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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호작품 출향 송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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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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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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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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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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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6 20:44:11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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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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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뮤지컬
시 / 송귀영
중독성 강한 선율 아득한 산山의 작품
놀라운 앙상블이 서사시로 태어났다
멜로디 살아 숨 쉬는 양심 얽힌 빵 한 조각
진정한 인간성을 세밀히 탐색하고
처절한 삶을 다룬 시민혁명 밑바닥에
양심의 갈림길에서 장발장은 갈등 한다
민초의 시민혁명 원죄의 결정체가
선과 악 갈등 속에 양심과 법 뒤 새기며
탐색을 음률에 담아 감동시킨 스펙터클.
* 빅토르 위고 필생의 역작 레미제라블
<시평설>
관조적 회감回感과 의식의 발의
-한성수 시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澐 海 송 귀 영
(맥 문학가 협회 회장)
1. 패러독스(Paradox)를 가미한 서사敍事의 완숙도
시작술詩作術의 내공이 돋보인 작품은 오랜 연륜에서 풍기는 이미지부터가 다르다. 기존의 시적 문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시인 특유의 독특한 스타일로 창작하는 것이 과연 새롭게 시도될 시작법에 부합 할 수 있을까 하는가에 흔쾌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문학의 속성상 솔직한 서정적 비밀 통로를 만들어 낸다면 충분한 수작을 직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시어 한 소절이 빚어내는 놀라운 세상을 보면서, 기쁨에 감정으로 미처 몰랐던 새로운 면모의 시상에 독특한 만족감이 가슴속 깊게 오랫동안 향기로 번짐이 문학의 특성이다. 시인들의 정신세계가 예술성을 성숙시켜야하는 소명이 본능대로 지니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이 장착된 무한한 창조정신의 발의에서 기초한다.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문학적 사고에 언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총체적으로 융합하여 다루는데 있어서 작시 술이 미숙하다면, 그 작품은 작품성을 잃은 낙서와 다를 바 없는 잡기에 불가하다. 그래서 문학은 심장의 박동을 가슴에 담아 여과하는 강장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인간의 정서와 사상을 운율로 표현하여 이미지로 결합하고 압축해서 통합시켜 언어에 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가 예술적 감동을 유발시켜주는 주관적 문학의 기본 장르라고 보는 것은 리듬을 가지고 정서를 호소한 언어이기 때문에 모든 문학의 모태라 할 수가 있다. 우리가 갈구하는 문학은 길 없는 길 위를 헤쳐 나가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외로운 고행과 고난의 길을 찾는 일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을 개척하는 고통과 고독이 서린 분노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수 시인은 그의 아호 빛샘처럼 시인으로 살아가는 삶과 신화를 접붙인 상상력으로 모니터(Monitor)지향성적 작품 활동에 심취하는 동안 생활의 위안이 되고 정신적 단련의 창작이 즐거운 느낌으로 환치되는 것이다. 시는 근본적인 언어의 방법이므로 의문의 현실이나 상상력에서 명징한 해법을 찾아내고, 내면의 의식과 조화를 이룰 때 시정신은 더욱 활달하게 승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서정이 남다른 경지를 이르게 하는 것은, 위안과 기쁨에 안겨 시혼이 영혼의 호흡을 길게 쉬면서 관찰 하고 있음에서다. 그의 작품을 통하여 환희를 조망한 함축된 대화 속에서 사람들의 정서에 공통분모를 찾도록 모멘트를 주고 있다.
한성수 시인의 수필문학과 시세계는 시적 소재가 정감적이거나 감각적일 때 시어를 다루는 솜씨와 시의 맛을 살려 감추어진 언어를 새롭게 발굴하려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는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고 끌어가는 나름의 내공을 다져서 짙게 스며드는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시세계로 깊게 내장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시적 영감은 삶의 구체적 시를 창조하여 긴장감 저하를 최대한 배제 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이다. 시는 인간의 삶과 서정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이다. 언어에 대한 가치 인식과 개성적 근원에 충실한 영성적 감각으로 현대시에 부응하는 새로운 시적 역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이 요구된다. 처연하고 역동적인 드라마틱한 줄기로 창작을 생산하고 있음에는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은 시인이다. 문학은 경제적 실익이 없는데도 “문인들은 왜 창작 활동에 열을 올릴까”라는 의문의 열쇠가 스스로 만족하는 자긍심 때문에 필을 놓지 못한다. 인생의 질곡이 인생을 가로 지르는 동안 경제적인 포만감보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영적 충족감의 추구가 더 값지다는 진실을 체득할 수 있음에 서다. 익숙한 시각적 창출과 성숙한 언어의 요리는 부단한 사색적 접근의식에 함양으로 성취도를 높인다는 점을 강조하게 한다. 이는 시작에 임할 때 상투적 언술이나 시어의 적절치 않은 언어를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회상이나 미래의 갈구 등이 모두 상상 활동에 불과하여 현재의 존재를 꿰뚫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시가 시인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치받아 울꺽 솟아오르는 영혼의 절박한 상태에서 잉태 한다. 철학자 레비나(Emmauel,Levinas.1906~1995)는 “진정한 삶은 여기에 부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세계 안에 있다.”라는 주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삶이 현실에 없으므로 시인은 저 너머의 세계와 이 세계를 각기 다른 곳에서 바라본다는 시학을 논하였다. 한성수 시인의 작품 세계에 있어 눈여겨 볼 것은 자연 속의 패러독스(Paradox)를 가미한 서사의 완숙함과 소리의 경계점이고 그 소리는 자연과 불멸의 관조할 대상에 동기를 부여한다는 사실이다.
한성수 시인은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사색의 존재론적 에너지를 품어서 실감 있게 묘사하는 능력이 출중한 시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험난한 세상과의 타협에서 벗어나 아련히 솟아오르는 먼 기억으로부터 지금의 그를 우주공간에 떠다니는 수많은 소리가 시의 소재이자 주제이며 시어의 핵으로 부각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에게 과연 시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서슴없이 “인생에 대한 진솔한 삶의 실체다.”라는 화두로 대답이 돌아올 것만 같다. 참으로 시다운 시를 쓰고 있으며 “시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라고 모든 시인들에게 교시하는 느낌이다. 특유한 호소력과 안정된 이미지가 주변화 된 존재를 형상화 하는데 주력한 흔적까지 엿보인다. 하나의 평범한 소재일지라도 사건의 일말을 압축하여 긴 호흡을 파일로 읽어내는 시선과 통찰력이 풍부하다. 시적 사물의 속성을 파헤치며 자아의 성찰을 유도해 나가는 역량의 힘이 돋보인다. 시인이 제시하는 이분법의 위태로운 반복 속에서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사전적 개념이 아니라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불가능한 바람이 소리로 메아리친다. 부재의 역설 속에서 사랑의 효과는 극대화된다는 시인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신선한 상상력 속에서 직유의 반전지략이 발견되는 노년의 삶에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 만에도 즐거움을 더 하게한다.
한성수 시인의 작품세계는 무의식 속에서의 가능성을 심어놓고 한 알에 씨앗을 심어 마음속임이 필요한 상상력을 보여줄 수 있어 모든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 일어나는 매혹의 힘이 미묘한 미동의 떨림과 느낌에서 오는 변화의 탈출이고 이는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해야 알 수 있다. 뛰어난 관찰력에 직관의 능력을 부여해 온 은유의 꽃을 피어내고 그 속에 상상력을 불어넣는 시적역량은 결코 일석이조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에 고통을 맛보며 가꾼 수확의 달콤한 과일이라는 사실이다. 시인의 삶에 있어 반전의 순간은 시적인 순간이며 반전을 꿈꾸는 시인들은 모두가 시적 존재자라 할 수 있다. 한계의 끝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달하면 어쩔 수 없이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질 것이라는 예감의 깨달음, 현실에 있을 때 보다 상상하고 있을 때 더 행복한 상상의 상징으로 환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것이 또한 시적 영역이다. 부지불식간에 남긴 삶의 흔적들이 모인 빅 데이터(Big Data)로 우리의 삶을 관찰할 수 있다. 한성수 시인의 작품에서 가려져 있고 숨겨져 있어 해독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에 인생의 본질이 위치함으로 예술적 현현이 시의 행간 속에 녹아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은 추억이나 상상 속에서 살 수 없으나 시인은 영성의 뿌리를 파먹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비가 내린다.
무수無數한 낱알의 상념想念들이 겹친 석교石橋에.
꽃잎처럼 가벼운 흔적들이
이제는 한갓 잃어버린 꿈이었네.
당신의 사랑스런 눈동자가
내 가슴의 허구虛構에는 흐르는 별이어라.
빗발 속에서 손짓하며
다가오는 당신의 애틋한 얼굴이여!
은은히 귓가에 맴도는
당신의 속삭임이랑
칠흑 같은 밤바다에
먼 전설傳說의 초롱불처럼.
바람에 흔들 리우며
내 가슴을 파고들어라.
-석교石橋에서- 전문
비오는 어느 날 우산을 받쳐 들고 돌다리 위에서 우두커니 홀로선 화자는 지나간 상념들이 겹친 흔적들을 다시 주워 씹는다. 허구虛構에 흐르는 별은 반짝여야 할 빛인데도 생기를 잃고 의식과 무의식의 혼란 속 자아의 내면에서 전설 같은 한줄기 빛을 찾으려 환몽의 꽃을 피우려 한다. 석교石橋는 인간이 가설하여 그 돌다리를 지나가고 오는 수많은 얼굴들의 굳은돌로 애틋하게 서려온다. 지금의 석교위에는 과거 형상의 마술적 리얼리즘(Realism)을 펼치고 가상의 진실을 그린다. 인간은 언제나 스스럼없이 자연에 영혼과 육체를 맡기는 것은 자연에 순리를 거스르지 않은 순환성 그 자체 범주의 현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토가 달리는 가설은 그늘을 담지 못한 환상의 위험한 발상이며 바람 앞에 촛불처럼 나부낄 뿐이다. 자신의 내부에 어둡고 긴 무의식의 터널을 탐색하다가 고독하여 객체화된 인간의 실존을 자각한다. 고독한 상상계의 미로 속에서 방황하다가 따스한 눈동자마저 바람에 흔들림으로써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을 느낀다.
가슴 속에 들어와 점점 쌓이는 고뇌
기쁨과 환희, 그리움의 절정에 서서
이리도 끊을 수 없이 그대 꽃의 이미지로
미치도록 보고 싶은 것은 무슨 까닭이냐?
반쪽 거울 속에서 반쪽 그대 얼굴을
못내 찾아 헤매다가
덧없이 묻힌 바람 속 세월
지나가버린 내 소중한, 푸른 나이테여
정원 가운데 애기 꽃 사과나무 한그루 서 있다.
겉과 안을 채우기 위해 그 우듬지를 잘라내도
내일에 다시금 뒤 살아날 너와 나의 꿈, 이름들이여
모래는 일어나 뚜벅뚜벅 화석이 되리라 한다.
-머리와 가슴의 대화- 부문
사유의 환상적 날개를 한껏 펼치고 있는 한편의 작품이다. 화자의 무진한 환상세계에서 머리와 가슴이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 이것은 현실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꿈의 환상이고 깊고 긴 역정의 밤에서 나 홀로의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찬 대화이다. 지나간 나이테가 감기면 감길수록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석가모니와 예수가 역정의 대화로 진리의 서술적 이론을 담론으로 삼는다. 작품-머리와 가슴의 대화-는 공상空想의 세계를 제자리에 갖다놓게 하는 교담이고 위대함은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길임을 은유로 암시한다. 위대함이란 고독 속에서 태생하여 홀로 있지 않은 곳에서 느끼는 고독이다. 성인聖人도 세월에 죽어가고 죽어야만 비로소 성서와 잠언 속에서 영생을 누리게 된다. 소크라테스도 진실을 새기며 섭리 속에서 온통 암호문 같은 삶을 살다가 세상을 등진 후 화석으로 굳어가는 현제 진행형이 되고 있다.
눈물골짜기 흩뿌려진 부스러기에
사기死氣가 맴돌았을 때
영혼 같은 침묵이 흘렀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온 우주엔 생기로 벅차오르며
굼틀대는 만상이다
서서히 그 신비스런 해의 얼굴이
꿈길처럼 웃으면서
또다시 떠오르기에
우리의 역사는 시작되고
시작되는 것이리라
~중략~
베토벤 운명 곡처럼 운명의 문을 열고
신비스럽고 웅장한 삶으로
아름다움과 성스러움, 참과 착함
그 이상의 엄숙한, 하늘명의 삶으로
어떻게 끝맺음을 잘해야 될 터인데
각자의 리포트에 따라 성적표가 쥐어 지겠지
(그걸 아직도 모르고, 모르고들 있다니까 .있을 수밖에,
겪어보지 않았으니 손에 쥐어줘도 못 믿겠지.
애초 불완전한 속성 때문도 아니고, 카인의 후예인 것을)
-깨진 요지경 세계- 부문
한성수 시인의 -깨진 요지경 세계-는 수작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는 드문 작품이다. 호흡이 길면서 조금도 숨 가쁘지 않다. 흔치않은 소재와 세밀한 시어로 승화한 노련함이 일품으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이러한 서정은 하루아침에 영글어 지는 것이 아니고 고도의 숙달된 시작의 솜씨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화자는 “주主안에, 내가 나를 안은 당신”과 “그 이상의 엄숙한, 하늘 명의 삶으로”이란 시어의 대칭적 배열은 시인의 시세계가 얼마나 깊은가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 계산된 시어의 배치, 그것은 신과 자연과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긴 숨소리와 광폭의 시상은 물론, 생명파에 가까운 정신이 내장되어 있음이다. 다시 들여다보는 요지경 같은 일상이 영원한 침묵으로 잠기는 지금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요지경속의 깨진 세계는 천당과 지옥이 보이고 꿈틀대는 만상과 신비스런 해의 얼굴이 상상의 세계로 끌고 간다. 또 화자는 붉은 꽃과 풀, 나무의 어린 새싹에 휘감기는 밑둥치의 나이테를 한 겹씩 마음 줄기에 목문木門을 넓혀 문득 작품하나를 낚아 올리는 준척의 조시釣詩(낙시)꾼이다.
내영혼의 눈은,
태초의 그 캄캄한 혼돈에서 오늘날 까지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해 내려왔나니,
그래, 나와 너는 언제 어디에서 하나가 되어
투명한 몸을 지니고 날아다닐까?
여기, 내가 있음에 실재가 존재하게 되었나니,
오늘도 동산에 역사의 해가 떠오르고, 사랑의해...
모두가 하나의 원리로 돌아가고 있다
어느 땐가 이론의 지팡이처럼 내 영육의 삶에도
새순이 자라, 꽃 피고 열매 맺는 새날이
불현듯 찾아오련만....
-모든 것은 나로부터- 부문
화자는 -모든 것은 나로부터-기인起因한다는 자책과 독백의 그 내면에 실제의 존재와 부재로 가닥을 갈라서 빛과 그림자로 형상화한다. 하나이면 둘이고 둘이면 하나인 나와 너는 언제 어디서건 하나가 되어 투명한 몸으로 아득한 옛날부터 캄캄한 혼돈 속에서 오늘까지 비행하고 있다. 생물과 무생물들이 삶과 죽음 그리고 생성과 소멸에 순환의 영원성을 동일시하여 이모든 것이 하나의 원리로 돌아간다. 이 작품을 대하면서 평자는 모리스. 알박스(Maurice-Halbwachs)의 “같은 공동체”에서 자아의 기억이 시간에 죽임을 당한다는 일갈이 떠오른다. 잘못의 고백을 종이에 표시하면 이해와 용서가 되고 마음속에 그리면 회계함이 된다. 용서와 고해성사는 화해와 관용으로, 너그러움은 소통의 방법론이 되는 것이다. 화자가 자신에게 영육의 삶속에 우주공간의 만물과 자연의 형태가 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까지 깊숙하게 화인을 찍는다.
2. 삶의 조각을 깁는 언어 술사의 추구
시작은 언어에 의한 미적 창조물이며 이미지나 기교상의 문제보다 메타포(Metaphor의 작품을 구성하는 정신이 중요하고 분절 없는 깔끔한 표현을 요구로 한다. 인간의 삶은 전쟁터이지만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에는 게으름이 없다. 우리의 선택은 실천된 선호도이며 그 선호도를 좌우하는 수많은 원인은 필연과 우연의 조합으로 풀이한다. 인간은 영원히 변치 않는 필연과 예측 불가능한 우연 사이에 얽매어 살아간다. 시인은 스스로 선호도를 디자인할 수 있는 사유의 더듬이를 세우고 있다. 사상적 심화와 문학성의 높은 평가는 직각적인 메커니즘(Mechanism)을 포착하여 시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한성수 시인은 이승의 시인이라는 레테르가 붙을 때 까지 많은 산고의 고통을 겪었다. 어느 시인들인들 그런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만은 시력 50년의 껍질을 깨고나온 지금에도 시인다운 시인으로써 자긍심을 잃지 않고 굼뜨기로 시를 대해 왔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 얼마나 큰 외로움과 고독을, 그리고 울분을 달래가며 시를 대하면서 마음의 정화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시의 세계에 젖어들어 부대끼는 삶에 시혼을 앓아가면서도 멋과 맛을 흠뻑 맛보았다고 술회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살론”시비의 객관적 고찰에서 한성수 시인은 자살이란 자신이 목숨을 스스로 끓는,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는 인간 최고의 자유를 구가하는 결정권자로써 생을 마감한다는 긍정적 이해를 구하고 있다. 허나 이 논자는 그와 조금 다른 각도의 견해를 갖고 있다. 자살자는 현실도피를 위한 비겁자가 취할 수 있는 극단의 대피적 행동이라고 본다. 이에 대한 예시로 오스트리아 작가 장 메리(Jeana Mery)의 -죽음에 대한 담론-에서 “사회적으로나 도덕적 강요와 비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자살은 없다.”라는 논지와 상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성수 시인(작가, 평론가)은 사실과 허구의 조화로 진정한 삶의 방식을 작품에 녹여서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하고 자연에 대한 세심한 촉각으로 관찰한 의식의 자유로움도 거침없이 추구한 언어 술사이다. 삶의 무수한 조각들을 그때그때 쪽 글로 기록한다. 쪽글(모자이크란 글, 메모 글, 비망록 등)을 수시로 모아서 자화상에 덧칠하고 쉼 없는 독백으로 세상에 포착한 자신의 삶 자체를 작품에 그려놓는다. 또한 그는 인간과 사람의 인륜적 관계에서 벌어지는 고통과 화해를 주도적 융합의 이상을 추구하기도 한다. 융합의 사고가 급변하는 세상에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하기 위함은 창의적 정신이다. 어떠한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문학적 영역에 겸손히 무릎을 꿇고 스스로의 서정적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신비한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시인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순교자적인 태도로 임하는 문학적 사고를 갖게 된다.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고 고통을 덜기위한 해결책은 오로지 문학이며 문학의 으뜸은 시詩이고, 문학 자체로써 완성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문학성을 스스로 구현하는 독창성의 무한한 변주로 작품 안에 녹이는 것은 시가 현실과 환상의 무한대를 이어주는 유일한 영혼의 매개체임을 한성수 시인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법의 순화(감뫼 한방우 나라 사랑의 일환으로 우리말 존중과 순화 영향권, 오늘날 한문과 외래어 아닌 외국어 간판 범람을 지적함)에 괄목만한 장, 단의 호흡과 박동의 간격을 조정하여 사물의 구체적 볼륨을 가미시킨 의도뿐만 아니라 결핍을 보완하려는 언어적 감흥이 장점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음을 보인다.
하늘 그 위에는
언제나 드높은 겨울의 하늘처럼
전운의 기운이 감돌고
하늘 그 밑에는
코발트색 봄날의 해가
온갖 향내를 무루 녹여 따스한 바람에 실어
그 하늘 안에
성성한 돌나무 석류나무라 할지라도
곱게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의 냉동고가 있고 별들이
나의 신비스런 빛으로 하여
영원을 사방으로 곧장 달리며
여기저기에 말뚝을 깊이 박는다.
-별궁- 전문
작품-별궁-은 너무나 깔끔하고 세련된 시상으로 청렬한 미각과 감동을 주는 엄숙한 제단에 차려 놓은 푸짐한 제수 같아서 어느 시인도 발상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하늘 안에 사랑의 냉동고가 있고 그 냉동고 안에는 신비스런 빛을 내던 별들이 저장되어 있다. 이러한 일상의 평범한 시상일 지라도 세련된 압축미를 깔끔하게 가미한 시상은 상상을 뛰어넘는 환상의 세계이다. 신비스러운 빛을 감춘 채 말뚝을 깊이 박는다는 결의 처리가 믿음직스럽다. 우리가 시를 통하여 갈구하고자 하는 궁극적 소망의 접근을 논자는 이 작품에서 어스름하게 그 가능성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그 판타지 햇 덩어리를 널 가슴
으스러지게도 품어 안고
어머니의 우물 속에서 아버지는
그 목젖까지 길고 당겨 불쑥 솟아나
천하에 둘도 없는 오직하나, 그 에로스 사랑으로
금 빛살 처 얼 철..., 금 물살 뚬벙뚬벙 떨구어
나와 너 아닌 그 큰 햇덩어리를 건지고 말았구나.
유일무이한 창조주, 절대 지존이신
그 하나님 아카페 사랑으로
신이 가르쳐서 마음 판에 새겨준, 그 흥망성쇠
빛나는 생명을 또 그들 나라의 행복된 삶까지
그런 빠뜨림이 전혀 없는
예정론의 운명이 아니고, 섭리와 예언을 따라서....
오직 이 한 생명 더 살아남아 평생 한 편의 시라도
횡적 종적의 차원을 넘어서 총체적 완성을 위하여...
-어머니의 우물 속에서- 부문
작품-어머니의 우물 속에서-는 주제 밑에 “내 태몽을 빛샘 아호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어느 가을날 어머니가 화자를 잉태할 때 샘물에 햇 덩어리가 비치더니 씨알 나무 열매로 탐스럽게 익어 가는 태몽으로 하여 “빛샘”이란 아호를 얻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빛샘”은 에로스 사랑과 아카페 사랑을 듬뿍 받아가며 천하에 둘도 없이 주님의 사랑으로 섭리와 예언에 따라서 완숙된 시인이 되고 싶은 희망을 갖는다. 성바이블경(마태,5장43~48절)에서 인간은 에로스에 의하여 태어나고 스톨케에 의해 양육되며, 필로스에 의하여 성장해서 아카페에 의해 완성 된다는 것이다. 에고이스트적 사랑인 에로스사랑은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고 잠을 자도 사랑의 꿈을 꾸는 관능의 사랑이며, 신의 완벽한 사랑이기 때문에 어느 것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족과의 무조건적인 사랑, 뜬 구름속이나 긴 터널의 어두움 속에서도 촌음을 아끼지 않고 사랑을 채우는 하나님의 사랑에 안기려 한다. 에로스와 아카페 사랑의 예언을 받아 평생불후에 명작을 출산해서 모든 사람에게 회자되기를 소망한다.
먼 순수의 꿈길을 떠나 산중턱에 이르러서도
삶과 죽음의 벼랑을 타고 무수히 오르내리며
시간을 좀먹어 치우는 아직 한낱 벌레에 불가한가.
부스럭부스럭 밤낮없이 가랑잎에 부슬비 내리듯
여남은 삶 몫의 살점들 시간마저 마구 찢어서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는 바퀴벌레 소리. 소리...
인생은 새벽꿈 원점에서 다시 뛰는 마라톤 경기
희망 빛 햇살 따라 바퀴벌레가 시간 벽 기어오르면
새 출발의 권총머리도 끄덕거리며 서서히 일어서네.
-시간의 바퀴벌레- 부문
흔히들 세월의 시간은 주마등이라 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되돌릴 수 없고 모든 우주 만물에게 공평한 시간이 주어지고 똑같은 분량으로 흘러간다. 살얼음판 같은 세상살이에 숨 한번 편안하게 쉬지 못한다. 시원한 하늘에 활공은 더더욱 꿈도 꾸지 못한 채 퇴화한 번데기로 마주했던 시간을 바퀴벌레에 대칭시킨다. 화자에게 있어 -시간은 좀먹는 한낱 벌레로 치부되며 시간의 벽을 열심히 기어오르는 바퀴벌레의 입장을 환치 시키고 있다. 우리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 앞에서 기적은 아무런 힘이 없으며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삶이 비밀의 연속임에는 틀림이 없다. 시간을 나누워 탄생시킨 약속들이 새삼 삶의 지엄함을 느끼게 한다. 멀쩡하게 계속되는 시간의 흐름을 토막 치는 새로운 출발점이 요란하게 시작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승수 시인은 시간과 공간, 우주의 만물이 똑같은 현상을 하고 있지 않은 이 무한성의 진리를 열심히 캐고 있다.
낯모를 아우의 인연이
우수憂愁에쌓인 그 눈물빛 사진이
책갈피에서 발견되다
삶, 삶이란
의식과 무의식의 카테고리 안에서
목 없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일까?
어서 돌아오라
너를 만나자
마침내 돌아온 어느 여름날
보람이 충만한 아침 바람에
너는 생기生氣찬 눈망울의 화신化身이어라.
- 환상의 소나타- 전문
우연히 책갈피 속에서 발견한 동생과 함께 찍은 흑백사진을 바라보며 화자는 사진 속 주인공들의 확신 없는 실마리를 찾아보려 애를 쓴다. 흑백사진 속에는 그들의 사연을 더 이상 분석할 수 없음에도 사진의 배경에 의문과 비밀이 참으로 궁금하다. 한 장의 사진 안에 있는 동생의 삶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붙들고 화자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의 존재형식에서 한동안 저만큼의 짐작을 떠올려본다. 본의를 완전히 감추고 유사성도 모방성도 없는 눈물빛 사진이 관념을 실어 비유로 새로운 이미지의 창출을 끌어 들인다. 우려와 기대감이 한숨에 싣고 있는 실질적 진실을 보란 듯이 밝히는-환상의 소나타-는 도치법의 원용에 표현기법을 살리고 당초에 의도한 시상을 야무지게 매듭짓는 것이 퍽 인상적이다.
3. 경물景物에 이목耳目을 추스른 시각적 시화詩畵
시인들이 발표하는 한편의 시가 독자와 부딪친 수사修辭의 혼란과 난이성(난삽성)에서 잔잔한 파동이 운무 속 꽃향기와 같은 환상을 일으키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시적 언어에 고뇌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시단에서 한성수와 같은 노시인의 창작 태도와 유닉크(독특한)한 경지의 입문은 반가움과 함께 살가움을 더하고 있다. 퇴화한 꼬리뼈처럼 속으로 이를 갈며 속앓이로 주문을 걸듯 미세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소재와 표현기법을 추구하며 변모하는 그 비결은 자신과의 대화, 즉 내성적 사고에서 비롯된 단순한 질문에 따른 답을 찾는 일이다. 주체와 객체를 연결시키는 통쾌한 힘을 발휘하기에 순수하고 명료한 질문이면 충분하다. 시인들은 자신의 눈을 통해 자기만의 방식에서 특정 시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정적 형상을 바탕으로 하여 싹을 발아 시켜서 무한한 작품세계를 갈무리 하여야할 소명이 시인들의 숙명이다. 창작을 직조함에 있어 평소 시인자신 앞에 꿈틀거리는 에너지의 영감을 얻고자 한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필수적으로 많은 시간적 할애와 사고의 고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어둠에 묻혀 밤에만 피는 꽃이다
그 형국이 마치 비단옷입고
밤길 걷기라한다
보잘것없어도 진실한 마음은
밤에 내리는 향기로,
세상 밝히는 웃음으로
꽃 향의 날개이어라.
-야래향- 전문
야래향夜來香나무는 남미나 서인도 제도 등 더운 지방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로 물과 햇빛을 좋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집안이나 비닐하우스에서 꺾꽂이로 기르고 있다. 5월의 밤이 되면 그 향기가 최고조로 뿜어낸다. 땅거미와 더불어 꽃이 피고 그 향기가 사람들에게는 상쾌감을 주지만 모기와 하루살이들은 이 향기를 싫어한다고 해서 모기를 쫒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화자는 보잘것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이 야래향 나무향기가 세상을 밝히는 미소로 묘사하고 있다. 화자에게 진실한 마음과 감정은 당혹스럽고 불편하면서도 그 향기에 감탄과 경외심을 느끼는 감정으로 야래향기를 맡아본다. 일부 식물학자들은 야래향 꽃향기가 남성들만이 만족을 느끼는 마초이즘(Machoism)에 타인으로부터 물리적, 정신적 고통을 받을 경우 상대의 심리를 파고드는 전시 효과를 낸다고 한다. 보잘것없고 진실한 마음의 이중적 심리 상태를 꽃 향의 날개로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의 젖무덤 같은 기린봉이
왈칵 토해 놓은 달을 따라서
오늘은 옛 고향 애인 찾아 돌아왔다.
배꽃이 하얀 살결로 피어나고
꾀꼬리 소리 노랗게 들려오네.
달빛이 그려놓은 벽화속에서
얼큰히 그대와나 단 둘이서
고향노래 한 번 불러보세.
-전주 팔경. 1 (기린토월麒麟吐月)- 전문
꿈틀대는 물살을 그려놓고
물오리처럼 오고가던
동포나루 돛단배들
새떼들이 물놀이하던 곳
젓갈이배, 비단배, 적삼배...
잃어버린 전설을 찾아야 하네.
청포도가 파랗게 익어가던 날
반딧불처럼 눈을 깜박이던 고향집
우리 눈을 감고 함께 돌아가야 하네.
-전주팔경. 7 (동포귀범東浦歸帆)- 전문
전주팔경의 연작시(1,기린토월麒麟吐月, 2,남고모종南固暮鐘. 4,다가사후多佳射帿. 5,덕진채련德津採蓮 6,위봉폭포威鳳瀑布. 7,동포귀범東浦歸帆. 8,비비낙안飛飛落雁.)를 읽고 지그시 두 눈을 감아보면 전주지방 팔경이 머릿속에 아름다운 화폭으로 펼쳐진다. 세상고민 파탈하고 노잣돈 몇 푼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 넣어 사립문을 나서고 싶다.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면 취기가 올라 갓끈을 늘어트리고, 담뱃대 허리춤에 찬 채 걸어가는 늘어터진 속도의 엣 노인네가 보일 것만 같다. 뛰기 아니면 눕기 사이의 속도감각을 멀리하고 한숨거리가 나날이 늘어나는 요즘에 풍류 한번 즐기고 싶어진다. 어머니의 젖 두덩 같은 기린봉에 달빛이 왈칵 토해내는 고향땅 기린토월麒麟吐月의 풍광에 덤으로 취하고 있다. 새우, 멸치 젖을 실은 배와 비단을 실은 배, 삼베적삼을 실은 배, 옛날의 번성했던 포구의 엥글(Angle)이 꿈틀대는 물살위에 잔잔하니 잡힌다. 아릿하고 비릿한 포구의 옛 정취情趣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이고 유년에 맡았던 물씬 풍기는 엄니의 젖 냄새이다.
최상의 전술과 용병술로 적장, 그의 전차와 포들을
모조리 없애는데, 졸병들도 깔아 쓸어내고
마지막의 철옹성 궁전을 지키던 황제의
친위병까지 멸망시키면,
패왕은 오금저린 독안에 갇혀 갈 데가 없다.
서슬 푸르게 나부끼던 황제의 깃발 꺾어 내리고
어쩔 수 없이 손들고 땅에 무릎 꿇어 자결을 시도할 때
짐의 나라 위해 피 흘리며 죽어 갔던 장수들과 졸개들의
갖은 얼굴들이 스치고 지나가니
모든 게 먼지로다. 먼지인저!
-장기판은 시험대인가.3- 부문
장기판은 인간의 삶과 전쟁터의 축소판이다. 거기에는 덕장과 지장의 전술이 있고 치밀한 작전 계획과 함께 복장福將의 지략이 숨어있다. 적의 움직임과 전략 전술에서 적진을 알고 아군진영을 알아서 전쟁에 임해야하는 손자병법의 기치는 반드시 적을 넘어트려 죽여야만 내가 이기고 산다는 전법이 있다. 예상한 전술대로 포위망을 좁히고 돌격하는 육박전은 졸개들이 펼치는 각개 전투이다. 실전에서는 연습이 없고 오직 한칼의 일사불퇴 뿐이다. 그래서 장기판은 중국 춘추 전국시대 군주들의 패권 다툼을 모방한 놀이판 이지만 수세기에 걸쳐 우리들의 삶에 많은 기치旗幟의 한수 앞을 내다보라는 교훈으로 훈수를 하고 있는 놀이 문화다.
4. 마무리 말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시의 본질적 문화의 특징은 변주(Variation)와 융합이다. 단순한 과거와의 반복이나 복제가 아니라 시대에 맞게 변형되고 새로움을 추가 하는 생활 밀착형 시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현대 시에서 우리 시인들은 다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적 이념이 항상 사유의 밑바탕에 깔아서 관심을 추슬러야 한다. 이제까지 한성수 시인의 제6시집 “산과 꽃의 만남(어우르기)”제2합본 수필집“꿈의 언덕길”에 실린 주옥같은 작품을 문학적 조각보처럼 각별한 매력을 유도하는 관조적 회감과 의식의 발의에 중심추(원중심추)의 움직임을 보인다. 한성수 시인은 반세기전 이성과 감성이 번득이던 고교 시절부터 시를 읽음으로써 마음의 정화와 안정을 찾았고, 수많은 세월 속에 시의 세계가 주는 참뜻과 맛을 흠뻑 받아 들였다. 꿈을 이루려면 반드시 시련을 견뎌내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는 맨몸으로 고통과 시련을 죄다 받아 안고 살아왔다. 서정의 이끌림에 시혼을 부여잡고 한 줄의 표출구도로 부활하는 감동을 찾아 문맥에 행간을 빌러 감성의 끈질김을 끌어당긴 세월이었을 것이다. 시인이 시인다움은 그 시인의 성향에 행적과 문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자정이 되면 깨지는 마법처럼 기적도 시간 속으로 사라지며 운명을 갉아먹고 생명을 죽이지만 오로지 시는 영원히 후세까지 살아남는다.
명작은 자신을 쓴 작가의 숙명을 삼키고서 수태하여 시대를 뚫어 태어난다. 시가 역사를 만들었다 해도 그 전개가 오랜 세월에 걸친 완만하고 우회적인 과정을 유념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학의 원천이면서 생명인 서정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은유하는 표현도 문학의 한 장르이다. 시학적 표현 수법에 있어 은유 또는 암유로 형태 묘사를 하는데 원관념을 배제하고 보조관념으로 작품의 본뜻을 파악하는 데는 풍부한 추상과 상상적 예견을 필요로 한다. 한성수 시인의 작품에서 패러독스(Paradox)를 가미한 서사의 완숙도를 보인다. 이것은 자연현상을 다른 특정장소에 이식하여 또 다른 형태로 의인화해서 그 정경을 사실적으로 현실감 있게 묘사한 기법을 응용 하였기에 가능하다. 그는 또한 삶의 조각을 기성 언어술사답게 경물景物에 이론을 추스르는 표현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능란한 솜씨가 증명된다. 이러한 점은 어디까지나 시인의 풍부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 졌을 때 가능하다. 한성수 시인의 시세계 내면에서 시구에 시각적 시화와 영혼이 담겨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시인의 향후 건필을 두 손 모아 모아서 빌어둔다. 끝
<에세이>
-문인의 각오와 사소한 행복-
澐 海 송 귀 영
(맥 문학가 협회 회장)
우리 시인들에게 있어 사소한 기쁨을 한줌씩 꿰어가는 행복의 비결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일상의 풍경에서 사유를 찾아서 시구詩句한 줄을 떠 올리는 행위이다. 메모해 두었던 주머니 속의 자잘한 감성을 다시 끄집어내어 일상적 자연의 묘미를 느끼면서 이렇게 사소한 즐거움을 만끽해도 되는가라는 착각을 일으킬 때도 있다. 문인들의 행복에 비결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주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시시콜콜한 일상의 생활 속에서도 타인들이 보지 못한 세세한 움직임과 형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다. 까무룩 털고 있는 기억을 현실의 실체에 교합하여 또 다른 형태의 재화를 찾았을 때 느끼는 감정의 영혼은 자신도 모르게 살을 찌운다. 모든 예술의 장르에서 시는 맨 앞자리에 놓이고 인간에게 정서적 순화의 기능은 물론 정신적 상처의 치유에 기능역할도 한다. 그래서 시가 어떤 색깔의 물도 들일 수 있고 어느 색도 지울 수 있는 무색의 매개에 염색체이다. 아름다운 시는 무엇이든 녹이지 못할 것이 없으며 어떤 분노와 원한도 용액처럼 녹인다. 우리는 시세계에서 적빈赤貧을 탈출하기위한 문학적 길을 갔던, 또 가려고 하는 행로가 옳고 그름을 웅변해야할 숭고한 의무를 지닌다. 책임윤리에 충실한 결의의 표현으로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시각에서 시인들은 시구하나에 고뇌하고 치열하게 사유와 투쟁의 예각을 세워 결단을 해야 한다. 심오한 생의 심연으로부터 너무 멀리 왔어도 시의 넓이와 깊이와 높이는 무한의 존재인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언저리를 비켜서서 시세계를 향한 공감과 도취의 그 순간만은 반대의견이 대두되어도 처신에 대한 비판의 날은 순수한 문학적 무게의 중심을 적중시키지는 못한다. 파란 만장한 우여곡절과 번민하던 오욕의 세월에 휘둘린 심층적 생의 매력을 조명하는 삶에 지혜와 원숙한 달관을 풍성하게 탐구할 능력을 우리 시인들은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푸른 하늘을 원통하게 물어뜯어야 하는 암시적 어법 속에 강열한 저항의 문학을 오붓이 도란거리며 시세계를 굽어보는 여유와 활달한 상상력을 간접으로 체험한다. 척박한 땅을 헤친 질경이 인생을 은유하며 스스로 가둔 일상이라 할지라도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이야 말로 입속에 빨고 있던 사탕이 툭 튀어나오는 그러한 아까움을 떨치지 못한다. 예술의 힘은 우리들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준다. 아름다운 작품에 담겨있는 레토리케(rhetorike)는 생각의 방법으로 구성하여 각각의 은유와 원리 그리고 문장 수사에 귀결된다. 진화 심리학으로 본 행복의 기원은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화두로 존재의 최고목적이 선禪에 있고 생존의 이유가 된다. 행복은 사회적 인간관계가 중요하고 학벌이나 외모 재산의 소득 등은 행복과 관련이 없는 마음의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전후 한국문단은 서구의 실존주의 지식적 유행이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하여 시대의 격랑에 휩쓸렸다면 지금은 자아의 계곡에 서서히 파묻힌 미시의 삶들이다. 허무와 실존은 밀실이나 관념이 아니라 현실과 체험의 문제이며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의 정서와 생각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세태묘사가 세부적으로 완벽하다는 느낌이다.
어려운 삶에서도 깨어있는 시인이 되고자 번뇌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한편의 작품을 생산하기위해 곪아 터지도록 생각하고 처절한 통증을 감수하면서 건져 올리는 분신은 혼신의 힘으로 출산한 산모처럼 시적자아의 긍정적 희열에 비길 수 있어야 한다. 기교란 감동의 한 방법인 동시에 그 자체는 시 정신에 있다. 은유와 직유 그리고 의인법등으로 표현하여 그 내적 감동에 울림의 폭을 키우려 노력한다. 문학은 삶의 현장을 통한 현실 반영이란 대칭의 결과물이라 생각하고 재료의 조건을 부여해 보려고 최선을 다해본다. 필자는 자연의 시간대가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자연은 명확하게 계량되지 않는 것이 시공간의 광활한 스펙트럼 속에서 우주의 자연을 녹여낸다. 단순한 삶이던 복잡한 삶이던 간에 삶 자체가 자연의 섭리이며 통증을 견디고 감내한 시간에 새긴 울음의 분휘가 몸 안으로 퍼질 때 조명하는 영성의 묵시록이 된다. 내경험을 사물에 상징을 담아 과장되게 표현하되 원근법을 의식적으로 작품에 화인을 찍는 현실 세계이다. 대부분 시인들이 올곧은 시정신과 남다른 언어감각, 심취한 미학,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자연을 미학적 공간으로 옮기고 있다. 그래서 문학은 미학적 공간의 순도는 높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영혼과 심상에 어떤 영향을 기치고 나무와 달이라는 물리적 정적 속에서 언제까지나 애잔한 서정의 시인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창조적 미소 속에 행복감이 숨어있는 웃음의 행복과 기쁨이 섞이어 긍정적인 정서를 잘 받아들이고 표현하기 때문에 즐거움이 가능하다. 마호메트는 선행이란 모든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는 행위이라 규정했다. 정신은 육화肉化한 비전으로 공유의 탕평이 감동과 희망을 보탠다. 오늘날 우리 문단에서 남과 나를 동시에 갉아먹으며 순간의 감정 배설을 독창적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어리석음을 간혹 보게 된다. 진정한 자기성찰과 새로운 삶의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밀도와 순도가 함께 높은 문장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이 문인들의 숙명적 명제들이다. 잃어버린 이미지로써 세계를 이해하며 존재를 성찰하여 계기를 제공하는 미학적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가장 근본주의(Fundamentalism)적인 사고가 밑바탕에 존재하면 서서히 급진주의(Radicalism)로 변이하게 된다.
“우둔한자가 현명하고 명석한자가 어리석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공존의 사회이다. 감정은 영혼의 격렬한 운동인 까닭에 소묘를 의미하고 질서는 때로 무질서가 되고 그 무질서가 또 다른 질서를 유지한다. 뛰어난 시인들도 전치법에 의하여 자연의 경험을 모방함으로써 자연스런 효과를 얻게 된다. 자연은 은연중에 시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을 때에만 수작을 창작하게 된다. 시인들은 서정적 여러 사유들을 끌어들이다가 적절한 순간에 뜻밖에도 고대하던 결론을 내림으로써 다름 아닌 전치법의 대담성과 무모성에 의하여 독자들을 감동시키게 한다. 선명한 이미지와 반복적인 긴 호흡의 리듬으로 생물의 살아 굼틀거림이 담보 되어야한다. 때문에 우리문인들은 미세한 것도 포기할 수없는 많은 이유를 내포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끝
프로필 (1)
* 중앙일보 시조, 국제신문 시, 부문 당선 현대 문학추천
* 시집 나비의 잠, 알아 눕는 갯벌, 시조집 호수의 그림자, 여의도 벚꽃 질라!, 마음 이 머무는 곳에. 평설집 한국대표 시문학 25인선 등
* 제3회 월하 문학 작품집상, 현대시선 금상 제1회 한국 시조사랑 문학상 제32회 한국 시조문학상
* 문인협회 정화위원, 시조시인협회, 시조진흥회 이사, 한국시조 사랑 시인협회 부 회장, 맥 문학가협회 회장, 현대시선 문학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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