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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문학 18호 이동배 시조



추천 :	543	이름 :	이동배	작성일 :	2010-07-09 15:21:19	조회수 :	5,452

거울 3
             이 동 배

새우 눈 가자미 눈
가늘고 비뚤어진

아무리 흉을 보아도
내 얼굴에 숨어서

똑 같은
흉내를 내며
천방지축 웃는다.

거울 4
             이 동 배

낡고 허물어진 시골
아무도 없는 흙담 골목길

쓰다듬고 헤매다
빈 마루에 턱 걸터앉은

거울 속
목쉰 바람들
늙은 얼굴에 숨어 있다.

홍도 괭이갈매기
             이 동 배

간혹 빈 하늘을 향해
까아악 내지르는 비명

바람과 파도를 타고
먼 바다에 이르다가

사람의
발길 끊어진
부두에만 와 닿는다.

내평개진 허연 배설물
찢고 부서진 어린 사체

허공중에 기원의 행로
찾고서야 멈춘다.

한 번쯤
솟대로 서서
영원한 비행을 꿈꾼다.

이 여자의 스타킹
             이 동 배

세상 어디에 근무하는 이 여자는 아침 출근 전에
스타킹을 신으면서 눈부시게 변화한다.
아이들의 어머니로 남편의 아내로
친정의 딸로 시댁의 며느리로

노역에
처해 있다가
이름 없이 불러지다가

아침 출근을 위해 화장을 하고
스타킹을 신으면서 새롭게 변신한다.
촘촘한 그물코, 무늬 있는 섹시스타킹
깜장, 흰색, 노랑 그리고 밋밋한 살색

볼품도
이름도 없는
영웅이다가 반짝이는

삶의 찌꺼기를 도시에 내던지는
똑 같은 사람 되어 마음껏 소리 지르는
립스틱을 바르면서 생기가 솟아나는
아침에 돋아나는 이 여자의 허물

여자는
스타킹에다
오늘을 담는다. 삶의 꿈을

  여름에 빠지다
             이 동 배

두툼한 창틀이 깨지며 속을 토할 때
단정한 신사 숙녀 땀에 적신 손수건을 말릴 때
한 여름
뙤약볕 아래
개미들이 이사 간다.

하얀 아카시꽃 꿀물 퍼 나를 때
바닷가 백사장애 한나절 타던 피부 조각
후끈한
열기 아래서
아랫도리 팽창하다 빠진다.

신록에 갇혀 동구 밖에 서성거릴
시원한 여름소리 제멋대로 나동그라져
오늘은
매실향기로
술 담그며 빠진다.

남정강 시인 김해석
          -고 김해석 시조시인 영정에
                 이 동 배

다둑다둑 사는 일에 맑게 놀다 가는 길에

남정강 언저리에
주저앉아 읊던 싯귀

예 고을
합천 장터에
주정되어 열렸으리

하늘처럼 청청하며 남정강에 맘을 담고

이왕에 가는 길이면
마음 적셔 가고 싶어

강가엔
해맑은 안개
흔적 되어 쌓였다

노을 내린 강가에서 선비 되어 춤을 추던

씨알 되고 시가 되어
정을 남겨 맑은 향내

님 떠난
고향 들판엔
소쩍새만 울더니.

파일 : 합천문학_18호_이동배.hwp (11.5 KB), Download : 83



이동실	2010-07-29 06:47:53

그물코 스타킹에 하루를 꿈을 싣는 그대처럼 선생님도 요로콤 따께한 여름 시원한 꿈으로 건강하게 보내셔얌해용 ㅎ



문학회	2013-06-19 10:39:17

댓글을 정리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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