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이 동 배
잔잔한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고
소리는 귓전에 그냥 머물지 않아
선운사
풍경소리만
넘쳐 흘려 이른다.
길 따라 스쳐가다
인연 맺고 그러지
가슴팍 여민 불심 정심정양 공양 바다
제 마음
뜨락에 앉아
깨달음이다. *이뭣고?
그대로 서 있으면
산죽마디 시련 닿아
마애불 새긴 마음 바람 따라 머물다가
솔바람
옅은 미소로
아니 온 듯 가소서
*이뭣고 : 이것이 무엇인고? 禪門
선운사 도솔암에는
이 동 배
매미소리 산새소리
소리로만 내를 열고
선 채로 다가가서
공덕 쌓은 마음 놓고
솔바람
인연 엮으며
두런두런 맴돌다.
산 위에 걸린 구름
산봉우리 씻어 내어
맑아버린 산정에
청정한 소나무들
그래서
높다랗구나
언제나 쉼이 없고
병풍망상屛風妄想
이 동 배
비워진 세월 속에
숨결 같은 그리움 털고
솔바람 짊어진
저 스님 바랑 좀 보오!
살포시
쓸어내리는
청풍淸風 위의 잔설殘雪이야
사립문 삐죽 열고
눈짓하는 햇살이며
치마폭 내리던 저녁
저 여인 표정 보오!
살며시
눈을 감으며
감상하는 설야雪夜다
매화꽃 허드레지고
묵향墨香으로 난 잎 치며
황국향 흘러내린
매서운 댓잎바람
온 누리
소박素朴한 심성心性
표정처럼 굳으리
휴일 동경
이 동 배
제 살을 갉아먹고
핏줄까지 바꿔야 하는
한 많은 역사 뒤로
소리 없는 흐느낌
멀고도
가까운 이웃
돌고 돌아 첨 왔다.
속 깊이 내리 앓아
40여년 부대껴 온
바꿔진 산천초목山川草木
숨겨버린 역사 현장
그 흉수
잘 모신 신사神社
눈부시게 빛냈다.
침묵하는 후지산녘
머물며 돌아보니
한인들 모여 사는
신주쿠 거리마다
이탈한
우리 아들 딸
무심하게 쏘다닌다.
닮은 추억
이 동 배
붕어빵 같은 추억
네모난 고향 소식
꾸역꾸역 쏟아내는
닮아버린 우리네 삶
우윳빛
창문 사이로
너와 나의 얼굴이
우글우글 속닥대는
줄무늬 캐주얼복
빌딩과 아파트 사이
빠져나가는 조급한 바람
안개꽃
뿌연 추억망
맨살처럼 가렵다.
인터넷 망에 걸려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
골절된 기억들이
뒹구는 아스팔트
중독성
순간 포착만
아련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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