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요- 좀 일어나보오
정말 미안한데 아요- 일어나보래이
곤하게 잠든 당신 깨워 미안하오
마지막으로 당신 손이 필요하오
잠결에 가슴이 답답하여
귀저기를 빼다 손에 똥칠을 하였나봐
우짜노 미안쿠먼
달포동안 내 안에 것을 다 비웠건만
아직 남은 게 있었나보오
물 한 모금의 욕심도 버려야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모양이구려
열여섯 꽃봉오리 당신 데려다
배불리 못 먹이고 고생만 시켜 미인하오
팔도 아픈데 끝까지 요양원에 안보내고
육십여 년 동안 추억이 담긴 보금자리에서
당신과 긴 이별 하게 되어 정말 고맙소
눈앞이 희미해서 고운 당신 얼굴 자꾸 멀어지지만
귀가 먹먹하여 고운 목소리 들리지 않지만
난 무섭지 않소
내 마지막 가는 길 끝까지 지켜 주어
편히 가리다
늘 선잠으로 귀문 열어
이른 새벽 잠결에 나지막이
당신 부르는 소리에 눈 비비며 일어나
야윈 당신을 아린 마음으로 멍하니 봅니다
이제 아기가 되어 똥오줌 못 가리지만
평생 큰 소리 한번 안 지르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였지요
가난하였지만 성실하게 가족 위해
살아온 당신 위해
귀저기 채우고 씻기는 것 내 못 할 일 없지요
어젯밤 야윈 당신 곁에 누워
어쩌면 마지막일 것 같은 예감에
첫날밤처럼 가슴 설레이다 두근거렸소
그러다 결국엔 베갯잇이 젖었더이다
육십여년 동안 버팀목으로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한결같은 마음 고마웠소
그동안 서운한 게 있거들랑 다 풀고 가시구려
힘든 들숨 날숨으로 긴 이별 몸부림에
그저 담담히 바라볼 뿐이오
자식들 올 때까지 정 힘들면 이제 그만
눈 감으시구려
자식들 달려오기 좋게 동이 트는 아침
당신은 싸늘히 식은 몸으로 눈만 뜬 채
이 아침을 맞는구려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는 사월 그믐날
당신과 다시 못 볼 이별 앞에 가슴 미어지지만
부탁하나 해야겠소
어느 날 날 데려 갈 적엔 자는 잠에 데려가 주오
받은 사랑 되새김질 하며
당신이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리겠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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