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이 장 우
9월, 동구밖을 나서면
가슴 한 언저릴 쓸고가는 바람이 있다
먼길 떠나고싶은 나무들
빗물에 몸을 씻고 고운 옷 갈아입었다
스산한 바람이 빛고운 가지를 흔들어댄다,
날 따라오라고
9월, 강둑에 나서면
두 팔 벌려도 다 안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누가 널, 애호박꽃이라 했던가
새벽이슬 초롱히 내린 섶다리건너 모래방천에서
흐드러지게 뽐내고있는 너를
9월, 해거름산길에 들면
풀피릴 부는 애잔한 바람이 있다
저문 산그림자를 덮어쓰고
40줄 여자 배꼽같은 풀꽃들이 바위틈에 불그레 물들었다
바람에 마음을 맡겨놓고는
노을빛구름위에 누웠다.
빈 자 리
—작은수첩을 보며
이 장 우
눈으로는 울어도
입으로는 웃는 척 살아온 사람아
나는
그대 얼굴에서 나를 보았네
부르지 않아도 달려왔던
우리들만의 이름들이
언제부턴가
손바닥만 한 작은 수첩에
듬성듬성 빈자리 남겨놓았네
머-언 성좌(星座)에서 들려오는
아련한 풀피리소리,
산바람에 밤꽃 내 풀어
산허리 품으려고 날띠던 객기들
바람으로 오시려나
구름으로 오시려나
배롱나무 가지 끝에
한 아름 달빛이 출렁인다.
이장우 약력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 민조시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 ‘자유문학회’ 회원
(전)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전무이사
[시집] ‘까치아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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