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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문학19호 원고-시조5편(이동배)



추천 :	622	이름 :	이동배	작성일 :	2011-07-29 16:15:36	조회수 :	4,502

바람이 목매달기 좋은 곳
-합천 황매산 등산로 입구 바람흔적 미술관

바람이 목을 매달기 좋은 곳은 바람개비다.
*미친차美親茶 한 잔을 먹고 잘 마셨다 나 간다.
아이들
발자국 따라
바람개비 돌아간다.

산철쭉 질펀하게 핀 산등성이 어디쯤
살며시 숨어들어 헤집고 다니다가
낯선 이
지나가다가
마음을 남기는 곳

바람소리 모두어 둔 낡은 목어 가슴 속에
빙글빙글 빙긋빙긋 바람이 웃고 있다.
언젠가
스쳐간 바람
흔적 한 줌 남겼거니

*미친차美親茶 : 합천 황매산 등산로 입구 바람흔적미술관 카페에서 제공하는 차, 마시고 요금은 줘도 되고 안 줘도 됨. 아름다운 美, 친할 親, 차 茶

  무죄無罪

허기진 에미 등에
배고픈 애기보랑

동여맨 허리끈에
목이 멘 보릿고개

참아서
엉긴 눈물이
옛이야기가 됩니다.

“먹을 게 없었단다.”
“냉장고에서  꺼내 먹지?”

“돈이 없어 못산다.”
“엄마! 카드 있잖아?”

억장이
무너진 세월
웃음 따라 흘립니다.

  *최성봉의 넬라 판타지아

버려진 나이 3살
떠도는 착한 영혼

세파에 나뒹굴며
혼자서 어둠 뚫고

어려운
세상 귀퉁이
굳게 딛고 섰습니다.

시련에 휩싸이며
떠다니는 어린 모습

길을 찾는 담담함에
울먹이는 얼굴들

아무리
어려운 일도
희망 쫓아 살았습니다.

이 모든 환상 속에
정직하고 평화로운

구름처럼 자유로운
친구처럼 편안한

따뜻한
바람이 불어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최성봉의 넬라 판타지아 : 케이블TV tvN 주관 ‘코리아 갓 탤런트’에 응모해 부른 노래 청중과 심사위원들의 감동과 눈물을 쏟게 함

소록도小鹿島에서

서러운 역병마저 숨겨놓은 *천국엔
응혈凝血진 삶의 모습 풍경화로 남았거니
우리가
서 있는 이곳
낯설음의 무덤 속

벽마다 갈겨 놓은 검붉은 묵언黙言들은
가슴팍 헤쳐 놓은 애달픈 울부짖음
단종대斷種臺
핏빛울음도
골을 따라 흐르고

부모형제 떨쳐버린 유형流刑의 소록도는
묻어둔 슬픈 애환 전설되어 서 있는
슬픈 섬
당신들 모습
숨어버린 작은 사슴

편견의 벽 속에 갇혀버린 세상사
가랑이 스친 칼날 **비워진 종인種人 되어
잊혀진
***보리피리도
고향소식 그리워

* 천국 :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비워진 종인 : 斷種을 당한 사람들
***보리피리 : 한하운의 詩 보리피리에서

시계방 창고

흐리고 퇴색한 세상 한 모퉁이
가다 멈춘 시각의 파편들이 쌓여있다.
아무런
몸짓이 없어
폐기처분된 시간들

생애 짓눌린 곪디 곪은 생채기에
새살 돋듯 째깍째깍 우짖는 욕망의 씨앗
기억의
회로가 끊긴
소리도 미동도 없는

아무도 모른다는 코끼리의 무덤처럼
시각의 사체死體들이 널브러져 있는 곳
등 굽고
낡고 제처진
부스러기 추억들

태엽이 풀어지고 전원이 끊어진
역사로 굳어진 그 날의 사연들과
서서히
부서져가는
모자이크된 진실들.

파일 : 2011,합천문학_이동배_원고_바람이_목매달기_좋은_곳_외4편.hwp (13.0 KB), Download : 56



윤경선	2011-08-01 21:23:39

즐감하였습니다 선생님 더운날 잘지내시는지요



이동배	2011-08-02 16:07:34

바쁘신분들이 시간이 더 많아요. 바람도 목을 매는 더위에 쉬며 삽시다.



문학회	2013-06-19 10:31:21

댓글을 정리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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