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마루에 올라
이동배
문루를 타고 도는
고단한 발걸음과
하늘가 맴도는
한적한 바람소리
산마루
뜨거운 석양
솟아오른 흔적들
*백악마루 : 서울 북악산(백악산)의 정상
가면무도회
저만치 뒹굴다가 발길질 쏟아져도
무단히 용감해진 오뚝한 꼬마병정
흩어진
머릿결 주워
바라보며 웃는다
굳어진 사실들이 웃음 짓고 윙크한다
가려진 가면 속에 미소가 천진스러워
세상사
돌아다니며
벙글벙글 손잡고
허름한 옷을 입은 가난한 겨울나무
하이얀 눈가운 입고 앙상하게 서 있다
그대는
복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라.
울엄마
이미자 동백꽃아가씨 노래를 자주 불렀더랬어요
처녀 적 연애할 적 순정 때문인가 했지요!
그렇게
험한 세상을
가슴으로 울어 사도
가슴팍 헤지도록 멍이 들던 나날들이였지요
허우적대며 저어가는 흥건한 설움 바다였었지요.
울 엄만
오페라가수
평생토록 주인공
지렁이 1
비온 뒤
갠 날 길 위
뒤집어 자빠진 채
나왔는지도 모른 체
죽는지도 모른 체
밟아도
꿈틀거릴 뿐
아무소리 없었다.
버려진 시간들이 땅속 구멍 막아서며
온 세상 숨김없이 한순간 사라져도
아침의
호기심으로
아무렇게나 죽으며
자아自我 속의 나는 없어도
땅 위로 나온 그때, 이미
마지막 주름잡아
허리 펴며 멈춘 곳
밟으면
꿈틀거리던
그대들도 웃었다.
햇살이 걷는 길
길거리에 주소를 둔
어느 아침 햇살 한 줌
지나 간 추억 조각
어깨에 짊어진 채
태초에
신神들이 걷던
언덕 위의 발자국
약력
* 계간 현대시조 신인상(1996년),아동문예상(2010년) 현대시조 동인, 섬진시조문학회장, 한국․경남 ․ 합천⋅김해문협회원, 경남․진주시조시인협회 부회장, 경남문협 이사, 경남아동문학회원, 한국불교문인협회원, 국제펜클럽회원, 시조집 : 『합천호 맑은 물에 얼굴 씻는 달을 보게』 3인 사화집 2004.『흔적』 도서출판 고요아침 2013, 김해삼성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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