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쇠
내 애끼손가락은 굽었다,
쭉 펴지지 않고 가운데가 삼각산이다
숨고 싶었고, 숨기고 싶었던 율동시간,
열손가락을 다 펴는 앞으로 나란히.
날마다 운동 하면 될까
열심히 공부하면 될까
착한일 하면 좋아질까
손가락이 아프도록 한 운동도
키보다 높이 책을 읽어도
끄떡도 않고,
그렇게 세월이 가고
이제 그 곳에 열쇠가 걸려있다.
생일
생선을 먹는다. 껍질을 벗기고,
입 안 가득 따뜻하고 부드러운 육질
이제, 더운 기운도 없어지고
배에 붙은 잔가시를 빼면
반
펄떡이던 바다는
한 뼘 남짓 접시에 누워,
건들마
하품같은 장마가 끝나고
불어오는 바람.
가을인가 싶었더니,
일본 오끼나와로 태풍이 지나갔다는
오늘아침 뉴스.
아직도 매미울음 왕성한데
그 매미 허물벗기 전
옷가지며 이불을 말려야겠다.
바람이 들은 말
해산 후의 편안함으로
누렇게 누워있는 들녘
네가 만삭이었을 때,
참새 한 마리 날아와
나누던 대화.
오뉴월 뙤약볕 지친 더위에
잠깐 보았던 너를,
여태껏 기다려
더 내어주고 싶었다고
다 내어주고 싶었다고
그래도 배불리 잘 먹었노라고
내년엘랑
모자 쓰고 치마 입은 건 허수아비니
하나도 무서워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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