까. 아니면 자장면처럼 질기고 질긴 그 인연을 터득한 것일까. 요즘 사람들 같으면 저 세월을 견디기나 했을까. 삶도 인정사정없을 때가 있다고 했던 어른들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듯 엎드려 피해가는 수밖에 없다던, 그러면 또 웃을 날이 더 많아 살아 볼만한 것이 인생이라더니. 나는 훈풍처럼 포근해지는 가슴을 어루만지고 지그시 눈을 감으며 나도 곱게 늙어가야지 라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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