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넌픽션인지, 수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거져 소설 장르로 올렸습니다.
잊을 번 하였던 고교시절에 철 없시 딩구던 한 때가 어느 갖 졸업하는 후배가 넷을 통해 궁금정을 풀어주는 어여쁜 마음세를 올린 것을 보고, 내가 그 시절에 경험한 까마득한 추억의 단편들을 글로 엮어 본 것입니다.
다소 문장이 긴것 같아 (1)부터 시작하여 계속 올려 보겠습니다. 아래 갱고란 경고의 사투리입니다.
추억 [갱고 악동]
갱고 본부 넷에 지난 4월 18일자로 [후배는 노인 ,선배는 청춘] 이란 제목으로 추억을 먹고사는 나를 소개한 글을 띄우며, 갱고인들에게 각자가 지닌 아름다운 추억을 갱고 홈피 개시판에 올려보자고 권유한 적이 있다.
그 무렵 언론계 중진인 한 후배가 요즘 모교인 갱고가 대학 진학률이 형편없다는 것을 컴에 올려 '갱고살리자'라고 하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나도 공감하여 모교의 진학률에 관하여 정확하게 알려고 하였으나 학교나 교육당국에서도 평준화 정책에 위배됨으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이런 교육 정책에 등에 관하여 내 소견을 컴에 띄웠더니, 올해 갱고를 졸업한 한 어린 후배가 이름을 숨긴 체, 모교의 진학률에 대해서 이 컴을 통해 상세히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런 후배에게 내가 수개월이 지나도록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였으니---,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노 선배라고 무척 원망하고 있을 것 같았다.
오늘, 마침 짬이 나서 초하의 햇님이 자기 몫을 다한 시점, 모처럼 컴 앞에 앉아, 거실 통 유리의 창 밖 오른편을 통해 서쪽 산 능선에 걸려있는 낙조를 보면서 작년 이맘때에는, 붉게 물던 황혼이 가뭄으로 멍든 농심을 조롱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탈색된 은희색 햇빛 너울이 지친 듯 서산 마루에 단조롭게 걸려 있으나, 촌부들은 빛 바랜 저녁 노을과는 무관 한 듯 잦은 봄비로 물 걱정을 덜고, 농사일에 신들린 양 얼굴이 밝고 몸놀림이 여유롭다.
서서히 어두움이 감도는 설렁한 서산 언저리에, 내게 고마움을 준 위 동안(童顔)인 한 후배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 그 잔영 뒤에 오브렙 되어 피어오르는 내가 후배 또래 때 무려 반세기(47여년)전에 나와 너 댓 되는 갱고의 악동 친구들이 천방지축으로 뛰놀면서, 철없이 저질렀던 결코 잊을 수 없는 어떤 한 사건이 아련한 기억으로 되살아나 뚜렀하게 망막을 통해 뇌리로 이어진다.
---- 며칠 전 고3들을 학교에서 퇴출시키고 2년인 우리가 최고 학년인 고3으로 격상할 때이니 아마 3-4월경 어느 화사한 봄날인 성싶다.
2년2반 급장을 맡고 있는 키가 큰 최백형이와, 발 치기를 잘하는 기술적 싸움꾼인 최현상, 그러나 그는 머리가 좋아 수학 과학 등은 언제나 최고 점수를 받았다.
유난히 어깨가 넓고 보빠이 같이 팔이 길고 근육질이 발달한 야구 선수였던 이열웅, 부산여교 교장 아들인 호일이 그리고 나 이 다섯 친구 외에 이마에서 코잔등으로 아름답게 이어진 예쁜 선의 코를 가진 김학종, 그 친구는 얼굴 생김세와는 반대로 손을 보면 마치 거인의 손 같이 뼈마디가 굵고, 주먹을 쥐면 내 주먹의 두 배는 됨직 했다.
이 친구는 고2년부터 3년 생들에게 친구를 대하듯 '해라'하고 주고받는 별난 놈이었다.
3학년생인 깡 두목 작은 명식(큰 명식이도 있었는데 작은 명식이와 함께 야구선수였다) 서로 의지하는 친구 사이라서 3년 생 누구도 2년 생인 학종이를 건드리지 못했다고 생각되는데 학종이의 말은 다르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는'쓰기시로'라고 하면 영주동이나 남포동 거리에서는 그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건달이기 때문이라 하는 것이다.
'쓰기시로'란 바로 학종이 자기란다.
학종이가 대단한 놈임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를 들면, 당시 갱고에 입학한 일 학년
전 학생들에게는 어릴 때 홍진을 앓듯 빼 놓을 수 없이 집단으로 겪어야하는 괴질이 있었으니, 2학년의 힘께나 썬다는 친구들이 적당한 날을 택일하여 일 학년 생 전원을 농구장에 집합시켜 놓고, 한시간 동안 기압을 주는 전통의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몸통 받혀 자세로 엎디게 한 후 자칭 가다라는 몇몇 선배가 소위 정신 훈화를 하는 것으로 괴질 의식이 시작된다.
주로 농땡이들인 그들이 내 밷는 호령은 그져 "이새끼들아, 앞으로 행님들을 본 받아 훌륭한 갱고인이 될끼가 안될끼가" 하면 엎드린 체 일년생들은 "예, 선배님을 본받아 훌륭한 갱고인이 되겠심니더" 하고 복창하여야 하는 것이다.
사실 그 행님들의 훈시대로 실천하려면, 책을 멀리하고 여학생 뒷 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일에 열중하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이런 과정에서 재수 없는 놈은 무릅을 땅에 됐다는 이유 때문에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한방 얻어 맡게 되는 것이다. 아마 몽둥이 세례를 받은 친구가 두 손까락을 꼽은 두 자리 숫자는 족히 되었다 짐작된다.
지금도 이런 저질 전통이 계승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행님들의 훈시를 잘 지킨 친구가 있다면, 아마 3류 대학이나 재수 신세를 면치 못하였을 게다. 그러나 비록 3류 대학을 나왔다손 치더라도 지금 이 시간의 잣대로 가늠 하면, 더 풍부한 삶을 경험한 노련한 인간이 되어 만년을 풍요롭게 그리고 지도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친구가 없잖아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학종이가 사회에서도 상류층에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 표본이다. 이런 숭고한 전통 의식에 학종군 혼자만은 열외로 집단 제물(祭物)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그런 학종이었다.
-사람 밑에 사람 없고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민주주의 평등 원칙이 이 괴질 의식에서 보듯 나의 재학 3년 동안 대 갱고의 요람에 '옥의 티'처럼 흠집으로 남아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공부에는 뜻이 없고, 매점 뒷 켠 구석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눈에 거슬리는 후배들을 끌어다 놓고 물리력을 가하고 위협하여 가끼우동을 뺏어 먹거나, 기집애 꼬시기를 주특기로 하는 놈팽이 선배들이니 훈시가 조리가 없고, 어법에 맞지 않음은 당연하다.
가끔 길에서 예쁜 여학생과 나란히 데이트를 하는 선배가 누구인지 자세히 보면 바로 이름께나 오르내리는 위 선배임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여학생들이, 갱고 깡이란 소리가 머슴애 중 머슴애를 지칭한다고 착각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지금에사 도리켜 보면, 갱고 울타리 속에 일어났던 자질구레한 그런 일들도, 달콤하고, 아름답고 뼈저리게 그리워지니, 인생의 삶이란 결코 과거의 고통, 불행, 절망 등이 오늘의 것으로 재현되지 않음을 느끼면서, 삶의 가치를 함부로 평가절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현들의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오늘의 불행이 반드시 내일의 불행으로 이어지지 만은 않는다는 진리를 깨우칠 수 있다. 지금 다소 어렵고 고통에 빠져있는 후배들이 있다면, 먼 훗날 못난 선배 또래가 되어 되색여 보면, 한없이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사무쳐온다는 사실을 믿어주길 바라네.
이런 나를 포함한 위 여섯 갱고 악동 2년 생들이 당시 고2에서 고3으로 지위가 변경되는 야릇한 감상과 흥분에 젖어 다소 우쭐한 마음에 들떠있던 어느 날, 우리 여섯 악동이 합동으로 저질은 엄청난 한 사건이 있었으니---, 갱고 선생님들이 가장 금기시하는 집단 폭행을 부산사범 3년 졸업생 몇몇을 상대로 저질고 만 것이다.
고3으로 최고 학년이 된다는 것은 특히 고교생들에겐 최 상층 신분을 마치 싸워서 쟁취한양, 어깨에 힘이 솓고, 해방감에 들뜨게 하였다.
교내에서는 선생님들 외엔 고3을 무시할 만한 인물이나 계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순종하는 후배나 졸개들이 갱고란 인적 집단 속에 가득하다는 포만감을 갖게하고, 이런 기분이 잠시 동안 이성을 마비시키지 않았나 싶다.
이같은 분위기에 휩싸인 위 악동들이 보수동 세무서 앞에 있는 털보할배 단골집에서, 입에 착 달라 붇는 젠자이(단팓죽)를 사서 한 그릇 씩 비우고, 갱고 정문 앞에 있는 호일이 집에서 부여고생들과 단체 미팅이 약속되어 있어 그곳으로 가는 길이었다.
검정 다리를 건너 오른편으로 돌아 부산사범학교 후문을 지나칠 즈음, 7-8명 정도의 검은 교복에 머리를 탐스럽게 길러 뒤로 넘긴 학생 무리가 교문을 나서며 보수동 쪽으로 방향을 잡고 마주 걸어오는데, 그들과 서로 부딛칠 정도로 스쳐가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 자칭 건달인 학종이가 솜을 가득 메워 어깨를 만든 곤색 구레바 상의 안에 그의 발달된 실물 어깨에 힘을 주며 사범졸업생 하나의 가슴 부위에 일부러 부디치며,
"야! 너그들은 왜 머리를 하이칼라로 했노, 고등학생이 아이다 말가" 하며 시비를 걸었다. 가슴에 고의적 일격을 당한 사범 졸업생은 "일마야, 도대체 니가 눈데, 남이사 머리를 기러던지 말던지 무슨 상관이고, 쪼꼬마한 새끼가" 하며, 몇 발자국 물러나서 만약의 경우 싸움을 붙어 보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사범생들은 교생이란 자격으로 재학중 실습을 나가기 때문에 3년 중반 쯤부터 머리를 기르는 모양이었다.
바로 옆에 서있던 나는 학종이가 벌이는 시비를 보고 이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구나 하고 거동들을 살피는데, 학종군이 인냉(시비 건다는 말을 당시는 일본말인 인냉으로 사용하였음)걸고 있는 바로 그 옆 쪽의 어깨가 벌어진 한 학생이 학종이를 때리려는 자세를 취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하기야 사범 패거리들은 교복 목 깃에 갱고 뺏지를 단 우리들을 보고, 있는 집 부모의 애정으로 자란 유약하기 짝이 없는 약골들이라 여겼을 것이고, 또 갸날픈 몸매나 예쁘장하게 생긴 쌍판을 보아도 싸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 것 같다.
나는 순간적으로 학종에게 한방 먹이려는 놈의 얼굴을 향해 재빠르게 원투를 먹였던 것이다.
갱고에서는 내가 권투를 제법 하는 아이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움찔하며 학종이가 머뭇거리는 순간, 한 학생이 학종의 면상을 겨냥하여 주먹으로 사정없이 갈겼다. 상대로부터 기습을 당한 학종은 코피가 나는지 그 큰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너그들은 오늘 골로가는 날이다"하며, 때린 놈을 향해 오른 손으로 한 대 먹이니 퍽 소리가 남과 동시에 상대는 억 하고 길바닥에 쓰러졌고, 발치기 잘하는 현상이는 양발치기로 다른 한놈의 턱을 올려 차고 또 한 놈을 향해 땅위에서 붕 뜨는가 싶더니 몸을 한바퀴 회전하며, 이단 옆차기로 다리를 날렸는데, 표적물이 살짝 피하자 그 만 헛 발질하여 남의 집 현관 유리창을 와장창 박살내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 마침 그 날이 사범학교 졸업식인지 학생들이 새까맣게 몰려나오는 것을 본 우리는 누가 "삼십육개 놓자"하자 상대에서 "저놈들 잡아라" 하는 소리를 뒤로 한 체,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한 사오 분 간 검정다리를 지나 개울 쪽으로 도망가다가 바로 왼편으로 죽 뻗어 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숨이 벅차 도주를 중단하고 한숨 돌린 후에 뒷 쪽을 살펴보니 따라오는 사람이 없어 안심하고, 서로 통쾌한 기분을 잠시 만끽하였다.
백형이가 충무로 쪽으로 가다가 도청으로 방향을 털어 다시 동대신동 수원지 쪽으로 올라가 호일의 집으로 가자고 제안하자 그렇게 하기로 동의하였다.
사실 우리는 머리를 기른 사범 생을 보고 괜히 비위가 거슬렸던 것은 사실이다.
또 그들이 3년 뺏지를 단 것을 보고, 집단 기압을 주던 우리 행님들이 생각나서 가슴에 억누르고 있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외적 에너지로 발산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짧은 접전 끝에 중과 부적이라 우리는 후퇴를 했고, 아군의 피해는 항상 싸움꾼으로 자찬하든 학종이의 코 언저리가 퍼렇게 부어 멍이든 정도였다.
옆에 가던 열웅이가 학종에게 다가가더니 "꼴 좋다, 니 예쁜 코 삐뚜러지면 우짤끼고"하고 농을 걸자,
"야이 자석아! 헌지(나 헌진을 칭함)가 먼저 센때이(먼저 치는것)를 논깨내 그 노마 새끼가 나를 때린거 아이가" 하더니,
그래도 싸움꾼의 폿대를 낸다고
"내 한방 먹고 그 놈 열십자로 땅바닥에 벌렁 나자빠지능거 바앗째, 글마는 아마 병원 신세 좀 지야 될끼구마"
그러든 중 보수동 큰 길이 보이는 사거리 쯤에서 사방을 살펴보니 여러 사람이 세무서 앞 큰길로 달려 지나가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직감적으로 우리를 추격하는 사람인가 싶어 내가 "저 람들 보이나 이상하다" 하자 학종이는 핸조카(군화)끈이 풀렸는지 몸을 숙여 다시 조이는 것이다.
여차하면 달아날 준비를 하는 것이리라.
이 때 앞쪽에서 흩어져 오던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자 "이 새끼들 여기 있다" 하고 고함을 치자 사방에서 벌 때 같이 몰려오며 우리를 덮치려고 하는 것이다.
갑자기 공포심이 엄습하는 것이다.
누가 "백형이 집에서 만나자" 하는 소리를 듣으면서 내 옆에 있던 열웅이와 나는 정신 없이 뛰어가다가 어떤 골목길이 있어 그리로 달려 들어갔는데 막다른 골목 이었다.
우리 키의 두배나 됨직한 높은 담장이 앞에 막아섰다.
그러나 어떻게 점프를 했는지 모르지만 둘이는 쉽게 뛰어넘어, 남의 집 뒷마당에 뜰어졌다.
집 주인인 아주머니가 빨래를 널고 있다가 우리 둘의 무단 침입을 본 것이다.
두 소년의 월담에 놀라기보다도 어떻게 저 높은 콩크리트 담을 조그마한 소년들이 갓분히 넘어 온단 말인가 하는 듯 신기한 듯 쳐다보더니, "너그들 남의 집 담을 넘어 우짜자는 기고, 혹시 깡패들 한테 쫒기는거 아이가" 하고 오히려 걱정해 주는 것이 었다. 아마 주인 아줌마는 갱고 제복과 뺏지를 먼저 보고 안도 한 것 같다.
나는 "잠간 숨겨 달라"고 했고, 친절한 아줌마는 방으로 들게 한 후, 우리 신발을 어디 다 숨겨두는 것이다.지금 생각해보니 당시에 갱고란 간판은 그 악도 선으로 보일 만치 그 영향력이 대단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주머니가 잠시 바깥에 다녀오더니, 바깥 골목 주위에 별다른 기색이 없다고 하기에 둘이는 정말 고마웠다는 인사를 남긴 후에 부민초등학교 뒷골목을 지나 서대신동 3가에 있는 백형이 집으로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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