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파 이주홍선생 생가복원 추진을 위한 문학의 고장 답사기
합천문인협회 이 성 동
향파 이주홍선생기념사업회(회장 김회석)가 주최하는 선생의 생가복원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향파기념사업회 회원과 합천도의회의원, 합천군의회의원, 합천군청직원, 합천문인협회 회원과 사동마을 주민 등 합천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답사단으로 구성되어 지난 1월 14일부터 1월 15일까지 1박 2일간에 걸쳐 전국에 산재한 우리나라의 유명한 문학인들의 고장을 찾아가는 기획 탐방에 합천문협 소속으로 나도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이날 이주홍 선생과 사제관계이거나, 평소 선생을 흠모해왔던 부산의 문학인들 중 가야출신 시조시인 박달수 선생과 부산대 임종찬 교수, 그리고 부산교육대 주광식 교수도 하루 전에 미리 합천에 도착하여 1박하고 우리 답사단에 합류하였다.
1월 14일 출발하는 날 아침, 합천읍 이화예식장 앞에 대기 중이던 버스에 심의조 군수께서 올라와 우리 현장답사단 일행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향파선생 생가복원의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하여 전국의 유명 문학인들의 고장에 찾아가서 이미 복원되어 있는 그들의 생가 및 문학관을 답사하여 벤치마킹을 잘 하고 돌아와 우리고장 합천에 향파 선생의 생가와 문학관이 성공적으로 건립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하였다.
향파 이주홍 선생은 1906년 경남 합천군 합천읍 금양리 사동마을에서 태어나서 1987년 부산에서 생애를 마친 경남. 부산 지역문학의 1세대 문학인이다.
본디 이름 외에 향파, 여인초, 방화산, 망월암, 주홍, 홍, 향파학인 들의 필명을 썼다.
향파는 1928년 동화 '배암색기의 무도'(신소년 5월호)로 문학의 길에 들어선 이후 생애를 마칠 때까지 아동문학과 성인문학, 연극, 연출, 만화, 편집, 출판, 음악, 서화 등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했다. 60년을 뛰어넘는 문필활동은 근대 경남, 부산 지역문학의 다변성과 역동성을 증언하고 있으며 광복기 이후 줄곧 부산에 머물며 부산지역문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후세대 문인들을 이끌었던 문학과 예술의 대가였다.
이런 연유로, 선생의 제자들이 뜻을 모으고 부산시의 지원으로 향파 선생이 1971년부터 작고하실 때까지 생활한 자택을 개축하여 문학관으로 운영하다. 2004년, 생전에 그토록 살고 싶어 하셨던 금정산 자락 차밭골로 옮겨 2005년 이전(移轉) 개관했으며, 이곳에서 향파문학제가 매년 5월에 열린다고 한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향파 이주홍의 문학이 '드디어' 고향 합천에서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향파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합천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합천군과 주민들이 공동으로 향파 생가터 표지석을 지난 2006년 5월에 세웠고, 그해 12월 31일에는 황강가 일해공원에 향파 시비와 그의 앉은 전신동상이 세워졌다..
그동안 부산에서만 집중 조명을 받아 온 한국문단의 거목이지만 정작 고향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향파가 탄생 100주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되살아난 것이다.
우리들이 향파 선생의 생가와 나아가 문학관 건립을 위한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답사할 선견지 문학의 고장은 안동의 이육사문학관, 평창의 이효석문학관, 원주의 박경리 토지문화관, 춘천의 김유정문학촌, 옥천의 정지용문학관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우리나라 문학의 여명을 밝혔던 이름난 문학인들과 그들 문학인들이 주옥같은 작품을 만들어 낸 문학의 산실이 있는 고장들이다.
합천을 출발하여 안동 이육사 문학관으로 향해 가는 중앙고속도로상의 버스 안에서 향파이주홍기념사업회 김해석 회장의 인사말과 답사단원 각자의 소개가 있었다. 김해석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국 유명 문학인들의 생가와 문학관 답사에 동참한 답사단원들의 의지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좋은 결실을 맺도록 협조를 요청하였고, 이어서 합천읍 금양리 사동마을에 거주하는 향파기념사업회 윤강석 감사도 자기소개를 하면서 향파선생의 생가복원을 위해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였다. 출발 전의 심군수님의 당부와 이분들의 간곡한 협조요청을 들으면서, 이번 문학의 고장 답사여행에서 향파선생의 생가 복원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견학을 통해서 무엇을 보고 가져올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저 목적 없이 떠나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보다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가는 곳마다 무엇인가를 탐색하면서 특이하고 인상적인 것들은 머릿속에 담거나 기록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첫날 안동의 이육사문학관과 생가 답사를 시작으로 다음 날 모든 일정이 무사히 끝나고 차가 합천읍에 가까워질 무렵, 김해석회장의 인사말과 답사결과에 대한 각자 자기 소감 발표가 있었다. 나는 각자의 소감발표를 들으며 이분들이 바로 향파 이주홍선생의 생가 복원과 나아가 문학관 건립에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인사들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이번 문학의 고장 견학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나는 합천에 세워질 향파 이주홍 선생의 생가를 어떻게 복원해야 하는 것인가를 나름대로 생각해보았다.
우선 생가를 먼저 복원해야겠지만, 이어서 언젠가는 선생의 생가 옆에 문학관이 병행되어 건립해야 한다고 본다. 선생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주홍 선생의 생가복원 사업 추진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은
첫 째, 향파 선생의 생가 복원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예산 없는 향파 선생의 기념사업의 구상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수밖에 없다.
둘 째, 예산이 확보된다면, 토지 매입시 생가부지는 물론, 문학관 추가건립에 필요한 부지도 미리 매입하여야 한다고 본다. 춘천 김유정 문학관의 권금순 해설사는 김유정 선생 생가복원을 마치고 몇 해 안가서 주변의 땅값이 부지기수로 올랐다는 것이다.
처음 매입할 때 단위면적당(3.3058㎡) 25만원 하던 땅값이 10년도 안되어 150만원으로 올랐다 하며, 참고적으로 한다는 이야기인데,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는 것이다.
셋 째, 선생의 생가복원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싶은 문학의 고장으로서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 우리는 그 이미지를 다음과 같은 문학의 배경이 되었던 고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첫 번째 예시하는 고장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의 배경이 되었던 일본 ‘니카타현 유자와’이다. 2001도 내가 일본에 문학기행차 이곳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이곳에는 병약했던 가와바타가 즐겨 찾던 온천장이 있었는데 그가 묵었던 곳은 유자와 고원 아래 다카한 여관이었다. 가와바타는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으며, 1968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작품은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출판계 일류(日流)의 고전이다.
소설 속의 ‘시마무라’처럼 ‘가와바타’도 하루에 몇 번씩 온천을 다녀왔고, 그중 한 곳이 1934년 묵었던 유자와 고원 아래 다카한 여관이었다. 다카한 여관은 가와바타가 묵었던 자리에 그대로 있다. 2층 가와바타가 묵었던 방을 재현해 놓았다. 방 한쪽 벽에 고운 얼굴의 여성 사진이 걸려있다. “생전의 가와바타가 소설 속 고마코의 모델로 인정한 사람”이라고 하는 ‘마쓰에’라는 이 여성은 작가가 이 여관에 머물 때 아침마다 작가의 방에 불을 넣어 주고 목욕물을 데워 줬다고 한다. 고마코처럼, 소설 도입부에서 시마무라와 고마코가 만나는 여관 아래 신사(神社)는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눈 가운데 서 있다.
여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시내에는 설국관이 있다. 이곳엔 가와바타의 친필 원고와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고마코의 방도 재현되어 있다.
이처럼 설국의 배경이었던 일본의 니카타현에는 가와바타가 이미 타계하고 없어도 작품속의 배경과 그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이곳은 일본의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의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드는 곳이다.
다음은 이번 우리가 답사한 문학의 고장 가운데 하나인 이효석의 작품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었던 평창이다.
이효석의 여러 작품에서 <메밀꽃 필 무렵>은 현대 단편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만남과 헤어짐, 그리움, 애수(哀愁) 등 떠돌이(장돌뱅이)의 정서와 자연의 아름다움이 융화되어 미학적인 세계로 승화된 단편소설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 지방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 마을 일대에는 작품 속의 배경처럼 메밀밭을 일구어 매년 9월이 오면 아름답게 핀 하얀 메밀꽃을 관광객들에게 감상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다. 또한 봉평면 창동리 마을 입구에, 지금은 남쪽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겨울철 농촌의 환상적인 하얀 설경이 펼쳐진다. 초가집 지붕에 눈이 덮여있고 처마에는 길게 달린 고드름이 영글어 있으며, 물을 가두어 얼게 만든 스케이트장 등 얼음 조형물들을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면서 낯선 나그네의 마음을 먼 옛날 동심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
문준희, 김윤철 두 분 도의원이 경주하듯 얼음판 위에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들이 천진스러워 보였다. 스케이트장 뒤편에 고드름이 조밀하게 달린 주막집이 자리 잡고 앞 벽면에 차림표를 달아 놓았는데, 메밀국수, 메밀묵, 동동주 등 이 지방 토속식품이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평창에는 또다른 관광자원이 눈에 띄었다. 이 마을에서 500m 정도 떨어진 흥정계곡의 한쪽 산 밑에 관광농원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허브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허브정원’과 7개의 테마가든으로 조성되어 있는 ‘허브나라’는 최근에 이 일대에 펜션단지가 들어서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몇 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태기산 자락의 보광휘닉스파크는 겨울 스키철에, 그리고 대화면의 금당계곡은 여름 피서철에 많은 피서객들이 몰려 온다고 한다. 따라서 이곳 평창은 이효석의 문학관과 함께 우리나라 문화, 레포츠관광의 선진(고장으로)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상 문학의 고장들에 전시해 놓은 작품 배경의 전시물들은 <설국>의 경우, 작가의 작품 속의 배경과 거의 일치하게 만들어져 사실적(寫實的)으로 잘 묘사되어 있고, <메밀꽃 필 무렵>의 강원도 평창은 작품의 배경을 토대로 한 문화, 레포츠의 콘텐츠를 관광전략 상품으로 개발해 놓은 것으로 본다.
향파 선생의 생가 복원, 나아가 문학관 건립에 있어서, 서로 다른 두 문학의 고장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나는 먼저 (작가의 생애나 문학의 배경이) 여기에 우선적으로 투영되어야 한다고 보며, 두 번째는 평창의 예처럼 문화, 레포츠의 콘텐츠를 관광전략상품으로 개발하여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우리 합천에는 이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영상테마파크나 축구장, 골프장 등이 설치되어 있고 대규모 연수원과 호텔이 건축 중에 있거나 건축될 예정이어서 여기에다 향파의 생가와 문학관이 건립되어 문학의 고장으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면, 합천도 문화, 레포츠의 관광지로서 어느 정도 면모를 갖추게 되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관광 선진 고장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지금 문화, 레포츠 등의 관광전략 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하여 외국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제에 우리 합천에도 향파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향파선생기념사업회의 주체하에 전 군민이 함께 힘을 모으고, 합천군청과 문화원이 그 중심에 서야한다,
왜냐하면, 합천문화원은 문화적 힘이 있는 합천을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되어야 하고, 합천군청은 행정 전반에 문화 마인드를 적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주는 역할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합천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합천문화원은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문화인들의 의지와 뜻을 모아 합천문화예술 활동의 중추적 브레인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끝으로 이번 선진 문학의 고장 답사를 통해서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지만, 무엇보다도 1박 2일간 동참했던 분들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을 큰 소득으로 생각하며 나아가 향파 선생의 생가 복원 및 문학관 건립이 관련기관과 합천인 모두의 염원과 의지로 하루 속히 좋은 결실을 맺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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