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4월의 햇살은 유난히 따사했소
살아 생전은 비록
가진것 없이 가난했을 지라도
산자락 그늘 등에 지고
가슴으론 너른 들을 품고 계신
지금의 형님 모습은
만석지기 지주 같았소
평생,
남정강을 벗 삼으시고
안주가 없을지라도
쇠주 한 병만 있으면
세상 다 얻은 듯 목소리 높이신
마냥 사람 좋은 이웃 형님이셨죠
게다가 문학끼까지 겸비하고
풍류에 온 몸을 던지시던 한량이셨죠
형님과의 마지막 자리가 될 줄 모르고
쇠주 한 잔 따라주지 않아
섭섭해 하시며 핀잔하셨던
형님의 마지막 음성이
형님의 안택 앞에 서 있으니
진한 귀울림으로 먹먹해지더이다
저도 머지않아 갈테지만
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형님을 그리워하는 발길들이
이처럼 사랑으로이어지는 걸 보면서
세상 참 멋있게 사셨던 형님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습디다
형님,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일어나셔서 마주 앉아
쇠주 한 잔
거나하게 마셔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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