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벚꽃 백리길
-별-
하늘 보며 날 생각한대
눈 한 번 흘겨도 앞 뒤 없이 쓰러지는
다 내어주고
속 비어 허한 세월
그래도 버릴 것 있어
눈물 나는 별 하나
2. 벚꽃 백리길
- 보조댐-
휘어진 가지 마다 젖은 버들이
간드러지는 바람 앞에
잎 동글게 모으고서
고백하지 않아도
툭 차고 일어서는 그 빛
연둣빛
3. 벚꽃 백리길
- 그여자-
약속을 못지켰다 그 여자
한세월 무던한 삶이 무너져 내리니
내가 지팡이리
달려왔던 흔적 없어
평안이 손짓하네
떨어지는 벚꽃 보며
4.벚꽃 백리길
-핏줄-
모태가 버린 들판에서
울타리 지켜 내 것이라
네 것도
내 것도 아닌 빈손인데
핏줄 엉켜오는 소리
밤 더욱 길어라
5. 벚꽃 백리길
-눈-
하늘 눈 내리 날
동구 밖 나서고 싶다
사람 눈 맞장 뜨니 어지러워 자빠지네
사람 눈 그만 뜨고
흰 눈으로 오거라
6.벚꽃 백리길
-기도 -
열리게 하소서
불면의 밤 길기만 합니다.
세월이 걸음을 멈춘 뒤
피안으로 들거들랑
몇 몇 남은 신이시여
신이시여 -
7 벚꽃 백리길
- 아침 풍경-
"할머니!
산이 깨어나고있어요".
"오른쪽 산이 더 많이 깨어났어요".
"오!
오늘 아침은 산과 나무가 더 빨리 깨어났네".
영현이가 늦장을 부렸나
"아니예요.
아침안개가 벌써 갈마산을 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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