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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문학 23호 원고(임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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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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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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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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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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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4 15:17:01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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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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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시조 갈마산 구름 외 3편 있습니다. (사진과 프로필 새로 올립니다. 그것으로 해주시길.)
그곳에 가면
“선생님!”하기에 나는 별 생각없이 차에 올라 두고 온 손수건을 가져 내려오는데,
“선생님 저 모르세요?”
“ 선생님,저 박용수입니다.”
“아! 박용수!김양희 친구?”
“예 맞아요, 양희 친구 박용수입니다.”
“그래 어떻게”
“친정어머니 생신이라서 합천 다녀오는 길이에요.”
“아,그래 오랜만이다”하는데 집 사람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얘기를 못하고 아들집에 가져갈 짐을 들고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다시 그 제자를 돌아보니 그도 나를 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인사로 고개를 숙이니 그도 고개를 숙였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우리는 별 이야기도 못하고 헤어졌다.
그러니까 지난해 11월 26일에 있었던 일이다. 아들놈 혼사 애기도 있고 해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갔을 때의 일이었다. 택시를 타고 오는데 지난 일들이 왜 그리도 많이 나는 지. 그렇다고 집 사람한테 애기도 할 수도 없지 않는가? 이제는 중년 여인이 되어버린 오래전의 일을 가볍게 얘기하는 게 혹여 오해를 하여 시비 거리가 되면 좋은 일로 가는 일이 변색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 제자는 내가 74년도에 첫 발령지 학교의 당시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나는 27세의 병아리 교사였고 그녀는 꿈 많은 중1 14세 소녀였다. 꼭 40년 전의 일들이 한편의 영화 장면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첫 부임인사를 하던 날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아들이 교사가 된 것에 염려가 되었는지, 자랑스런 일이 되었는지, 내가 연단에서 인사말을 마치고 내려 올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으셨다.담임 배정은 2학년 4반이었는데 학생수는 60명이 넘었다. 지도할 교과는 세계사와 도덕이었다.학생 앞에 선다는 건 즐거운 것이었다. 전 날 공부해서 다음날 가르쳤다. 참고서며 사전을 끼고 살았다.첫 시간 가르치고 나면 다음 반부터는 자신감이 붙어 무얼 가르치는 지 이해가 되었다. 그만큼 밑천이 빈약하였다. 마치 밑천 약한 상인이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사는 형상이었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교학상장이었다.
학생들은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따랐다.아마도 나이가 젊고 총각이란 점도 작용했으리라.수업시간에 여학생들은 나에게 거울을 비치기도 하였고 자기의 의사를 지금처럼 문자메시지나 전화가 없는 시절이라 쪽지 편지를 주고는 도망가는 학생이 많았다.
소풍을 가거나 수학여행을 갈 때는 여학생들이 ‘섬마을 선생님’을 많이도 불렸었다. 소풍장소나 수학여행지에서는 나와 사진을 찍으려는 특히 여학생들이 줄을 설 정도였으니 내 인생에 그래도 전성기가 있었다면 그때가 아닌가 싶다.
시험을 치고 나면 풀이를 하고 개인 점수를 확인시켰다. 점수가 뛰어난 학생과 약속한 점수에 해당하는 학생에게는 보상으로 노트를 상으로 주었는데 노트 제일 앞면에는 ‘상’이라는 선명한 도장과 함께 노트 제일 첫 페이지에 ‘初志一貫(초지일관)’이라는 글을 써서 주었다. 서울에 있는 친구 안교가 많은 노트를 보내주어 큰 보탬이 되었다. 그 친구와는 지금도 서로 존경하며 지내는 둘도 없는 사이다. 물론 약속한 점수에 해당되지 않은 학생에게는 매를 들었다. 하루는 시험문제 출제를 하다가 담임반 교실 책상위에 두고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그 사이에 어느 학생이 본 것이 큰 문제가 되었다. 시험을 치렀는데 우리 반 학생 점수가 너무 높아 알아 봤더니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문제를 알려주었던 것이었다. 전체 학생들에게 제 시험을 본 것은 물론이었다. 화도 나고 배신감에 ‘내가 너희들을 잘 못 지도한 탓’이라며 학생이 나에게 매를 들게 하고 나도 그들을 때려 학생도 울고 나도 운 사건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일이었다.
늘 점심시간과 방과 후는 학생들과 같이 축구를 하며 지냈다. 퇴근시간에는 선배 선생님들을 따라 술집으로 퇴근을 하다시피 했다. 요즘과는 달리 그 시절에는 직장근처에 선생님들이 거의 하숙을 하든지 자취,살림을 하였다. 대열에서 빠진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의당 선배선생님 하자는 대로 하는 걸로 알았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방에 빽빽이 둘러앉으면 색시 몇 명이 들어와 자리했다. 그 때는 팁이라는 개념도 없고 그냥 술 따르고 말 받아주며 노래하라면 노래하였다. 어떤 선생님은 접시두개를 가지고 장단을 멋지게 치는가 하면 술상에 장단 치는 솜씨는 기가 찰 정도였다. 술집은 제법 많았다. 초가집이라는 술집아가씨가 나를 좋아했는지 다른 술집에 내가 있는 걸 알면 그 집에 물지게로 물을 길러다주기도 하는가하면 학생들이 “선생님,손님이 교문밖에서 기다립니다” 해서 나가보면 종이로 접은 편지를 전해주고는 사라지는 게 아닌가! 후에 안 일이지만 그 처녀는 한글을 몰라 다른 동료가 대필을 하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쯤은 그 아가씨도 어느 하늘 아래 손자손녀를 보는 할머니가 되어 있으리라.
술집에서 나와 헤어지면 하숙집으로 향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좁다란 논밭 길이었다. 달밤에 취해서 어께에 가방 매고 ‘매기의 추억’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노라면 발을 잘 못 디뎌 벼논에 빠지는 날이 더러 있었다. 하숙방에 들어서면 어느새 제자들이 옹기종기 앉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시험을 치른 날은 채점하러 온 학생이 채점할 답안묶음보다 많아 오히려 내가 난처해하기도 하였다. 요즘 같으면 교사가 직접채점하지 않으면 문제 될 일이지만 그 시절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학생들이 지금처럼 놀이 문화가 좋지 않고 열약해서 선생님과 같이 지내려고 했다. 저녁밥은 거의 술로 대신하였고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걸 하숙집 아주머니가 아시고 구기자를 끓어 매일 같이 한 사발씩 주셨다. 내가 이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 것도 그 구기자의 덕택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창원이나 진주에 출장을 가거나 그 지역에 가게 되면 옛 생각에 하숙집주변에 가서 거닐어 본다. 특히 비오는 날에 옛날을 회상해 보는 것이 큰 낙이라면 낙이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지은 시가 등단의 작품이 되기도 하여 더욱 소중하며 의미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곳에 가면 가슴이 설렌다//첫 발령지 교육애가 자리한 그곳/내 첫사랑 같은 곳/ 젊음과 패기 많았던 시절// 머리위에 반짝이는 별빛 따라/메기의 추억을 흥얼거리며/좁다란 논밭 길 따라/하숙집으로 가는 먼길//신문지로 도배한 흙냄새 나는 작은 방에/제자들 웃음소리 넘치고/말없이 나를 지켜주던 정다운 눈길//간밤숙취에 하숙집 주인이 끓여주는/ 구기자 물 한 그릇에 힘이 났었다/ 내사랑이 움트고/ 내 젊음과 희망을 심었던 그 곳// 그곳에 가면 가슴이 설렌다. - 그곳에 가면
누구나 저마다의 직업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직업관을 가지리라.지난 일들이지만 교직은 나에게 천직이었다. 나 처럼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생활한 직업인도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고 자부해 본다.40년 전 철없는 교사로 교육하던 내가 정연퇴임을 한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때의 어린 학생들도 이제는 60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겠다. 어제 같은 일들인데 말이다. 누가 세월을 光陰如時(광음여시)라 했던가.
아! 제자들이 그 때의 일들을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들 살고 있으며 나처럼 그리워들 하고는 있을까? 오늘도 나는 그곳에 하늘을 멍하니 바라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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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갈마산 구름---
구름아
나 여기 있다.
내가 갈마산이다.
간밤에
마땅히 쉴 곳 없어
꼭두새벽에
지친 품세 이끌고
여기까지 왔느냐
산허리
소나무 가지에 고달픔 내려놓고
내 품에 안겨
기운 받고 가거라
맑은 물 말없이 흐르는
남정강 굽어보며
건너 사람들의
삶의 모습 바라보며
힘든 품세 쉬고 가거라
구름아
나 여기 있다.
내가 갈마산이다.
-----2.보람의 길------
교육하길 잘 했다.
인생정원사 하길 정말 잘 했다.
교학상장(敎學相長)그대로였다.
하루하루 가슴 뛰고
꿈과 희망 움켜진 보석들의
웃음소리 듣길 참 잘 했다.
매 맞은 아이 울고 매 든 나도 울고
가정방문 소풍 수학여행
내 가슴도 뛰었다.
하루가 10년 되고,40년이 되었다.
이제 떠나야할 시간
그들의 웃음안고 가야겠다.
소나무처럼 푸르게 푸르게
우리교육 푸르게 푸르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란
믿음하나 챙겨들고
이제는 가야겠다.
도란도란 사랑할 줄 아는
내 가족의 품으로…
-------3.. 어머니-------
나
어릴 적
어머니는
장날이면
곱게 빗질하고
휑하니 나섰다.
꿈에라도
신천지 같은
장 구경 하고파
숨소리
발자국소리 죽여가며
몰래 뒤따라가다
들키는 날에
매질하고 나섰다.
돌아오는 시간은
차라리
천년이었다
당상나무아래
돌 베게하고
잠들다
인기척에 잠을 깨면
반가운 어머니였다.
시장바구니 가득하고
비릿한 냄새는
허기진 내게
향수
같았다.
4.동창회
그립다
모두가 만날 수 있는 날
우리들은 한시절
한 교문을 드나들며
교가를 목청껏 부르고
한 교실에서 공부하며
청운의 굼을 키우고
넓은 운동장에서 뛰놀고 딩굴며
심신을 단련했다.
오늘 만큼은
나이와 지위 그리고 명성
많이 가졌다든지
그렇지 못함의
삶의 무게를 내려놓자
그동안 열심히 산다는 이유만으로
소원하게 지냈다면
동문의 이름으로
화합하고 신명나는 하루를 보내자.
성공한 동문에게는 축하를
힘들어하는 동문에게는 용기와 격려를
·다시 일어서게하는 에너지를 넣어주자
임 장 섭
0.합천 대양 출생
0.합천․.의령교육청 장학관
0.경남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관
0.야로중․초계고등학교교장
0.경상남도 합천교육청 교육장
0.전국교육장협의회이사
0.월간「수필문학」등단
0.월간「문학세계」시 부문 신인문학상
0.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수필가협회이사
0.국제라이온스합천클럽 회장
0.전국시조경창대회대상부장원.
※간추린 프로필입니다.손대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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