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독의 이야기 (권길홍)
정자나무 아래 할배장독들
막걸리 앞에 두고
왁자지껄 호기롭다
-내 젊을 때는 새벽 6시부터 일했다. 죽어라꼬
-센방 돌리가며 밥 묵는 것도 이자뿌고,
-뭐 나는 하루종일 굶고도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신문 돌맀다. 낮에도 또,
그러면서 권커니 자커니
버스 정류장에 할매장독들
도란도란 조용히
-큰 아 아푸다더만 어떻노
-아는 개안타, 니도 아팠다민서
-병원 가이 그냥 그대로 견디란다.
-그라믄 힘들낀데 우짜노
-그래도 우짜노 견디고 살아바야제
집에 오면 입 닫은 장독, 할매할배 집에 들어왔다
-밥 묵었나,
-언지예,
-밥 채리라
두 장독이 밥상에 앉았다
배부른 장독처럼
할 말 가득 담아놓고
밥만 어기적 어기적 또 담는다.
할 말은 뱃속에 가득 채우고
어쩌다 마주치면 눈 마주칠까 겁난 듯
밥만 묵는다.
일어서면서 바로
-이불피라
-잘라꼬예
-그래, 불끄까
-야
장독 두 개 입은 닫고 몸만 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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