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들녘
최 병 태
산 발치에 빈 가을이
수숫대처럼 야윈 얼굴로 걸어가고
바람 속에 모로 눕는 마른 풀
앙상한 손을 들어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데,
긴 기다림에 허기진 세월
가쁘게 졸라 맨 허리띠
더욱 조르며 달려왔지만
모두가 떠난 빈 들녘엔
핏발 선 칼바람 서글피 울고 있다.
흙 위에 뿌린 땀은 거짓이 없다지만
이 땅의 진실은 어디로 흘러가
부끄러운 등으로 어느 진흙 바닥에
얼굴 묻고 죽어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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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한
황혼의 길목에서 되돌아보니
명치끝이 시려오는 순간
상념의 우물을 파고
채우지 못한 빈 잔이 흔들린다
거칠었던 호흡
숭숭 뚫린 가슴 사이로
내 미련의 창가에 서리는
뿌연 입김
아직도 목마른 갈증
아쉬움의 갈망 속에 잠들 줄 몰라
방황하고 있다
한 가닥 빛으로 전이되는 세월을 더듬고
자신을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쉼 없이 달려왔다는 회한에
여유조차 준비하지 못한 탓에
이젠, 남은 세월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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