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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문학 20호 원고 시조 6편



추천 :	503	이름 :	이동배	작성일 :	2012-08-22 10:46:27	조회수 :	5,541

   감포 앞바다
                                          이 동 배

어둠이 잽싸게
다가서는 바닷가에
멀리서 반짝이던
쉰 바람이 안겨온다.

가난한
겨울바다는
늙은 고깃배 타고 있다.

부서져 내리는
밤바람 빛깔처럼
고요히 말라가는
저녁놀이 얹혀있다.

서러운
갈매기 울음
잠이 드는 작은 섬

출렁대는 햇살 아래
가만히 내려앉은
흐름으로 묻어 놓은
꿈길 같은 뱃길 따라

외딴섬
종종 걸음으로
내달으는 밤 이야기

   불국토행적佛國寺行蹟

마애불 엷은 미소 토함산 감싸 안고
남산의 따스한 빛 서라벌 천년 약속
무영탑無影塔
여린 그림자
계림鷄林 숲속 닭 울음

별빛 달빛 어울러서 천마총天馬冢 엮은 사연
청운靑雲 백운白雲 건너면 불국토佛國土 여민 자리
에밀레
속 여린 울음
흘려가는 비천도飛天圖

   날개

부처님 손바닥 위
하루 종일 파닥대다

수평선에 긴 줄긋는
갈매기 웃음소리와

바닷속
깊은 침묵을
꽁지깃에 매달다.

   지리산 둘레길

산에서 내린 자락
골마다 엉긴 텃밭
청태靑苔를 이고지고
뼈가 되고 살이 되어
둘레길
휘젓고 다닌
향내 짙은 구절초

하늘을 보듬고
고을 정기精氣 품고 품어
가슴으로 다독여 온
길로 골로 쌓인 여정旅情
천왕봉
서슬에 스친
맞닿은 임 전설되다.

        *목어木魚

산사에 어스름이 저녁놀 잦아들면
허공에 매단 물고기 곳곳하게 솟은 나래
빈 가슴
가득 채워 줄
바람 한 줌 채웠거니

거닐던 가슴 한 켠 소리 죽여 들며 나며
속 깊은 님의 침묵 삭이며 맴돌다가
저녁 놀
머무는 밤길
칭얼대는 햇살이다.

*목어(木魚) : 나무를 잉어 모양으로 만들어 매달고 불사(佛事)할 때 두드리는 기구

     지리산은 2
                                    李東培

한 주먹 불끈 쥐고 뻗어 내린 이 강산
껴안고 우뚝 서 터를 잡고 머물면서
가슴팍
수천 년 묵힌
얽힌 굴레 감고 돌아

하늘을 휘감으며 민족의 정기 담아
샘을 내어 정을 쌓은 골짝골짝 삶의 터에
산처럼
내川처럼 살아
구름 얹혀사노니

맥박인양 펄떡이며 골골이 이은 실핏줄
천년 노송 세파世波 넘은 인고忍苦의 역사 현장
지긋한
섬진강나루
발 담그고 서 있어

파일 : 합천문학_20호_시조6수.hwp (32.0 KB), Download : 27



송영화	2012-08-22 11:12:33

산다는 것에서 우리 삶의 영역이 부처님 손바닥을 넘어나지 못하다는 것이... 역시 기다렸다 들여다 보는 재미사 솔솔합니다 좋은 작품 감사히 읽었습니다



윤경선	2012-08-22 23:20:04

좋은 작품에 머물다 갑니다



손국복	2012-08-23 09:58:54

* 멀리 있어도 늘 우리와 한마음으로 교감하는 아니 그 보다 더 큰 애정으로 합천문학을 사랑하시는 님의 마음에, 다양한 시편에 경의를 표합니다.



문학회	2013-06-19 10:16:05

댓글을 정리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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