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문풍지 새로 기어 들어온 바람
어서 나가자 코끝에 앉았다
사철 검정 고무신 광대뼈 불거진
산골 가시내 에게도 봄은 풍선 같은 것
밤 이슬에 젖어 불꺼진 초롱
창백한 얼굴로 땅을 베고 누운 잠
허기진 낮달이 보릿고개 꿀떡 삼키면
입안 가득 떫은 봄이 갇힌다
비양도
섬이라 했다
바싹 엎드려 자궁을 숨긴채
펄랑 펄랑
양수를 길어 올리는 섬
엉큼한 바람은
맨살에 처~억 달라 붙어
뭍으로 홀씨를 보내고자 했겠지
한봉지의 바다
고동을 따라와
망설임의 비늘을 털어내곤
미끈둥 섬을 낳았다지
사춘기
발길에 차인 풀벌레 소리
징징 따라와
물가에 함께 앉았다
가슴속에 차가운 꾸중돌
만지작 거리다 멀리 던져본다
엄 마 바 보 엄 마 바 보
장날
어머니는 자식같은 푸성귀
다리 사이에 끼고 앉아
하나 둘 돈을 산다
생각만 해도 혀 끝에 꽃 열리는
국화빵 한봉지 어깨춤으로 걸어온다
월남 치마에 묻어온 비린내 한토막
당산 나무에 낼름 올라 앉아
오래된 아버지를 기다린다
그 날 처럼
알 수 없어요
오른쪽 옆구리에 웅숭거리고 있던
내 간에 무엇이 돋으려는 듯
근질근질 한 것이
몇날 몇일을 뒤척이며
가만히 생각해 보매
그것이 사랑도 아니고 그리움도 아니고
미움은 더 더욱 아닌 듯 한데
끈적이면서도 헐렁한 끄나풀을
무어라 이름하면 좋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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