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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호 작품(김영애, 최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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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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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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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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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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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6 12:01:53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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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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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칼날
밥 먹다가 이를 부러뜨렸다
그나마 불편한 의치였는데
그예 부려졌다.
부러진 이가 혀를 벤다.
생각해 본다
하루아침에 칼날 되는 게 이 뿐일까,
조각난 의치가 잇몸을 파고든다.
올 것은 언젠가는 온다.
어린시절, 빨간 내복과 머리카락에 붙어
살을 파고들던 지긋지긋한 *이 같던
그 사랑도 이제는,
*이 : 곤충류 이목[吸蝨目]의 총칭
2. 연 탄
동네 할머니들 오늘도 연탄보일러가 있는 앞집에 옹기종기 모였다.
기름 값이 하늘을 모르자 할머니들도 자기 집을 모르게 된 모양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아홉 부터 칠십년 역사가 수도 없이 씌어지고,
여덟 할머니는 눈도 침침하고 고령이라
여든여덟 내 어머니가 연탄담당이다
허리가 기역자로 굽어져 위아래로 서른여덟씩이나 되는
그 구멍을 맞추기도 힘들뿐더러 가스중독도 염려되는데,
읍내에서 여고 다닐 때, 연탄 갈아 넣는 일은 그 어려운 미적분을
풀어내는 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수 십 번씩 맞추다가 나중에는 굵은 철사를 가져와 위에서부터 구멍을 뚫어 맞추어 놓으면
당장은 얼추 맞아 불은 붙었는데 다음날 갈아 넣으려면
깨진 연탄재 때문에 난감했던 기억에 오늘, 허리가 아프다
오늘도 세상의 조화를 이뤄내고 계신 어머니는
구순이 다 되어도 여전하신데
급하고 어렵다고 구멍을 뚫던 나는
아직도 세상을 모르는 채 살아가고,
3. 첫사랑
소년은 호박꽃에 반딧불을 넣어 내손에 쥐어주었다.
호박꽃을 열어 본 순간
별이 일제히 쏟아져 내리고
그 빈 하늘로 개똥벌레 날아올랐다.
이제 여름이 와도 볼 수 없는,
4. 별을 먹은 새우
달도 없는 오늘 같은 밤에는 카리브해안으로 가자 우리는,
거기 꿈꾸는 *녹틸루카 신틸라스를 만나자
바다에 빠진 은하수를 건져 올리자
빛나는 은하수를 먹는 저 게걸스러운 새우 좀 보게나!
먹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그 빛을 따라 오징어가 덮치고
갑옷과 투구로도 숨길 수 없었던 그 불빛이 탈이야
그를 삼켰기에 내 몸은 시방 온통 불덩어리다
화려한 껍질과 달콤한 혀로 날름거리던 저 뱀과 무엇이 다를까,
어이할거나 어이할거나 이 잔인한 황홀경을,
*녹틸루카 신틸라스 : 카리브 해안에 수 억 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는 단세포 생물로
“반짝이는 밤의 빛”이란 뜻의 라틴어 학명임, 녹틸루카는 죽어서도 빛을 내므로
새우의 포식자인 오징어를 불러들이는 비극을 초래함
5. 멸치
불빛을 좋아하더니 불빛 따라 가더니 딱 걸렸네
작은 몸에 있는 힘 다해서 도망치네
날고뛰어도 그물 안,
안 되겠다 어떻게든 나가보자 몸부림에
은빛치장 다 벗겨지고, 볼품없는 등에 소금만 내리치네
시작도 못한 나의 사랑은 이렇게 가고 마는가?
어느 님의 술상에서 풀어놓을.
6. 불꽃놀이
인하여
축제는 시작되고
분출되는
용암, 그리고 화산재
남은 재 뒤적거려
팽팽한 불씨 찾아
, 연으로
또 다시 시작되는
김영애 약력
- 필명 : 김돌담길
- 경남 남해 출생
- “문학예술”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합천문인협회 회원
- “풀과 나무” 동인
- 현, 합천군청 문화체육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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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시가 익을 계절이 다가오나 봅니다
간밤엔 제법 서늘하더니 아마 많이 여물었겠지요
즐감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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