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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문학20호 작품 수필1편 정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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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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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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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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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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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 20:29:10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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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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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에서
정순한
모처럼의 일탈 여행에서 내 마음이 그대로 머무는 한 곳을 만났다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읍 슬로시티.
한창 목을 빳빳이 하늘을 겨냥한 채 자라고 있는 아직은 덜 영근 벼의 연초록빛이 마을 어귀를 물들이고 있었다. 소박하고 해맑은 동네의 기운은 하늘을 유난스레 높게 만들어 보였고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구름은 평화를 대지위에 뿌려주고 있었다. 집안밖에 경계는 흰 문종이를 붙인 창살밖인 문짝 하나일 뿐, 자연과 사람을 그대로 집안으로 들이며 사는 마을엔 반듯반듯하게 남쪽으로 입구를 둔 한옥 처마 끝의 선조차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동네 안으로 이어지는 돌담길엔 아가 손바닥 닮은 푸른 담쟁이가 납작납작 붙어서 오순도순 정겨움으로 마을길에 운치를 더 해주고 있고, 잘 정리된 대나무 숲속의 산책로를 들어섰을 땐 이미 내 맘은 편안하고 넉넉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마을.
온힘을 다해 달려가기에 익숙했던
나의 두발이 속도를 늦추며 자유로움을 얻는 마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내 고향집의 문설주가 보이는 마을.
돌담이 햇볕을 먹고 있는 풍경이 무척 낯익은 마을.
갑자기 생기는 어지럼증에 난 풀썩 주저앉으면서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말았다.
몸과 마음을 살포시 포개어 이곳에다 내려 놓아본다.
어디선가 무궁화 꽃이 피었다며 연신 외쳐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술래잡기에 깔깔대며 열중하던 내 유년의 툇마루가 시방 이곳에서 정겹게 시작 되고 있다. 열 살 남짓한 계집아이가 수국꽃 옆에서 방실 거리며 나비를 쫒아 놀고 있다. 동심의 순수했던 옛 시간으로 돌아가 꿈속에서 어머니가 보인다. “울 애기 우짜꼬! 가쁜 숨 몰아쉬지 말고 쉬엄쉬엄 가거레이, 병 안 나면 산다 아이가 와그리 급해쌓노?”
온힘을 다해 달려봐도 결코 예측한대로 흐르지 않는게 우리네 삶이지 싶다. 잃을게 있으면 얻을게 있는 법이라고, 그럴 때 우리들은 사는 게 버겁다고들 얘기하며 한치 앞을 모르는게 인생 이라는 걸 새삼 배우지 싶다. 어쨋거나 사는 게 버거우면 못내 어머니가 그립다.
내 어머니 같은 마을 슬로시티...............살다가 무시로 어머니가 그리워질 때, 가슴이 먹먹해서 울음조차 뱉지 못할 때, 난 이곳으로 말없이 달려 와야겠다. 이미 사라진 내 유년의 뜰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이곳에서 지금처럼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한참 쉬어가야겠다. 그리곤 사는 게 웃는 것이라던 지인의 말씀처럼 편안하고 넉넉한 맘이 될 때까지 비우고 또 비워내며 많은 것이 달라져서 돌아가야겠다.
슬로시티란?
일 년을 더하면 꼭2000년이 되는 해인 1999년에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출발 되었단다. 인간사회의 진정한 발전은 어떤 것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해야 한다며 온 세계로 확산시킨 운동이란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슬로시티 역시 ‘느리게 살기를 추구하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급하게 사는 것보다 천천히 살며, 이웃과 더불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지역을 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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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감내하기 힘들 때 그냥 그대로 자연과 어머니의 품에 안기고 싶은, 팍팍한 생활인의 마음자리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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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작 내 어릴 때 놀던 고향마을에서 살지만, 어머니의 젖무덤과 같은 동산도 악취나는 축사가 들어서서 얼굴 찡그리는데, 오랜만에 이 글에서 어릴적 뛰놀던 가보고 싶은 고향마을에 여유롭게 와 본 훈훈한 정서를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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