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바람에 눈을 베었네
그사람 이마가 여름으로 물드네
질펀한 갯내음
바람난 망둥어는
철없이 까불대고
갈대잎 사운대는 소리
사람보다 먼저 듣는 그리움
말없는 여름속에 파고들어
놓쳐버린 가슴을 더듬을때
저기
깜짝놀란 불덩이 하나
시퍼런 물속에 뛰어 내리네
- 첫사랑 -
당신
손끝 닿는 곳마다
푸른 소름이 오소소
돋아 납니다
몽고반점 잃고 난뒤
처음 돋는 것들이라
홍역처럼 아프고 아픕니다
- 외갓집 -
날샌다 날샌다
대밭이 부산하게 집을 흔들고
하늘도 가슴이 벌렁 대는지
흰눈을 펄펄 날리고 있었다
선술집 어두운 구석에
김서방은 붉게 달아오르고
동짓달 짧은 해는 막걸리
사발속에 드러눕는다
아버지를 데리러 가는 나는
마중물이 되지 못한다
그래도 좋았다
막차를 놓치면
택시를 탈 수 있어서
개벼리 모리마다
엄마의 속쓰림이
수북수북 쌓였다
- 유월 -
당신이 좋아하는 비름 나물을 무쳤습니다
겨드랑이 사이마다 올망졸망 꽃도 달렸습니다
어찌나 순코 연튼지 끓는 물에
몇번 뒤척이자 참나물이 되었습니다
동그란 밥숟갈 위에 소복히 얹힙니다
약간의 소화액과 위벽에 착상합니다
꽃씨를 잉태하자 눈 가는데 마다
초록물 뚝뚝 번집니다
입 열자 수억의 꽃송이
나비떼처럼 날아 오릅니다
사. 랑. 해
김영애
2010-06-22 17:17:27
좋은 시 즐감했습니다
그런데 작품은 5개입니다
손국복
2010-06-23 12:49:51
하! 아하! 우리 김경미가 제대로된 시 몇 점 건졌구나, 순천만에서 , 갈대밭에서, 초여름에 사랑 하나 건졌구나. 깔끔 시원 경미답다. 축하해요.
손국복
2010-06-23 19:36:51
* 경미 시를 다시 본다. <순천만><첫사랑>은 더 손볼데 없이 군더더기 하나없는 말짱한 시로 형상화시켜 읽는 이로 하여금 소름 돋게 만드는구나. 오-! 저 깜찍한 도발!!! <외갓집>의 말미 어머니 속쓰림이 수북이 쌓인 곳에 이러러 나이에 비해 세월을 깊게 살아온 흔적이 역력하나 <유월>은 비유와 이미지 전개는 돋보이나 어말어미 처리가 너무 단순하고 다다다로 단절되는 맛이 있어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교를 찾아봄이 좋을듯. 건필유려함을 기원함다.
김경미
2010-06-24 09:24:22
온유한 모습뒤로 날카로운 눈빛, 조금 덜 쓰다듬은 마음을 단박 읽어 내시니 두렵고도 너무 감사합니다
송영화
2010-07-01 21:22:50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줄도 잡히는게 없는 사람은 더운날에 한숨만 누가 시원한 커피라도 한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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