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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필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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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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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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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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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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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5 10:53:47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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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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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필적을 말한다
사전(辭典)에서 '필적(筆跡)'이란 단어를 찾아보니 "손수 쓴 글씨나 그림의 형적(形迹), 또는 수적(手迹)"이라 쓰여 있다. 그림도 붓으로 그렸으니 필적이라 할 수 있다. 붓으로 쓴 글씨든 펜 따위로 쓴 글씨든 사람마다 독특한 자기만의 필적이 있다. 필적은 다른 사람의 글과는 다른 나 자신을 나타내는 나만의 기호이다. 굳이 '나의 필적을 말하라' 한다면 나의 필적은 이렇다 할 만큼 정형화(定型化) 된 것이 없다. 왜냐하면 나의 필적은 쓸 때마다 그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가지런하고 보기 좋아 마음에 드는 때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낯설고 남의 필적처럼 느낄 때가 많다. 내가 쓰고 싶은 글꼴은 나타나지 않고, 글쓰는 동작도 느릿느릿한 데다 얼마 전까지도 손이 떨려 나타나는 글꼴은 볼짱 사납기 그지없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이러한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노령화현상과는 차이가 있다.
내가 이런 고질적인 증상을 한 때 갖게 된 것은, 오래된 깊은 사연이 있다. 나는 1950년대 말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방과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녔다. 야간에 일을 마치고 자취집에 들어와 그날 학습내용을 복습하고 다음날 학습할 것을 예습을 하다보면 보통 새벽 2~3시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에 취하는 수면 시간이 네 시간 정도이니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에는 밀려오는 잠을 주체할 수 없어서 수업시간 내내 졸기 마련이고 그렇게 졸다보면, 학과 선생님들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고, 꾸중을 도맡아 들었다. 오늘은 수업시간에 어떤 일이 있어도 선생님들한테 지적을 받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막상 수업시간만 되면 여전히 잠이 쏟아졌다. 궁여지책으로 잠을 쫓는 '카페나'라는 약을 먹었더니 신기하게도 잠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서 사람이 멍청해지는 것이다. 수업을 해도 머리에 집중이 되지 않고 기억력도 퇴화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중간고사 시험을 봤는데 성적은 오히려 내려갔다. 소화도 잘 안되고 학업의욕도 사라져, 학교를 그만 둘까 생각도 했지만, 고향에서 자식 공부하는 것을 큰 낙으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도저히 학업을 중단할 수 없었다. 우리 집보다 사정이 나은 이웃집 아이들은 농사짓고, 소먹이며 고향에 머물고 있는데, 내 자식은 비록 직장일을 하며 객지에 나가 고생은 하지만, 그래도 시골에서 남의 자식 안다니는 고등학교를 다니며 장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큰 자부심 하나로 부모님도 버티며 사셨고, 나도 부모님의 기대에 실망을 안겨 드리고 싶지 않아, 주간에는 학교생활에 야간에는 직장생활에 매달렸던 것이다. 내가 고향에서 초, 중학교를 마치고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1, 2공화국 시절이었다. 그때는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였고, 산업화 이전의 농경시대였기 때문에 농촌에서 생활하는 농민들의 생활은 부호의 집안이 아니면 의식주 해결조차 어려웠던 때였다. 봄철에 먹을 양식이 떨어져 소나무 내피를 벗겨 떡을 해먹거나, 쑥을 캐서 요기(療飢)하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도 추억담으로 얘기하는 춘궁기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울 때였다. 부모님께서 제대로 학비를 마련해 주지 못하는 그런 여건 속에서도, 그렇게 나는 공부에 매진하여 마침내 K대학 M학과에 합격하였다. 형설의 공을 이룬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 진학 후에도 나는 한동안 수면 부족의 생활이 계속되었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야간 직장(약국에서 잡무를 보는 일)을 다니며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잠을 멀리하는 '카페나'는 먹지 않았지만, '카페인'이 함유된 드링크제를 많이 마셨다. 그때는 그것들을 마시면 피로 회복은 물론, 공부할 때 학습의욕도 생기고 학습능률도 좋아졌다. 글씨도 빠르며, 바르게 되어 드링크제를 즐겨 마시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습성으로 얻은 폐해가 인체에 지울 수 없는 부작용으로 남게 된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은 내 손의 말초신경이 어느 정도 굳어진 40대 초반이다. 말초신경의 경화(硬化)는 말초혈행에 지장을 동반하고 말초혈행이 원활하지 못하면 글을 쓸 때 둔필(鈍筆)로 나타난다. 카페인 성분을 많이 남용한 결과의 후유증이다.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면서 고심했던 나는 컴퓨터를 배워 지금은 1분에 200자 정도는 친다. IT문명의 혜택으로 컴퓨터가 손의 둔화를 빠른 동작으로 바꾸어주었다. 나의 내부(뇌)에서 지시하는 메시지를 받아 손가락으로 워드를 칠 때는 손의 장애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학술모임이나 기타 사무상 기록을 필요로 할 때는 포터블 컴퓨터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일일이 컴퓨터를 가지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수필(手筆)로 직접 써야 할 경우가 많다. 여전히 수필(手筆)로 쓰는 것은 고역이었다. 지방학교 상담자원봉사자로 무료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인근 어느 교육청에서 상담자원봉사자들의 연수가 있어서 연수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강의실에서 노트북을 전원콘덴사에 연결하여 강사의 강의 내용을 다른 수강생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며 워드를 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때 나는 내 입장을 알지 못하는 수강생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어느 기자회견장이나 강의실에서도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IT시대의 한 풍속도로 자리 잡았지만, 불과 7년 전만 해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되었던 것이다.
30여 년 전에 전문의에게 찾아가 진찰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 때 의사의 말이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면 수면 부족이 와서 피로와 혼돈, 정서불안과 집중력 장애 등을 유발하고 손이 떨리는 일시적 수전증(手顫症)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며, 술 담배를 끊고 카페인이 함유된 드링크제를 많이 마시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래서 당시 40대 초반인 나는 병원을 다녀온 그날부터 즐겨 피우던 담배를 당장 끊었다. 담배를 배운지 십수년 만에 금연을 한 것이다. 커피도 마시는 것을 금했다가 지금은 과민 반응이 없어 하루 두잔 정도는 마신다. 그러나 술은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중요한 매체로 작용하기 때문에 끊지 못하고 3~4일만에 한번 정도는 만취하지 않을 정도로 지인들과 어울려 마신다. 술을 마신 후에는 다음날 반드시 산행을 통해서 체내에 남아있는 알콜 잔여량을 땀으로 배출하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 산에 오르면 신선한 공기와 나무나 풀잎들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내음을 맡고 마음이 상쾌하게 된다. 특히 소나무과에서 방출하는 '피톤치드'라는 것이 있어서 기체로 된 이 성분을 사람이 섭취하면 몸속에 있는 노폐물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맑아져 기분이 좋아지고, 신체적으로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산행을 즐기는 생활패턴으로 이제 나는 글을 쓸 때 나타나는 손떨림과 둔필이 많이 개선되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산행을 통해 심근(心筋)이 튼튼해지고 간(肝)과 혈관에 고지혈증이 없어져 혈행(血行)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수를 피하고 술을 과음하지 않는 다면, 나의 필적은 그 정체성(正體性)을 꼭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되고 온화한 마음으로 글을 쓸 때는 심장에서 잔잔한 파동이 일어나 아름다운 글로 나타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는 거친 파도처럼 글꼴이 사나워진다. 글씨는 쓰는 사람의 마음과 인격의 표현이다. 글씨가 만들어지는 사람의 동작은 뇌의 지시를 받아 손으로 움직이는 신경계의 활동과 마음작용이 병행하여 이루어진다. 정신수양에 붓글씨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절에서 기도할 때 경전(經典)을 사경(寫經)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왕희지는 <서론(書論)>"에서 '하나의 점이 그 자리를 잃으면 미인이 눈 하나를 잃은 것과 같고, 한 획이 그 자리를 잃으면 장사가 팔뚝 하나를 잘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인격이 형편없는 사람에게서는 품격있는 글씨가 나오기 힘들다. 따라서 품격이 있는 글씨를 쓰려면 먼저 인격을 갖추는 게 급선무이다. 인격은 사람 됨됨이를 말한다. 마음이 아름답고 지덕체(智德體)가 조화된 인격을 가진 사람의 그림이나 글씨는 그 마음과 인격이 하얀 백지위에 그대로 투사(投射)되듯, 지금까지 들쭉날쭉하고 조악(粗惡)했던 나의 필적도 마음을 다스리며 온화한 마음으로 글을 계속해 쓰면, 흐트러졌던 나의 필적이 언젠가는 그 정체성(正體性)을 완전히 회복하는 날이 있으리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 위에 쌓인 눈이 따뜻한 봄날 한 순간에 녹아 사라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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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한국수필문학에서 과제로 부여하여 작성해서 제출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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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만의 고유한 집필 또는 창작 태도를 소상히 밝히고 있어 진솔합니다. 특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되고 온화한 마음으로 글을 쓸 때는 심장에서 잔잔한 파동이 일어나 아름다운 글로 나타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는 거친 파도처럼 글꼴이 사나워진다. 글씨는 쓰는 사람의 마음과 인격의 표현이다."라는 부분은 늘 공감하는 말이며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품격있는 좋은 글 많이 남기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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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건강을 관리하는 생활습관과 많은 필독으로
동서고금의 이야기를 토해내시는 지식과 글쓰시는 열정에.
후베들의 귀감이 늘 되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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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필적을 말한다 라는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심장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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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감동적입니다. 손뜰림을 컴퓨터로 작성하는 것으로 대체하였듯, 무슨일에있어서든 선생님처럼 다른 좋은 방법을 찾아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려는 교훈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다. 열심히 사시는 그 모습 참으로 아름답고 존경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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