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
윤경선
부산하던 가을걷이 끝나고
생기 넘치던 연두빛
빛바랜 갈색의 무기력한 초겨울
보약 한 첩 먹어야겠다
쌉싸름한 들꽃 한 움큼
산기슭에 흐르는 샘물 두 바가지
맑은 바람 새소리도 넣고
달짝지근한 감초 한 조각
활활타는 장작불 열정으로
시를 끓인다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
푹 끓이고 달궈지면
쓴맛 단맛 음미하며
천천히 마신다
혈관을 타고 온 몸
전율이 흐르듯 짜릿한 이 기분
비로소 살맛이 난다.
강가에서
윤경선
유유히 흐르는 세월
작은 들꽃의 미소
살며시 꺼내어 본다
쫓기고 쫓기던 날들
한 폭의 수채화로 그려
강물에 띄우고
물결이 여울지는 그곳
작은 그리움으로 일렁이다
미완성의 추억으로 남아
아직도 가슴 설레이고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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