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산고
윤경선
괴로운 진통
마굿간을 흔든다
커다란 눈만 껌벅껌벅
양숫물 터지고
세상 구경나온 너는
잠시 어리둥절
스스로 벌떡 일어나
두벅두벅
어미 젖가슴 찿는데
모든 것이 얼어 붙은
동짓달 스무 사흘 밤
오막살이엔 긴 한숨소리
꽁보리밥 힘모아
노란 하늘 보일적
봉남댁 둘째딸 울음소리
흙담을 흔들고
아무것도 할 줄 몰라 보채기만 한
쉰이 가까운 세월
아직 아장 걸음으로
받기만 하는 못난이.
사월의 슬픈 파도
윤경선
밭고랑에 앉아 우는 수박 꽃
뱃머리 앉아 우는 목련화
벚꽃 향기 어지러웠던 사월
영혼을 달래는 싸이렌 소리에
일손 멈추고 묵념으로
떨어진 꽃잎을 보낸다
강인하던 야생화처럼
의지가 굳은 청산 소나무
나라 위해푸른 파도 타다
피기도 전 꺼진 불꽃이여
땅이 울어 더 깊은 바다
까만 숫검정이 되어
내 쉬는 숨마다
파란 연기만 날 뿐
수없이 왔다 가는 파도는
하얀 눈물만 흘리네.
도정
윤경선
캄캄한 창고 몸 숨긴 채
자물통 걸어두고
무의미한 갈등
속앓이 한 세월
이제 자지래한 걷 옷 벗어
거름밭에 날리고
하얀 속살 그 모습 그대로
다가가는 용기
그대 앞에 나서기 위해
까치래한 껍데기 깍는
아품 견디어 본다.
배추의 꿈
윤경선
두근거림 가다듬어
면접을 본다 일열로 선 채
매서운 발걸음 멈춰
쑥 뽑혀서
빨간 유니폼 입고
반듯한 딤채 넓은 하우젠
들어 가고픈 맘 간절 했는데
하루 살이 겉절이도 못 되고
허허 벌판 외로이 떨다
혹독한 눈보라까지
하지만 무섭지 않네
한 알 품은 꿈
내 가슴에 있으니.
기다림
윤경선
잿빛 하늘 그물 쳐
후줄건히 젖는 바다
환히 오실 그대 기다려
서성이다 지친 봄
바지 가랑이 질척질척
무거운 기다림
몸도 마음도 지쳐버려
조바심에 숨이 차고
수박 꽃 목련화
그대 그리움에
눈 짓물러 앓아 눕는데
기다림 지쳐 병이 깊은데 .
요양원에서
윤경선
인고의 세월
잔주름 속에 숨겨둔채
해맑은 미소로 반긴다
걸음마 배우듯
봉사자 손잡고
엉거주춤 한 걸음 한 걸음
물놀이 간다.
굽은 등 위로
흘러 내리는 그리움
마디마디 채워진
외로움 퍼낸다.
|
 |
|
회원작품 게시판
추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