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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호 출판 출향 이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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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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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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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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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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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6 19:33:11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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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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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악기 외 1 편
이 초 우
하이힐은 가락이고 음악이다
주눅 든 일요일 낮 열한 시, 계단은 대리석이다
똑 똑 똑, 단아한 하이힐 목소리 어디로 가는 걸까
무료한 일요일 다가구주택, 갈 곳 없는 사내도
힐 소리를 따라 어디론가 길을 나선다
바라만 보아라 핑크빛 하이힐
얼마나 정교한 여자의 비밀인가
힐의 예술은 여자의 하반신, 탄력 있는 경주마 엉덩이,
그 아래 꼬리처럼 모여진 살색 종아리
여자는 제 힐 소리 들으며 걸을 때 삶이 출렁인다
땅의 건반을 울리는 하이힐,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걸까
굽의 모양 따라 음색 다르고
굽의 높이에 따라 음의 고저가 다른 힐 악기
삶이 지겨울 땐 분홍 킬힐을 신고
우아하고 묵직한 대리석 바닥이나 계단을,
무작정 걷거나 오르내려보는 여자
그냥 앉아만 있던 사물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하지만
짐이 무겁거나 알코올에 취한 듯 어지러울 땐
가이아 신의 피부에 빗금소리 상처를 내며 휘청거리는 킬힐,
그럴 땐 킬힐을 버리고
웨지힐로 여신의 어깨를 위무해야 하리라
땅은 가이아 신의 육체
그녀의 은밀한 몸을 형형색색 굽으로 두드려
슬픔도 잠재우고
때론 절정의 쾌감까지 젖게 하는 하이힐
분명 힐은 여자에게만 주어진 신의 악기이다
달과 까마귀*
검푸른 밤하늘 전깃줄에 노랗게 익은 달 하나 열렸습니다
커다란 천도복숭아 하나 두둥실 열렸습니다.
두 개의 전선줄이 가는 달 그냥 못 가게 붙잡고 있습니다
달의 소맷자락을 갈라 전선줄에 살짝 묶어 놓았습니다
다섯 마리 까마귀 눈에
열 개의 작은 천도복숭아가 열렸습니다
깊어가는 밤 그 작은 복숭아들 노랗게 반짝이었습니다
세 가닥의 전선줄 중 맨 아랫줄은 비워 놓았습니다
위에서 두 번째 줄엔 흔들흔들 어머니가 앉아 계시고요
첫 번째 줄의 두 아이 온갖 재롱 피우며 놀고 있지요
며칠 전 적십자 병동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만만찮은 거리인데도 지금 막 허겁지겁 날아오셨습니다
아버지의 천도복숭아 두 개는 너무도 눈부셨습니다
디프테리아가 먼저 데리고 가 버린 첫 아들,
제 관 속에 남아있던 복숭아 하나 물고
막 날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오는 모습 돌아 본 어머니, 까악까악 어서 오라고
살갑게 손짓하며 불렀습니다
아버지가 넣어 준 그 복숭아, 보름달처럼 토실토실 자랐습니다
오늘 같은 성스러운 잔치 너무도 황홀합니다
다섯 식구들 까만 기다림 이제야 기어이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잠시 눈 돌리고 나면, 저렇게 큰 천도복숭아
아무래도 없어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화가 이중섭의 그림.
《약 력》(이 초 우)
∘경남 합천군 가회면 출생.
∘2004년 월간『현대시』로 등단.
∘시집 『1818년 9월의 헤겔선생』『웜홀 여행법』
∘제 3회 『열린시학상』 수상.
∗ 다른 분들 기준에 맞추어 필요한 약력만 선택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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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 (2015년._8._16.)(합천문협,_원고)신의_악기_외_1_편.hwp (14.0 KB), Download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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