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빈터에
임춘지
고요한 구름 속에 가려진 별들
달빛 서서히 은비늘처럼 퍼져 나간다
산다는 기적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고통이 잠드는 사랑으로
햇빛보다 맑은 영혼으로
시를 쓰고
시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같은 노래 부르리
내 영혼의 빈 터에
8월
임춘지
태양이 내리앉은
늦은 오후
하얀 더위 머리에 인
초록 긴 그림자
뭉글뭉글 소낙구름
그림같이 다가오고
막바지 여름노래
매미가 쏟아 낸다
노을 진 해변가 모래알들
잃어버린 안개 같은 파도 위
8월은
꾸벅 졸며 한 시절
빠져나가고 있다
사랑
설렘 무르익어
활짝 핀 기쁨
꽃바람 향기
말없이 다가와
별이 비처럼 쏟아지던날
깊이도
무게도
그릴 수 도없는
가슴 흠뻑 적시는
한여름 소낙비
픽업( Pick up)
임춘지
하교시간 대치동은 교통대란이다
도로를 점령한 승용차에
아이들이 하나씩 떨어진다
밤늦게 까지 픽업이다
아이 등교 시킨 후 오전10시경
여유로이 차 한 잔 들고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가로수 옆에
세단이 미끄러져 앉는다
예쁘게 단장한 여인네가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다가와 픽업된다
이상한 풍경이다
또 다른 픽업이다.
바람1
임춘지
막바지 여름을 데리고 갈
폭우가 전쟁터 총탄처럼 쏟아지더니
서서히 구름 걷히고
파란 바람이
창가에 스물스물 들어 온다
막내가 다니는 휘문중학교
그 옆 코엑스 지하 세계가
강남 경찰서
무역빌딩이
춤추며 웃고 있는 프라타너서 가로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집안 늘려 있는 하얀 옷들이
바람따라 살랑살랑 정겨웁다.
바람2
임춘지
파란 바람 따라 아파트 앞
o.k 노래방이 집에 들어 온다
무슨 노래 부를까
어제 내린 비,
미련, 파도, 편지, 하얀나비
날이 갈수록, 터질꺼예요,
하와이 연정, 너,
못다 핀 꽃 한송이, 희나리,
그 겨울의 찻집,
하숙생, 아-하숙생
-그래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했지
-공수래 공수거라 했겠지
합천댐 방류 할 때
터지는 물줄기처럼
콰알 콰알 콸 콸
쏟아내고 싶다
가슴에 응어리진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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