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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잎이 너무 고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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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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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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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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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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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6 17:30:40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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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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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이 너무 고와서 (은행잎이 너무 고와서) .....김영애
왜 그랬을까? 왜 그리도 겁을 먹고 소심하였을까? 고속도로는 차량 전용도로로서 차가 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추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왜 나는 여태껏 국도를 고집하거나 고속도로를 회피하였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길도 이렇게 잘 닦여진 고속도로가 있을 텐데, 분명 존재 할 텐데 그것을 내가 못 봐서 외물에 눈이 가려져 혹은 인식 못하고서 흙먼지 나는 울퉁불퉁 자갈밭 길을 걸어오지는 않았는지 지나온 날들을 돌아다 보는 계기가 되었다. 고속도로야 말로 우리네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곳에서는 능력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곳이지 않은가. 차량이 고가이며 좋거나, 담력이 크거나, 운전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빨리 달리고(빠른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님) 그리고 추월한 후 제 빠르게 제자리(주행선)로 가서 달리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질서가 유지되는 곳이 고속도로가 아닌가 싶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고 모두 자기 가는 목적지가 다르므로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앞 다투어 달리던 차가 자기 목적지로 가기 위해 출구로 나가버리거나 그래서 느긋하게 달리고 있으면 언제 달려왔는지 또 옆에서 내 앞을 다투고 있다
걸어서 출근해도 5분 걸리는 직장을 출. 퇴근 하고 토요일이면 집에서 5분도 못되는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서 참고도서를 보거나 책을 빌려 와 보는 등 일상적인, 너무도 일상적이고 지리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업무상 연찬회를 가기 위한 준비 하느라 잠시 시내를 벗어났더니 아, 탐스런 가을햇살아래 노랗게 빛나고 있는 은행나무의 몸짓이 너무 고와라! 소심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고속도로는 차만 쌩쌩 달리는 도로라서 왠지 정이 가지 않아서 잘 다니지 않는 편이다. 그 실례로 가까이 있는 고향집에도 창선 삼천포 연육교가 생기기 전에는 여간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잘 가지를 못했다. 그러던 내가 강원도 속초까지 차를 가지고 가겠다고 결정한 사실 하나 만으로도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버스나 비행기로 가려고 계획을 하였는데 하루 전날 샛노란 은행잎을 보고 이토록 아름다운 내 조국 산하를 직접 차를 타고 가 보고 싶다는 열망을 이길 수 없어 그냥 그러기로 결정하였다. 처음 가는 길이라 우선 어디를 어떻게 가야하는지 인터넷에서 길안내를 보기도 하고 지도를 보기도 하였으나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평소 잘 아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 보았더니 이 사람의 논리가 너무나 단순 명쾌하다. “합천에서 대구 가는 화원톨게이트 지나서 가면 또 톨게이트 나온다, 거기서 통행권을 뽑아 들면 중앙 고속도로인데 원주까지 가서 거기서 영동고속도로로 쭉 가면 강릉이 나오는데 강릉에서부터는 휴게소에서 물어 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내용을 적어 차에 붙이고서 무조건 원주가 나올 때까지 달렸다. 중간에 안동이 있고 영주가 있었지만 그곳은 내 적어 놓은 데에 없었으므로 신경 쓰지 않고 달리고 달렸다. 이런 식으로 다른 생각 없이 단순무식하게 한 가지만 생각하고 무조건 달리다 보니 원주도 나오고 강릉도 나오고 했다. 여기서부터 고속도로가 끊기고 동해고속도로로 가야 했는데 역시 별 어려움 없이 찾아 갈 수 있었다. 평소 방향치라 할 정도로 차를 가져가면 많이 헤매이는 내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찾아 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 보니 일단 이정표가 잘 되어 있었고, 그 이정표를 믿고 갔고, 휴게소에서 물어서 관계자가 말하는 것을 도착할 때까지 주문처럼 외면서 갔기에 다른 잡념이 들어올 틈이 없었지 않나 싶다. 여느 때 같으면 언제든, 어디서든 많은 생각이나 상상들을 하곤 하였는데 다른 생각은 전혀 않고 생각을 단순화 시켰기에 집중력이 좋아져 그러지 않았나 싶다. 새벽에 출발했기에 도로가 한산하여 무조건 달려갔으나 안동과 치악산 부근에서 안개가 많이 끼어 있어 비상등을 켜고 거북이 걸음으로 갔다. 그러자니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어 바라보면서 운행을 하게 된다. 어느 나라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차는 괜챦은데 사람만 다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안개 속을 지나려니 그런 현상이 있나보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연기인지 도무지 분간 할 수 없는 애매한 길을 안개를 좋아했던 헤르만 헤세를 떠올리며 안개 속을 거닐 듯 거북이 운행을 하였다. 치악산 부근은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참으로 아름답고 내가 차를 몰고 직접 온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곳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이곳이지 싶다.
사시사철 변함없는 지조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 상록수만이 좋을까? 저렇듯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보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심성과 정취를 느끼게 해 주니 나로서는 호오(好惡)를 따질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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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잘 읽었고요. 감상문은 만나서 제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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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가고자하는 목적지와 나를 연결해 주지요. 그 길이 고속도로 처럼 잘 닦여 있으면 더좋고,정확한 이정표가 있으면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죠.물론 많은 생각이나 상상을 버려야 한다는 말씀도 꼭 맞는듯 하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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