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 작품
찻잔
이동실
책장 옆 키 작은 장식장을 자리한 흰색 바탕에 빨간 테를 두른 깜찍한 미니 찻잔 한 쌍.
시아버지께서 새색시 며늘애를 아끼시며 도예가로부터 열 쌍을 주문 제작해 주신 선물이었다.
앙증스런 찻잔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며 아버님도 흐뭇한 웃음을 웃으셨다. 물심양면으로 아껴주셨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그 찻잔은 유품이 되어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어쩌다 마음이 울적할 때나, 아버님이 그리울 때 그 잔을 사용하면 위로가 되었다. 나는 깨질까 애지중지 하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자꾸 쓰자며 졸라댔고, 장성한 세 아이들이 유학을 가면서 세 쌍씩을 가져갔다. 아이들도 나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겼다. 아버님과 나, 내 자녀들까지 3대가 ‘찻잔’으로 연결된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해졌다.
찻잔에 담긴 시아버님의 사랑, 오늘따라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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