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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문학 18호 원고(김옥란)



추천 :	484	이름 :	김옥란	작성일 :	2010-08-20 11:05:33	조회수 :	1,863

소나기

김옥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하늘 한쪽이 뚫렸나보다

젊음
저 막을 수 없는 반항
무장해제하고 싶은 정숙

당신에게 나를 던졌듯이
촤악촤악 파도 소리가 난다

이승과 저승 사이

김옥란

동네 앞에 걸린 조등
죽은이의 눈빛

흰옷입은 여인의 울음
저리도 애절한데
누더기 같은 육신 벗어놓고
어디로 간 것일까

얼마나 먼 거리를 걸어야 저세상이 나올까
산다는 건 또 무엇인가

조문객만 부지런히
골목을 오가고
울던 여인도 이제 잠들었나 보다

딸에게

김옥란

너무 잘하고 싶으면
엉킨다
항상 더 잘하고 싶을 때
문제가 생긴단다

보통으로
없을 때도 살았는데
거기다가 조금만 더

더 잘 할려고 애쓰지 마라
보통에서 조금만 더 잘하면
썩 훌륭할 걸 가지고

원

김옥란

별이 떨어져
꽃이 되는것을
보았다

쏟아지는 빗물
눈물이 되는 것을
그 눈물이
강이 되는 것을 ...

꽃이 피어
해가 되는것을
보았다

딸이라는 이름으로

김옥란

어머니의 넷째딸로 세상에 태어났다
외동딸인 당신 소원은 딸을 많이 낳아
두레상에 둘러 앉혀 밥먹이고 싶었다는

오늘
해바라기처럼 목이 긴 내 딸이 허리 굽혀 내 귀에 속삭인다
저를 보면서 엄마처럼 첫딸 낳고 싶어졌다고
대학을 졸업하고 쑥쑥 숙녀로 변하면서
딸은 친구로 다가왔다

옆집 꾀돌이 할머니
클 때 공주 아니였던 사람 어딨노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늙은 남의 딸들도 모두 예뻐 보이는 날

우리집 일하는 아줌마 이름이 박분이
분이, 분통, 분꽃
예쁜 이름 이네요
아이라요 우리 아부지가 딸 많이 낳아서
분하다고 지어준 이름 이라요



손국복	2010-08-20 15:26:30

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쓴 시 - 수고하였습니다.



이성동	2011-02-19 22:02:16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들녁 소나기를 피해 소년과 소녀가 들어간 원두막의 청순한 사랑을 읊은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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